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법’ 적용될 네이버·카카오 말곤 ‘강 건너 불구경’?…스타트업도 한숨 쉰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스타트업계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네이버, 카카오에 인수되겠다는 목표를 가진 경우가 많다. (아무리 거대 사업자만 겨냥한다고 해도) 플랫폼 규제는 관련 스타트업들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31일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벤처창업학회장)는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앤 스페이스(&Space)에서 ‘플랫폼 규제 법안과 디지털 경제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지속적인 실험으로 사용자 피드백을 통한 서비스 고도화가 필수인 플랫폼 시장 특성상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업이나 인수합병(M&A)은 중요하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중개성 플랫폼이 시장 중심에 서 있지만, 이런 서비스 생태계를 구성하고 작동하게 하는 건 주요 플랫폼 기업을 비롯한 크고 작은 업체들이다. 플랫폼 시장이 ‘연합체’적인 성격을 띠는 만큼, 법 영향력을 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작년 12월부터 추진 중인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가칭)’의 규제 대상 등 구체적인 윤곽이 이르면 다음 달 공개될 전망이다. 이 법안은 일정 규모 이상 플랫폼 기업을 사전에 지정하고 끼워팔기·자사우대·최혜대우·멀티호밍(다른 플랫폼 이용) 제한 등의 행위를 금지한다.
플랫폼법의 유력한 사업자 후보로는 미국의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와 한국의 네이버, 카카오 등이 거론된다. 이들 기업에 대한 사전규제가 시장 경쟁을 촉진해 소상공인과 스타트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란 게 공정위 입장이나, 업계 안팎에선 디지털경제 혁신과 소비자 후생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생태계까지 저해된다는 이유로 거센 반발이 일었다.
학계 전문가들도 플랫폼법의 사전규제 취지와 내용 자체가 모호한 데다 플랫폼 시장 전역에 연쇄적으로 가해질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공정위가 내세우는 금지 행위들이 실제 시장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충돌하기 때문에 오히려 별도로 제재하지 않는 게 스타트업들에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원식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정위는 사전규제 행위에 거대 플랫폼의 멀티호밍 제한을 금지하겠다고 했지만, 반대로 스타트업 입장에선 네이버와 카카오와 전속계약을 하게 되면 대형 플랫폼과 혁신 기업 간 나눠 먹을 수 있는 파이가 커질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도 “스타트업이 플랫폼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라며 “플랫폼법의 사전규제는 일정 기준을 넘어 성장하면 기업하기 힘들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는 것과도 같다”라고 비판했다. 즉, 정부가 나서 국내 플랫폼 기업의 규모에 한계를 두는 것이기에 플랫폼 스타트업계에도 악영향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최성진 대표는 “성장에 제한이 있는 생태계에 누가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냐”라며 “스타트업이 엑싯(exit)할 수 있는 방법은 기업공개(IPO)와 M&A가 있는데,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하는 곳은 시장 독점 지적을 받는 네이버와 카카오”라고 부연했다.
한편, 국내 스타트업의 약 53%가 플랫폼법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플랫폼법을 통해 중소 플랫폼과 스타트업을 시장지배적 플랫폼으로부터 보호하면 산업 생태계가 발전될 것이라는 공정위 주장과 실제 업계 인식엔 큰 간극이 있는 셈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지난 29일 발표한 ‘플랫폼 경쟁촉진법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대표·창업자·공동창업자 등 106명 응답자의 52.8%가 플랫폼법이 스타트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해당 법안이 스타트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응답은 14.1%에 그쳤다.
플랫폼법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묻는 문항에선 ‘이익이 나지 않는 스타트업이 거래 규모가 크거나 이용자 수가 많다는 이유로 규제받게 된다면 J커브를 그리던 성장동력이 감소할 것’이란 응답이 50.9%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내 플랫폼 기업이 규제받는 사이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국내 영향력이 더 커질 것’(45.3%) ▲‘규제가 적용될 대상의 기준이 광범위해 어떤 스타트업이 규제 대상이 될지 명확하지 않아 항상 규제 리스크에 대비해야 할 것’(39.6%) ▲‘스타트업이 플랫폼 기업을 통해 엑싯(exit)하거나 투자받기 어려워질 것’(32.1%)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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