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실적 한파 속 지각변동… '넥슨' 독주에 '크래프톤' 약진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지난해 닥친 실적 한파 속에 게임업계가 지각변동을 맞았다. 이른바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한 축인 넥슨의 독주 체제가 굳어지고, 2K(카카오게임즈‧크래프톤)로 분류된 크래프톤이 무섭게 약진하면서 지형도가 ‘NK’로 재편되는 형국이다.
1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3N2K 가운데 지난해 전년 대비 흑자폭이 증가한 게임사는 넥슨과 크래프톤이 유이하다. 이들 공통점은 글로벌에서도 통하는 흥행작을 발굴했다는 점이다.
넥슨은 지난해 연간 매출 3조9323억원, 영업이익 1조2516억원을 기록하면서 역대 연간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 20%, 영업익 30% 증가한 수치다.
‘FC온라인’과 ‘던전앤파이터’, ‘블루아카이브’ 등 기존작 흥행에다 ‘프라시아전기’와 ‘데이브더다이버’, ‘더파이널스’ 등 신규 지적재산(IP) 작품의 흥행성과가 더해지며 웃었다.
특히 글로벌에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메이플스토리M’의 중국 서비스에 데이브더다이버와 더파이널스가 해외에서 주목 받으면서 한국을 비롯한 모든 지역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북미‧유럽 지역은 4분기에만 매출이 7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래프톤도 역대 최대 연간 매출 기록을 다시 썼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9106억원, 768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1%, 2.2% 증가했다. 모두 증권가 예상을 웃돈 수치다.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 IP가 이번에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배틀그라운드 PC‧콘솔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지난해 서비스를 재개한 ‘배틀그라운드모바일인도’는 트래픽과 매출이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면서 12월엔 역대 최대 월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크래프톤 해외 매출 비중은 93.6%에 달했다.
반면 넷마블과 엔씨소프트(이하 엔씨), 카카오게임즈는 신작 부재와 저조한 흥행 성과로 성장세가 주춤했다. 넷마블은 지난해 매출 2조5014억원을 거뒀으나 영업손실은 696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신작 흥행에 힘입어 4분기 흑자전환한 것은 올해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넷마블은 오는 4월 ‘아스달연대기: 세개의세력’을 시작으로 신작을 잇달아 출시하며 연간 흑자 달성을 노린다.
엔씨는 지난해 매출이 1조7798억원, 영업이익은 1373억원으로 각각 30.8%, 75.4% 감소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크래프톤에 추격을 허용하며 체면을 구겼다. 주력 상품인 ‘리니지’ 경쟁력이 약화되고 12월 출시한 신작 ‘쓰론앤리버티’가 저조한 흥행성과를 거둔 영향이다. 엔씨는 경영 쇄신 작업에 나서며 반등을 꾀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매출 1조241억원, 영업이익이 745억원으로 각각 10.77%, 57.65% 줄었다. 지난해 출시한 신작 ‘에버소울’, ‘아키에이지워’, ‘아레스:라이즈오브가디언즈’ 등 흥행 성적이 기대치를 밑돌면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오딘: 발할라라이징’ 등 기존 인기 게임 서비스를 글로벌로 확대하고, 다양한 장르 신작을 출시해 활로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신작 성과는 중견 게임사간 희비도 갈랐다. 컴투스는 스포츠 게임 라인업의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772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7.7%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위메이드도 지난해 신작 ‘나이트크로우’ 흥행을 업고 매출 6072억원으로 연간 최대 실적을 썼다.
그라비티는 8년 연속 최대 매출을 경신하면서 우상향을 이어갔다. ‘라그나로크’ IP 작품들이 글로벌에서 꾸준한 성과를 거둔 덕에 전년 대비 56.6% 증가한 726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영업이익도 1600억원으로 52.8% 증가했다. 네오위즈는 지난해 출시한 콘솔 게임 ‘P의거짓’이 흥행하면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성장했다. 매출 3656억원 영업이익 317억원으로 각각 24%, 62% 늘었다.
반면 펄어비스와 데브시스터즈는 몸을 잔뜩 움츠렸다. 펄어비스는 신작 부재가 길어지고, 기존작 매출이 하향세에 접어들면서 적자전환했다. 매출도 3335억원으로 전년 대비 13.5% 줄었다. 데브시스터즈는 신작 게임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영업손실 480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저마다의 사업 전략을 앞세워 실적 한파를 견딘 게임사도 있다. 넵튠은 광고 사업과 게임 사업의 시너지를 통해 상장 후 첫 흑자를 거뒀다. 더블유게임즈는 연간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소셜 카지노 게임 약진에 힘입어 영업이익 2133억원을 거뒀다. NHN은 모바일 웹보드 게임을 앞세워 게임 사업에서 446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1.9% 성장했다. 이들은 올해 신작 출시와 지속 투자를 통해 본격 기지개를 켤 계획이다.
한편, 국내 게임사들은 실적발표에서 올해 핵심 IP를 발굴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호황을 타고 비게임 사업 확장에 나섰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넥슨과 크래프톤은 올해도 글로벌 겨냥 신작을 잇달아 출시하며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에 나선다. 네오위즈는 글로벌 팬덤을 겨냥한 IP를 출시하거나 확장해 세계 시장에 성장 거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엔씨는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 게임을 개발하면서, 적극적인 M&A(인수합병)를 통해 IP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모바일 게임 명가 넷마블은 콘솔 플랫폼 신작을 준비 중이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PC‧콘솔 신작을 통해 ‘비욘드코리아’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컴투스는 퍼블리싱 신작 3종을 출시하는 등 글로벌 퍼블리셔로 변신, 게임 사업을 보다 확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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