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찍먹] ‘창세기전: 회색의잔영’, 잘 만든 이야기의 힘
[디지털데일리 문대찬 기자] 라인게임즈가 리메이크해 내놓은 ‘창세기전: 회색의잔영(이하 회색의잔영)’은 어설픈 만듦새 등 시대 기준에는 다소 부합하지 못하는 게임이었다. 다만 20여년이 지나도 강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깊이 있는 스토리가 작품의 여러 아쉬운 구석을 상쇄했다. 잘 만든 이야기의 힘을 외면하는 최근의 국산 게임에 생각할 거리를 던질 법한 게임이었다.
라인게임즈는 레그스튜디오가 개발한 콘솔 어드벤처 시뮬레이션 역할수행게임(ADV SRPG) 회식의잔영을 지난 22일 닌텐도 스위치를 통해 정식 출시했다.
회색의잔영은 1990년대를 풍미한 ‘창세기전’이 원작이다. 2016년 라인게임즈가 원작 개발사 소프트맥스로부터 창세기전 지식재산권(IP)을 사들인 뒤 리메이크작으로 개발해왔다. 1995년부터 2016년까지 출시된 총 7개 시리즈 가운데 가장 화제를 모았던 ‘창세기전2’를 기반해 만들었다.
블록버스터급 게임에 버금가는 7년이라는 개발 기간이 무색하게, 회색의잔영 만듦새는 기대 이하다. 특히 캐릭터 3D 모델링과 텍스처 품질은 2023년작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다. 도트(dot) 그래픽에 익숙한 원작 팬이라면 어느 정도 감안할 수 있지만, 20여년이 지나면서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게임 이용자 기준에 부합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완성도를 보인다.
턴제 역할수행게임(RPG) 기본에 충실한 전투 시스템 역시 최근 출시된 ‘발더스게이트3’ 등 전략성을 다변화하고 자유도를 높인 유사 장르 게임과 비교하면 무료하고 단조롭다. 능동적으로 전투를 결정할 수 있고,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모험 모드’는 완성도가 떨어져 정체성이 모호했다.
원작 팬을 만족시킬 만한 요소도 부족하다. 캐릭터 일러스트는 상반신의 일부분까지만 그려질 뿐이고, 이마저도 입 모양이 움직인다든가 상황에 따른 표정 변화 등 입체감도 없다. 성우진의 풀 더빙을 마케팅으로 내세웠지만 이들의 연기도 전반적으로 무미건조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외 불편한 유저 인터페이스(UI), 대규모 전투 시 끊김 현상 등 다듬어야 될 부분도 여전히 많았다.
그럼에도 게임을 계속 붙들게 만드는 동력은 이야기다. 회색의잔영은 망국 ‘팬드래건’의 공주 ‘이올린’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제국과 맞서는 과정을 다룬다. 수많은 국가와 인물이 등장하는 군상극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주연 외에도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를 옴니버스로 만나볼 수 있다.
원작을 접하지 않았지만 챕터1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창세기전 세계관에 빠져들었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과 극 갈등을 고조시키는 갖가지 상황과 연출이 적절히 배치돼 몰입감이 상당했다. 많은 인물과 사건이 등장하지만, 신규 이용자가 세계관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인물 배경과 고요 명칭 등을 정리한 자료를 제공해 극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80시간의 플레이타임에 달하는 회색의잔영을 끝까지 ‘완독’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깊이 있는 스토리와 함께하니 부족한 전투 재미나 낡은 시스템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잘 만든 이야기는 시대를 가리지 않고 힘을 발휘한다는 걸 상기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그래픽이나 전투를 부가적인 재미쯤으로 여기는 이용자라면 기꺼이 지갑을 열 만 한 게임이다.
고전 IP 창세기전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다. 라인게임즈가 내년 1월9일 출시하는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프로젝트(아수라프로젝트)’는 28일까지 사전 예약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뉴노멀소프트는 라인게임즈와 창세기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창세기전3’ 등을 기반한 신작 2종 개발에 돌입한다. 뒤따르는 후속작들은 보다 높은 완성도와 게임성으로, 깊이 있는 스토리에 날개를 달아주는 작품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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