글로벌 영향력 넓히는 中 LFP…'고전압미드니켈'로 맞서는 韓 [소부장박대리]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중저가'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에 나선 전기차 기업들이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채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그간 삼원계(NCM, NCA) 배터리에 집중, LFP 배터리 분야에서는 후발주자다. 올해 본격적으로 LFP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배터리 기업은 고전압미드니켈 배터리를 내세워 대응할 방침이다.
2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전기차 성장 둔화에 테슬라, 현대차, 포드 등 전기 완성차 기업들은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출시하거나 계획 중이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낮고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짧은 단점이 있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안전성이 높은 장점이 있어 전기차 단가를 낮추는 데엔 최적으로 꼽힌다.
LFP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인 EV볼륨에 따르면 2022년 LFP 배터리 전 세계 점유율은 27.2%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한, QY리서치는 2028년 LFP 배터리 시장이 152억 달러로 커지고, 생산량은 200기가와트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LFP 배터리의 대표적인 생산국은 중국이다. CATL, BYD, EVE에너지 등의 기업이 LFP 배터리를 양산하고 있다.
LFP 배터리의 글로벌 영향력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커질 전망인 가운데 그간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해 온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아직 LFP 양산을 하지 않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2026년부터 LFP 배터리 양산을, SK온은 지난해 인터배터리에서 시제품을 공개했으나 양산 시기는 공개하지 않았다.
주류가 될 LFP 양산이 당장은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삼원계 배터리의 성능은 올리고 단가를 낮춘 '고성능 미드니켈'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고전압(HV) 미드니켈 배터리는 니켈 50~60% 함량 수준의 범용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 높은 전압을 걸어 에너지밀도를 높인 제품이다. 가격은 동급 삼원계 배터리보다 낮고, 에너지밀도는 향상됐다.
고전압 미드니켈은 과거 유미코아 등을 통해 상용화 수순을 밟다가 하이니켈의 등장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높은 전압으로 인해 양극재 균열 현상이 발생하며 수명이 짧아진 한계가 있어서다. 그러나 최근에는 높은 전압을 견디는 단결정 양극재의 개발과 배터리 기술 수준 향상에 따라 LFP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전압미드니켈 배터리를 올해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전압미드니켈 배터리를 단결정 양극재로 제조, 열 안전성을 높이고, CTP(Cell To Pack) 기술을 적용, 배터리 패키징 효율을 높일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전압미드니켈 배터리를 중저가 전기차 시장에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와 SK온은 미드니켈 배터리 양산 시기를 공식적으로 못 박지는 않았다. 중저가 시장에서도 제품을 다각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양사 모두 속속 미드니켈 개발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코프로비엠은 고전압미드니켈 배터리용 단결정 양극재를 개발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단결정 양극재를 사용해 고전압에도 균열이 발생하지 않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에코프로비엠은 고전압미드니켈 배터리용 단결정 양극재를 국내외 배터리 셀 업체에 공급하기 위해 고객사 확보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고전압미드니켈 배터리는 LFP 배터리와 하이니켈 배터리의 중간에 위치하는 제품으로, 중저가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라며 "하지만, 고전압미드니켈 배터리를 개발하고 양산하는 데 니켈 공급 부족, 공정 난이도, 단결정 양극재 제조 기술 확보 등 난제가 존재한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한다면 충분히 LFP 배터리에 맞서는 제품이 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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