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TF] ㉓ AP시스템, 삼성 반·디 동반자…"태양광·배터리 진출"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제조분야의 산업적 가치가 중요해졌고, 그에 따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산업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아시아 지역의 변화와 유럽연합(EU)의 적극적인 공세로 인해 우리나라는 제품만 생산해내는 위탁국가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해외 정세에도 흔들림 없는 K제조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밑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소부장 강소기업 육성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부장 미래포럼>은 <소부장 TF>를 통해 이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총체적 시각을 통해 우리나라 소부장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숙제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비교적 공급망 내재화가 잘 이뤄진 디스플레이에 이어 반도체도 국산화 바람이 불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 전후로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려는 대기업 계열사와 사세 확장을 노리는 협력사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영향이다.
국내 장비 제어 1세대 엔지니어로 꼽히는 정기로 APS홀딩스 회장이 1994년 설립한 AP시스템은 이같은 길을 걷고 있다. AP시스템은 초기 장비 제어 소프트웨어(SW) 사업(당시 앤콤정보시스템)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다. 2000년대 들어 액정표시장치(LCD) 장비를 출시하면서 디스플레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0년대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설비를 개발 및 생산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AP시스템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주요 고객사다. 삼성디스플레이가 2010년 중후반 중소형 OLED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회사도 급성장했다. 주력 제품은 레이저어닐링(ELA)과 레이저리프트오프(LLO) 장비다. ELA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기판 생성할 때 쓰인다. LTPS는 픽셀 밝기를 조절하는 박막트랜지스터(TFT)다.
ELA 장비로 비정질실리콘(a-Si)에 엑시머레이저를 조사하면 a-Si이 녹았다가 재결정되면서 LTPS로 바뀐다. 엉성한 배열의 실리콘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는 과정이다. LTPS는 a-Si보다 100배 이상 전자이동도가 빨라 고화질 구현에 유리하다.
LLO는 OLED의 리프트오프 공정을 담당한다. 유연한(플렉시블) OLED는 유리기판(캐리어 글라스)에 폴리이미드필름(PI)를 코팅한 뒤 만들어진다. 유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PI 소재를 활용한다. 이후 주요 공정이 끝나면 PI와 캐리어 글라스를 분리해야 한다. 이때 LLO가 자외선(UV) 파장의 레이저와 라인빔 광학계를 사용해 둘을 떼어낸다.
다만 디스플레이 업황이 안 좋아지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전시켜준 건 2000년대 초 개발한 급속열처리장비(RTP)다. 이 제품은 반도체 웨이퍼 보호막인 산화막을 입히는 공정에 쓰인다. 산화막은 회로 간 누설전류를 차단한다. 이온주입 공정, 식각공정 등에서는 방지막 역할을 맡는다. 히터 램프를 통해 400도 이상 열을 급속으로 가한 뒤 빠르게 식히면서 웨이퍼 표면을 평평하게 만든다.
초반에는 낸드플래시용으로 제작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가 사실상 독점하면서 들어갈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2015년 전후로 삼성전자에 낸드용 RTP 납품을 본격화하더니 2019년부터는 D램용 RTP까지 제공하게 됐다. 낸드용 대비 약 2배 비싼 것으로 파악된다.
AP시스템은 메모리에 이어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공장에도 RTP를 투입할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국내외 파운드리 라인을 확장하는 만큼 AP시스템에도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외에도 SK하이닉스, 중국 반도체 기업 등에도 일부 공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 먹거리로는 태양광, 2차전지 등을 낙점했다.
자체 보유한 레이저 기술을 토대로 태양전지 웨이퍼 에칭 공정에 쓰이는 장비를 개발하고 한화큐셀에 납품한 상태다. 한화큐셀은 한국과 미국 등에 공격적으로 태양광 투자를 단행 중이다. AP시스템 제품은 한화큐셀의 탠덤 셀 라인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탠덤 셀은 기존 실리콘 셀 위에 차세대 태양광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 셀을 쌓아 만드는 전지다. 실리콘 단일 셀(29%)보다 한계 효율이 1.5배(44%) 높아 고부가제품으로 평가받는다.
2차전지에서는 계열사 디이엔티와 힘을 모은다. 디이엔티는 2차전지용 레이저 노칭 장비를 개발한 회사다. 노칭은 전극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양·음극판을 적절한 길이로 자르고 다듬는 작업이다. 레이저 기반 설비는 기존 칼날(프레스) 방식 대비 처리 속도가 빠르고 이물 발생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AP시스템은 레이저 노칭 장비 생산을 담당하는 동시에 디이엔티 기술력을 바탕으로 2차전지 관련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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