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IT업계 ‘보수킹’ 배출한 카카오가 짊어져야 할 무게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카카오 공동체 노조가 첫 번째 집회를 연 지 약 3주만에 또다시 거리로 나왔다. 경영 실패에 대한 경영진 사과와 계열사들에서 잇달아 들려오는 희망퇴직 소식 등 고용 불안에 대해 사측의 적극적인 소통을 요구했지만, 상황이 진전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들은 한낮 기준 31도의 무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책임 경영 규탄 구호를 외치며 판교역 광장부터 H스퀘어까지 1시간가량 행진했다. 검은 옷을 입고 하얀 우산을 든 행진 물결 사이로는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겨냥해 가수 김범수 대표곡 ‘보고싶다’, ‘나타나’, ‘제발’이 연달아 반복 재생됐다.
이날 노조 측은 회사가 경영난으로 고용 불안을 겪고 있지만 카카오 경영진은 실패에 대한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월 10년차 이상 고연차 직원들에게 이·전직을 권하는 ‘넥스트 챕터 프로그램(NCP)’을 실시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카카오게임즈 손자회사 엑스엘게임즈도 인력 감축을 위해 최근 희망퇴직을 받았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이미 일부 조직에서 희망퇴직이 시작된 데 따라 권고사직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나온다. 반면, 카카오 전현직 경영진들은 업계 전반에서도 높은 수준 보수를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정보기술(IT) 및 게임업계를 통틀어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사람은 남궁훈 카카오 전 대표(현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상근고문)였다. 카카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남궁훈 전 대표는 올 상반기 급여 2억5000만원,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이익 94억3200만원 등 총 96억83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남궁 전 대표 다음으로 연봉이 높았던 경영진은 26억9300만원을 수령한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대표다. 물론 이 금액은 카카오엔터로부터 받은 순수 급여보다는 스톡옵션 행사로 얻은 이익 26억1800만원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사내 상황과는 분명한 온도 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경영진 보상이 많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며 경영진은 다 노동자의 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서승욱 지회장이 비판하는 것은 경영진이 실패해도 계열사로 이동하거나 스톡옵션을 행사해 보상을 보장받는 것과 달리,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야 하거나 업무가 없어지거나 방치되고 있다는 지점이다.
김범수 센터장을 향해 ▲(책임지는 모습이) 보고싶다 ▲(크루들 앞에도) 나타나 ▲제발(초심으로 다시 돌아오길 바랄게)을 노래한 직원들에 이제 카카오도 답가를 불러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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