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최적요금제 입법 속도…“통신비 절감” vs. “중복 투자”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국내 통신사가 가입자에게 최적의 요금제를 의무적으로 고지하도록 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됨에 따라 입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부 역시 이와 같은 ‘최적요금제’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법제화는 시간 문제라는 평가다. 다만 통신사업자들은 중복 투자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 최적요금제 법안 발의 본격화…정부도 호응
15일 국회에 따르면 김희곤 의원(국민의힘)은 최적요금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제32조의2 제2항에 ‘통신사업자는 이용자와 전기통신서비스 제공계약을 체결할 때 이용자 서비스 수요와 이용 행태 등을 고려해 최적화된 통신서비스 요금제를 알려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앞서 김희곤 의원은 최적요금제 도입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개정안에 담아 추진시키려고 했다가, 통신서비스를 다루는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규율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검토 의견에 따라 추가 발의를 한 것이다. 현재 단통법 개정안은 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어간 상태다.
정부도 최적요금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오는 9월 법제처에 제출할 예정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최적요금제 고지 의무를 담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과방위 법안심사소위는 정부안을 토대로 의원안을 병합심사해 최종안을 의결할 가능성이 높다.
◆ 복잡해진 요금 구간…최적요금제가 대안 될까
최적요금제는 통신사가 데이터 이용량과 계약 조건, 결합 상품·부가서비스 이용 현황 등을 고려해 가입자에게 가장 적합한 요금제를 고지하는 제도다. 최적요금제 고지는 유럽연합(EU) 주요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EU는 2018년 유럽전자통신규제지침(EECC)을 개정하면서 통신사를 상대로 1년마다 최적요금을 고지하는 의무를 부여했다.
최적요금제 필요성은 상당수 이동통신 가입자가 자신의 데이터 사용량 이상의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 데서 제기됐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 이용정보 사용자 조사’에 따르면 5G 이동통신 이용자의 44.3%가 데이터 제공량보다 실제 사용량이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도 57.8GB에 그쳤다.
최근에는 통신3사가 중간요금제를 비롯해 청년·시니어 특화 요금제 등 5G 요금 개편을 잇따라 함에 따라 요금제 선택권이 훨씬 다양해진 상황이다. 예를 들어 통신3사가 새로 선보인 50GB 구간 중간요금제는 월 6만원대인 반면 무제한 요금제는 8만원 이상이다. 최적요금제를 알지 못하면 자칫 1~2만원가량 더 비싼 요금제를 계속 쓸 수도 있다.
◆ “이용자의 합리적 선택 유도” vs. “중복 투자”
최적요금제 도입 취지만 놓고 보면 정부는 물론 국회에서도 여야간 이견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건오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은 “요금체계 복잡성이 한층 증가하는 상황에서 개정안은 이용자가 요금제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고 본인의 사용량에 따른 합리적 요금을 선택하도록 돕기 위한 것으로 그 취지에 공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통신사업자들은 난색을 표한다. 통신3사 홈페이지는 물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OTA)와 과기정통부가 2012년 구축한 ‘스마트초이스’ 사이트에서 이미 사용자에게 요금제 추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복 투자가 될 수 있단 지적이다. KTOA 관계자는 “스마트초이스는 정부 재원을 받아서 매년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최적요금제에 대한 니즈는 스마트초이스 고도화로도 충분하다”면서 “사업자 입장에서도 별도 최적요금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또 다시 재원이 들어가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는 요금제가 훨씬 복잡한 편이기 때문에 이용자가 과연 최적요금제에 만족할 수 있을지도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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