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기 적자에도" 이재용 신임 얻은 경계현…남은 숙제는 [소부장반차장]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삼성전자 DS(반도체) 사업 부문 경계현 사장이 연임된 가운데,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간 반도체 적자가 장기간 이어지며 경 사장의 '책임론'이 적잖게 떠오른 가운데, '1위 탈환'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등 자신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27일 삼성전자는 2024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업계에선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 이끈 '투톱 체제'가 유지될지에 대해 가장 주목했다. 삼성의 인사 원칙인 신상필벌(信賞必罰)에 따라 두 자리는 실적 부진이나 경영 변화에 따른 교체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가전,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한 부회장은 1인 3역을 겸하고 있어 더욱 큰 그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역할 축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으며, 반도체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경 사장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12조7000억원의 적자를 내며 전사 실적에 큰 타격을 입혔던 지라 교체 가능성이 언급됐다.
그럼에도 이번 인사에서는 투톱 체제는 유지됐다. 다만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에서 생활가전사업부장으로,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DS부문장 겸 SAIT원장으로 업무를 변경했다.
연임 결정한 것에 관한 삼성전자는 공식적인 입장으로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 경영 안정을 도모하고 미래 준비를 위한 과감한 변화와 혁신에 나서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앞서 경 사장이 지난 수년간 쌓아온 반도체 적자를 탈출하는 것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만큼, 한 번 더 그를 믿어보기로 한 것이라 풀이하고 있다.
앞서 경 사장은 여러 공식 행사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지난달 반도체의 날 행사에서는 "철저히 준비하고, 잘 투자해서 앞으로 2년, 늦어도 3년 이내에 세계 반도체 1등을 다시 찾도록 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당장은 이보다는 D램 부문 등에서 턱밑까지 쫓아온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벌리는 데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포부와 달리 삼성전자의 DS 사업 부문의 대외적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삼성전자가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었던 D램의 경우, SK하이닉스와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분기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매출 점유율은 38.2%로 선두를 지키기는 했다. 다만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점유율이 31.9% 집계, 삼성전자와 격차를 크게 좁혔다. 삼성전자와 격차는 6.3%로 이는 10년 이래 최저치다. 또한 SK하이닉스가 D램 시장에서 30% 넘는 점유율을 기록한 것도 10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와 비교해 실적 방어에 좋은 성과를 내면서 점유율을 좁힌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2분기 D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했다. 반면 SK하이닉스 D램 매출은 같은 기간 51%의 감소 폭을 보였다.
HBM 먹거리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선발주자인 기술, 수주 측면에서 SK하이닉스를 따돌리고 우위를 점하는 것도 핵심 과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5세대 HBM 메모리인 HBM3E 개발에 성공한 뒤, 고객사 엔비디아에 샘플을 공급하는 등 AI용 메모리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당시, 현재 "내년에 생산할 HBM3 및 HBM3E 메모리 물량이 이미 모두 선제적으로 판매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3E 개발 후, 샘플 공급을 3분기에 진행했다. 4분기 판매에 본격 돌입할 것이라 밝힌 만큼, 한발 뒤처진 상태다. 양산은 내년 상반기로 목표를 잡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전세계 반도체 1위 탈환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올해 상황만 지켜놓고 봤을 땐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라며 "그간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했던 D램 등에서의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내년도 D램 시장이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를 따돌리는 것이 삼성전자의 1위 탈환의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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