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IT] "휴먼, 자기소개 하세요"…AI 면접, 얼마나 진짜 같을까?
[디지털데일리 김보민 기자] 채용 시장에 인공지능(AI)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인간' 면접관의 한계를 보완하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채용 과정에 AI 면접을 속속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AI 면접은 얼마나 진짜 같을까. 다양한 면접 솔루션 중 최근 'AI 휴먼 면접관' 기능을 추가한 제네시스랩의 뷰인터HR을 체험해 봤다.
해당 솔루션은 LG전자, LG AI연구원, LG디스플레이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현대차, YG엔터테인먼트, 스마일게이트, 하나증권, TS한국교통안전공단, 병무청에서도 쓰이고 있다.
◆ 눈 깜빡이며 고개 끄덕이는 'AI 면접관', 역량별 질문 공세
AI 면접 준비는 간단했다. 방 한 켠을 깨끗하게 청소한 뒤 면접 복장을 착용하고, 카메라와 마이크가 장착된 노트북을 켜니 준비가 끝났다.
면접은 환경 점검과 유의사항 안내를 포함해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그 시간 내내 기자와 함께한 이는 AI 휴먼 면접관이었다.
AI 휴먼은 한국경제TV에서 활동하는 한 아나운서의 얼굴을 띠고 있었다. 기업들은 각 사의 대표이사나 면접 담당자 등의 얼굴을 본떠 AI 휴먼을 구현할 수도 있다.
AI 휴먼은 총 25개 문항의 질문을 쏟아냈다. 주로 문제 해결, 도전 의식, 변화 대응, 창의적 사고, 협업 경험 등 응시자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을 상황-행동-결과에 맞춰 물어봤다.
기자의 예상과 달리 AI 면접은 실제 대면 상황과 같이 긴장된 분위기 속 진행됐다. 각 질문에 답할 시간은 1분 30초로 제한됐고, 실제 압박 면접에서 나올 만한 꼬리 질문이 뒤따랐다.
일례로 '서로 다른 가치관이나 사고방식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에 대해 기자가 미흡한 답변을 내놓자 '생각이나 입장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요?'라는 탐침 질문이 이어졌다. 답하기 전 생각할 시간이 주어졌지만, 앞선 답변과 어떤 차별 포인트를 줘야 할지 고민이 들었다.
AI 휴먼은 영상 면접을 더 '리얼'(real)하게 만들었다. 각 질문을 직접 읽어줄 뿐만 아니라 눈을 깜빡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실제 기업 면접관과 같은 느낌을 줬다.
다만 사람과 같은 느낌은 미흡했다. 목소리는 아나운서처럼 또렷했지만, 억양이 다양하지 않아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응시자가 침묵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AI 휴먼은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어색함을 자아냈다.
◆ "당신의 점수는"…AI 기술로 장단점 분석 '뚝딱'
약 일주일 뒤 기자는 AI 면접 성적표를 받았다. 25개의 문항을 답하는 과정에서 AI는 기자의 말투, 목소리, 표정 등을 분석했다.
AI는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뿐만 아니라 각 기업에서 바라는 인재상을 토대로 BEI(행동사건면접) 역량과 소프트스킬을 평가한다.
BEI는 ▲디지털 사고능력 ▲기업가형 리더십 ▲애자일 리더십 ▲파괴적 마인드셋 ▲인간 중심 마인드셋 등을 평가한다.
기자는 BEI 역량 종합 평가에서 80.1점(100점 만점)을 받았다. 가장 뛰어난 역량으로는 '기업가형 리더십', 부족한 역량으로는 '파괴적 마인드셋'이 꼽혔다.
주로 구체적인 사례가 생각나지 않아 답변을 짧게 끝내버리거나, 동어 반복이 잦았던 항목에 대한 점수가 낮았다. 반면 세부적인 경험을 소개하고, 기승전결을 분명하게 했던 답변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도 '인간중심 마인드셋'과 '디지털 사고능력'은 비교적 우수한 점수를, '애자일 리더십'과 '디자인 마인드셋'은 미흡한 점수를 기록했다.
AI 면접은 조직이 필요로 하는 인재 역량에 따라 점수를 다르게 배정한다. 사회 구성원들의 니즈를 연구하는 직종의 경우 '인간중심 마인드셋'에, 새로운 혁신 서비스가 필요한 직종은 '디자인 마인드셋' 평가에 집중해 점수를 배정할 수 있다.
이번 면접은 특히 AI 휴먼 면접관이 있어, '벽을 보고 대화하는 것 같다'는 기존 영상 면접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AI 휴먼 면접관과의 교감은 응시자들이 자신의 의사소통 역량을 발휘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다만 실제 채용이 절실한 응시자라면 AI의 판단으로 합격·불합격이 정해지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 AI 면접에 대한 신뢰성 논란은 꾸준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어떤 데이터와 기준으로 평가 결과를 도출했는지 응시자 본인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500위 기업 가운데 15.9%가 AI를 활용한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AI 면접 솔루션 기업들은 커닝, 대리 응시 등 의도적인 부정행위를 감시하기 위한 AI 기술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기 시작했다. 일부 평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채용 시장에서 AI 혁신이 이어지려면 결국 공정성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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