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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뷰] 제목으로 본 '살인자ㅇ난감'의 메시지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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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중 한 장면. [ⓒ 살인자ㅇ난감 영상 발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중 한 장면. [ⓒ 살인자ㅇ난감 영상 발췌]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은 동명의 웹툰을 실사화한 콘텐츠다. 제목부터 읽기 난감한 지경인데 이는 철저한 작가의 의도가 엿보이는 지점이다.

원작 웹툰 작가는 해당 작품 제목을 '살인자이응난감'이라고 읽는다면서도 보는 이의 해석에 따라 '살인자 난감'이나 '살인장난감' 등 원하는 대로 읽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살인자ㅇ난감'이라는 제목 속에는 다양한 메시지와 해석의 여지가 숨겨져 있다.

'살인자ㅇ난감'의 ㅇ을 모음이 숨겨진 것으로 해석하면 다양한 의미부여가 가능하다. '살인자와 난감'의 의미로 해석하면 살인자 '이탕(최우식 분)'·'송촌(이희준 분)'과 대립하는 '장난감(손석구 분)' 형사의 대결 구도를 떠올리게 한다.

장난감 형사 입장에서는 범죄 동기와 수법을 떠나 이탕과 송촌 모두 살인자이기 때문에 체포해야 하는 인물에 불과하다. 이런 구도로 해석하면 이야기를 이해하는 방향이 더 쉽고 간결해지는 모습이다.

'살인자의 난감'으로 해석할 경우, 평범한 대학생 신분에서 졸지에 살인자가 된 이탕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관찰할 수 있다. 뜻하지 않게 죽인 사람이 악인이었고, 이를 계기로 자신의 죄가 들통나지 않아 난감해하던 이탕의 초조한 심리를 읽어볼 수 있다.

ㅇ을 살인자와 붙여 '살인장난감'으로 읽는다면 사람을 장난감 다루 듯 스스럼없이 살인하는 이탕과 송촌의 이야기에 집중된다. 이탕의 경우, 악인을 감지하고 그에 맞게 살인을 저지르지만 송촌은 죄 의식없이 무자비한 도륙을 일삼는다.

사이드킥(조수)을 자처하는 '노빈(김요한 분)'마저 이탕의 살인을 돕는 조력자로 등장하는 만큼, 누군가에게 살인이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행위로 보여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살인자ㅇ난감에서 ㅇ을 뺀 '살인자 난감'으로 읽게 되면 장난감 형사의 시점으로 작품을 볼 수 있다. 정의를 추구해야 할 경찰, 그 중에서도 강력 범죄와 맞서는 형사가 끝내 살인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살인자를 놓아준다는 설정은 범죄의 굴레가 끝나지 않음을 의미한다. 장난감은 개인적인 원한을 살인으로 해결한 채 쓸쓸히 퇴장한다.

이 외에 살인자ㅇ난감의 ㅇ을 알파벳 O나 숫자 0으로 읽는 경우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알파벳 O로 읽는다면 '난감이 살인자가 맞다'는 뜻과 '이탕이 살인자여서 난감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숫자 0으로 읽을 경우, 살인자를 잡을 확률이 0%라는 풍자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처럼 살인자ㅇ난감은 '죄와 벌'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이탕, 장난감, 송촌 등 등장인물에 대입시켜볼 수 있도록 다양한 여지를 남긴다.

실사화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도 원작의 플롯을 따라가는데 사람을 죽이는 살인의 정당성은 물론 악인이라 할 지라도 심판할 자격이 있는 것인 지를 집요하게 따져 묻는다.

세 명의 등장인물이 각기 다른 형태로 살인을 접하지만, 살인이라는 행위에 정당성과 타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지에 대해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탕, 장난감, 송촌 모두 살인자가 맞고(O) 이들의 살인 행위는 모두를 난감하게 만든다는 메시지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지금 당장 살인자ㅇ난감을 어떻게 읽어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면, 작품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준비가 됐다는 뜻이 아닐까.

채성오 기자
cs8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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