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클로즈업] KT와 LGU+, ‘진짜 2위’는 누구일까?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LG유플러스가 올해 9월 기준 KT를 제치고 ‘이동통신 2위’로 올라섰다. 통신3사 체제가 구축된 2002년 이후 21년만이다. ‘만년 3위’ 딱지를 뗀 LG유플러스에는 전례 없는 경사지만, 어쩐지 마냥 자축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번 순위 역전이 ‘순수’ 휴대폰 가입자를 늘린 결과는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2위 자리를 뺏긴 KT는, LG유플러스가 ‘사물인터넷(IoT)’ 가입회선을 대량 확보했을 뿐 ‘휴대폰’ 가입회선에서는 여전히 당사가 2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무선서비스 통계는 이동통신(MNO) 가입회선 종류를 ①휴대폰 ②가입자기반 단말장치 ③사물지능통신으로 분류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쓰는 휴대폰으로 통신하는 것은 휴대폰 회선으로, 태블릿PC나 스마트워치 등은 가입자기반 단말장치로 집계한다. 그리고 사물지능통신 즉 IoT 회선은 차량관제(텔레매틱스 등), 원격관제(원격검침·버스정보안내 등), 무선결제기 등으로 통신하는 경우 집계한다.
KT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최근 ‘IoT’ 그중에서도 단가가 저렴한 ‘원격관제’ 사업을 최저가 입찰로 대량 수주했고, 이 방법으로 가입회선을 급격히 늘릴 수 있었다.
휴대폰이든 IoT든 가입회선의 종류가 꼭 중요한 것일까? 적어도 KT는 그렇게 생각한다. 김영걸 KT 커스터머사업본부 상품기획담당 상무는 “휴대폰 회선은 개인당 월평균 사용 금액이 3만원대 수준으로 이걸 3사로 환산하면 23조원가량 되는 시장”이라며 “반면 원격관제 회선의 ARPU(가입자당평균매출)는 수백원으로 전체 시장 규모도 5000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3만원대 휴대폰 회선과 500원짜리 원격관제 회선이 회선 집계에 있어서는 똑같이 ‘1회선’으로 취급되는 것이 KT 입장에선 못내 억울한 것이다.
적어도 사업자 순위를 매긴다면 ‘IoT’가 아닌 ‘휴대폰’(+가입자기반 단말장치) 가입회선으로 측정하는 게 이동통신사의 정체성에도 부합하고 실제 사업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실질 지표가 될 것이라는 게 KT의 입장이다.
LG유플러스 입장은 물론 다르다. 원격관제도 엄연히 통신사의 기업서비스(B2B) 사업 중 일부이고, 특정 시장이 더 중요하거나 덜 중요하다고 선그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IoT를 굳이 폄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며 “IoT 시장도 하나의 중요한 B2B 시장인데, 사실 지금까지 디지코라고 해서 B2B 경쟁력을 강조해 왔던 것도 바로 KT”라고 짚었다. 또한 “LG유플러스가 원격관제 사업을 수주했다는 것은 어쨌든 정상적 범위 안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IoT 시장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는 것은 KT도 인정한 바다. 김영걸 상무는 “지금까지의 원격관제 시장과 앞으로의 원격관제 시장은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KT는 좀 더 역량을 쌓고 고민해서 좀 더 고도화된 사업들, 기업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형태로 진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통신사의 전통적인 캐시카우인 ‘휴대폰’ 가입자를 기준으로 할 것이냐, 새로운 영역으로 넓힌 ‘IoT’ 가입회선까지 포함한 총 숫자를 볼 것이냐에 따라 KT와 LG유플러스 중 누가 진짜 2위 사업인지에 대한 대답이 갈리는 상황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시간이 지나고 통신사의 사업역량이 다각화될수록 더 이상 휴대폰 가입자만 가지고 경쟁력을 논할 순 없을 것이다. 그동안 ‘탈(脫)통신’은 통신3사의 공통적인 화두였고 ‘인공지능(AI)’ ‘디지털전환(DX)’ ‘엔터프라이즈’ 등 사업범위를 계속 넓혀온 것도 사실이다.
다만 당분간은 통신업계의 ‘진짜 2위’를 둘러싼 갈등과 신경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현재 ‘휴대폰’ 회선과 ‘IoT’ 회선을 구분해 각각 총합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통계 방식을 다변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기 다르게 산정될 점유율 결과를 어떻게 수용할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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