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이커머스] ⑤ ‘잦은 수장 교체’ 롯데온의 절치부심, 갑진년은 달라야 산다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들은 ‘외형 성장’과 ‘내실 경영’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한 채 딜레마에 갇혔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공개(IPO) 1호 기업 출현도 유력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고물가에 지갑을 닫은 소비자가 많아지고, 해외 이커머스 기업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업황이 악화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커머스 업계 전반은 절치부심하며 일어설 준비에 한창이다. 이에, 이커머스 기업들의 갑진년 새해 주력 키워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빅3로 꼽힐 만큼 국내 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 잘 나가는 롯데. 롯데의 진정한 ‘레거시’는 과연 온라인에서도 통했을까? 지난 2020년, 롯데쇼핑의 신사업이었던 이커머스 기업이자 동명의 서비스인 ‘롯데온’(Lotte ON)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야심작이었다.
당찬 포부로 출범했지만, 롯데온은 어느새 4년째 롯데쇼핑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초반 유의미한 점유율 확보에 실패한 영향이 가장 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쿠팡 24.5% ▲네이버 23.3% ▲쓱닷컴·지마켓 11.5% ▲11번가 7% 등이다. 롯데온은 5% 미만으로, 모기업이 오프라인을 장악하는 데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출범 이후 계속돼 오던 적자는 지난 2022년부터 업무 효율성 등으로 개선하면서 그 규모를 줄여왔지만, 흑자 전환은 아직도 안갯속이다. 그간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가 모두 힘을 합쳐도 롯데온은 신동빈 회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롯데온 수장을 바꿨다. 새로운 수장 아래 갑진년을 알차게 다져나갈 롯데온에 다시 한 번 업계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출범 4년 차, 3번째 사령탑…롯데맨→이커머스 전문가→금융·마케팅 전문가로
처음으로 롯데온을 이끌게 된 조영제 전 롯데e커머스 대표(전 이커머스사업부장)는 정통 ‘롯데맨’으로 불렸다. 지난 2020년 1월 출범한 조영제호는 야심차게 온라인 시장을 재패하겠다며 출항에 나섰지만, 1년2개월 만에 멈췄다. 지난 2021년 2월, 롯데그룹은 이례적으로 조 대표의 건강 악화 등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한다고 밝혔다. 롯데쇼핑 등 계열사 대표가 대부분 최소 1회 이상 임기 연장이 됐던 만큼, 이러한 롯데온 수장 교체는 동종업계에서도 적잖이 놀란 분위기였다.
당시 롯데그룹은 조 전 대표의 사임에 대해,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 등의 사업을 이끌어왔으나,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으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롯데온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오프라인 시장에 강점을 둔 정통 롯데맨 대신, 온라인 시장 사정에 능통한 외부 수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외부에서 이커머스 전문가로 명성을 쌓던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구원투수로 영입했다. 영입 당시 나 전 대표는 롯데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부문장에게만 적용되던 부사장 직급을 받게 됐다.
그러나 나 대표 역시 롯데온에서의 수익성 개선에 실패하고, 점유율 확대에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임기를 연장하지 못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롯데는 다시 외부인재를 찾았다. 이 과정에서 롯데는 오히려 뻔한 선택을 하지 않으면서 주목받았다. 전혀 다른 업종에서의 경력을 보유한 박익진 대표를 택한 것.
롯데는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미래 경쟁력 확보 및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 강화 차원에서 글로벌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롯데그룹은 롯데e커머스 대표가 된 박익진 부사장에 대해, “커머스플랫폼 기업 관리 및 마케팅, 상품, 신사업 등 다방면의 컨설팅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인물”이라며 “롯데e커머스의 턴어라운드와 오카도(OCADO) 시스템과의 시너지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박익진 롯데e커머스 대표는 맥킨지앤컴퍼니, ING생명,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등 글로벌 기업에서 주로 전문성을 쌓아왔다. 롯데는 외부 인사인 박 대표가 내부 문화에 길들여지거나 익숙해지기 보다도, 이러한 문화조차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턴어라운드’ 롯데온, 올해 수익성 개선에 방점…오카도 시스템과의 시너지도 기대
롯데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손실 23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손실 폭 150억원을 개선시켰다. 같은 기간 매출 역시 32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1% 늘었지만, 적자에 대한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다. 따라서 박 대표의 올해 궁극적인 목표는 흑자 전환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롯데온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점찍은 키워드는 신선식품이다. 이러한 점에서 롯데가 지난해 밝힌 오카도 시스템과의 시너지 창출에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글로벌 리테일 테크기업 영국 오카도와 손을 잡았다. 지난해 롯데쇼핑은 2030년까지 1조원을 들여,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이 적용된 고객 풀필먼트 센터(CFC)를 전국 6개까지 확대한다.
롯데쇼핑이 1조원을 들인 이유는 명확하다. CFC를 활용해 ‘온라인 장보기 1번지’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위해서다. 특히 신선 식품을 필두로,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도 세다. 첫 번째 CFC는 2025년 말, 부산 강서구에서 가동에 들어간다. 본격 가동에 들어가기 전까지, 롯데온은 롯데쇼핑의 걸림돌이 돼선 안된다는 과제가 생겼다. 롯데온에게 가장 베스트인 시나리오는, 연내 수익성 및 인지도 제고로 자리를 잡은 뒤 롯데쇼핑의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을 메인으로 이끄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박 대표가 카드업, 보험업 등 여러 분야에서 재무, 전략기획, 마케팅 등 다채로운 경험을 쌓은 경력자인 점은 플러스다. 박 대표는 롯데만의 문법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틀에 갇히지 않은 자신만의 방법과 전략으로, 우선 비용 효율화 및 리스크 관리에 나서며 적자 폭을 최대한 줄이는 데 노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롯데온 자체적으로도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가수 이효리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광고 복귀작을 가장 먼저 선보여 소비자들로부터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던 롯데온은 앞으로도 다양한 이벤트와 친구 초대, 입소문 마케팅 등으로 고객 이목을 이끌 방침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새로 온 대표가 근무를 시작했으니 조만간 롯데온만의 전략이나 방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아무래도 롯데온 역시 현재 이커머스 업계 공통 과제이기도 한 ‘수익성 개선’에 몰두하는 신년이 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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