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도매의무 상설화 추진하는 정부, 국회는 “관성적 정책 탈피해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부가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 일환으로 지난해 일몰된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의 연장을 추진 중인 가운데 국회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도매제공 의무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있는 한편,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관성적 의무 연장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이정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기간을 한차례 연장하고 도매대가 규제는 폐지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도매제공 의무는 통신사가 알뜰폰 사업자에 의무적으로 통신망을 제공(임대)해줘야 한다는 것으로, 통상 시장지배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주어진다. 도매제공 의무는 한시적 일몰제로 도입됐지만, 지난 12년간 3차례 연장됐다가 작년 9월22일자로 일몰됐다.
이정문 의원이 발의한 이번 법안은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기간을 우선 한차례만 연장하고, 이후 의무를 연장하고자 할 때는 정부가 실태조사 및 성과지표에 따라 그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했다. 구체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이 매년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 지정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연차별·단계별 성과목표 및 성과지표를 설정하고, 그 달성 여부를 측정하기 위해 통신시장 경쟁상황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매년 실시해 국회에 제출 및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일몰이 계속해서 연장됐던 것은 알뜰폰 시장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는 정부의 자체 판단에 의거한 것이었다. 더욱이 알뜰폰 업계는 한시적 일몰제로는 도매제공의 불확실성이 크다며 일몰을 폐지하고 오히려 상설화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지난 6일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그 일환으로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 상설화’를 추진방안 중 하나로 제시했다.
하지만 그간 정부가 알뜰폰 시장에 대한 구체적 목표나 근거 없이 관성적으로만 도매제공 의무를 연장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지난 2021년 11월 이후 알뜰폰 가입자 수가 1000만을 넘어가면서 알뜰폰 사업자들의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기준과 그 기준에 근거한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도매제공 목적이 달성됐다고 판단되는 경우 의무 지정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때 목적 달성의 판단 기준이 명시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현재 정부가 매년 하고 있는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등을 통해 가능은 하다”면서 “좀 더 명확한 조항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선 도매제공 의무를 둘러싸고 의원들마다 의견이 제각각이다. 일몰제를 폐지하거나 일몰기한을 삭제한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안과 김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안과 달리, 박완주 의원(무소속)은 도매제공 의무 조항을 삭제한 법안을 발의했다.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를 한차례만 연장하는 법안을, 윤두현 의원(국민의힘)은 시장 경쟁상황 등 평가 결과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최대 2년간 도매제공 의무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을 냈다.
업계도 서로 주장이 부딪친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 도매대가에 대해 정부가 개입해 사전규제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며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알뜰폰 업체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계속 사업자들을 보호하는 정책만 하다 보면 실제 시장 경쟁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도매제공 의무 일몰 규정을 폐지하고 상설화 해야만 장기적으로 설비에 투자를 할 수 있는 풀MVNO가 등장할 수 있다”며 “정식 법제화를 통해 알뜰폰 사업자들의 사업 연속성을 확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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