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은 누구를 위한 법?…“EU와는 상황 달라”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유럽의 디지털 시장법(DMA)을 참조한 것으로 알려진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이 결국 국내 플랫폼 사업자에 역차별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변변한 자국 플랫폼 기업이 없는 유럽이 미국 빅테크를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경쟁력 있는 자국 플랫폼 기업을 두고 있어 이들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종희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1일 한국지역정보화학회 주최로 열린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제의 쟁점 진단’ 토론회에서 “유럽식 규제 입법은 ‘자국기업 보호’ 명목을 공식 천명하면서 미국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손발을 묶기 위해 법안을 낸 것”이라며 “반면 유사한 법안을 추진 중이던 미국은 사실상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관련 법안들을 모두 폐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작년 12월부터 추진 중인 플랫폼법은 일정 규모 이상 플랫폼 기업을 사전에 지정하고 끼워팔기·자사우대·최혜대우·멀티호밍(다른 플랫폼 이용) 제한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정해진다. 규제 대상 등 구체적인 윤곽이 이르면 내달 공개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플랫폼법의 제재를 받을 사업자로 미국의 애플과 구글, 메타, 아마존과 한국의 네이버, 카카오 등 5~6곳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EU의 DMA에서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한 기업은 알파벳(구글 모회사), 애플,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바이트댄스(틱톡 운영사) 등 미국 5곳, 중국 1곳 등 6개 기업이다. 모두 유럽 기반 회사가 아니다.
DMA와 유사한 플랫폼 규제 법안을 고민했던 미국은 빅테크 규제를 위한 법 제정을 대부분 포기한 상황이다. 바이든 정부는 이러한 규제가 오히려 자국 기업을 위축시키고 중국 등 해외기업에 기회를 줄 것이라는 우려로 이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EU의 DMA 규제에 대해선 자국 기업을 옥죄고 있다며 규제 중단을 요청하고 있다.
서 교수는 “자국 기업에 칼날을 들이댄 리나칸의 반독점 소송은 줄줄이 패소하면서 정부 지지율 하락의 요인이 되다”며 “국내에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 자국 플랫폼 기업이 있으나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했을 때 이들의 매출액이나 점유율은 미국 빅테크의 약 2.9%에 불과해 해외 플랫폼과 경쟁을 하기엔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서 교수는 정부가 플랫폼법에서 정의하는 4개의 금지행위는 현행 공정거래 법규로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플랫폼법을 들고 나온 것 자체가 기관이 가지는 법 집행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설명이다.
서 교수는 “플랫폼법은 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하고 있으나, 사후 제재로는 실효성이 없어 사전 금지가 필요하다는 취지인데, 이는 플랫폼 산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 부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플랫폼법 문제의 핵심은 공정위가 특정기업을 사전에 지정하고, 이들에게만 자사우대, 끼워팔기 등 특정한 행위를 반칙으로 규정해 포괄적으로 금지하면서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에 대해 해당 기업들이 스스로 입증하라는 논리”이라며 “정부가 부담하는 입증책임을 규제대상인 사업자에게 부담하게 했다는 점에서 과도한 제재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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