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 단기적으로 반도체 산업에 영향 없다”…왜? [소부장반차장]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최근 인공지능(AI) 덕분에 반도체 산업이 좋아질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챗GPT의 보급으로 실제 엔비디아, SK하이닉스의 주가도 많이 올랐고요. 장기적으로는 분명히 AI가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겠지만, 올해 단기적인 전망으로 볼 때는 (성장을 이끌어나갈) 가능성이 적다는 겁니다.”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은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2023년 하반기 산업 전망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날 반도체 및 전기·전가 전망 발표를 맡은 김양팽 산업연구원 신산업실 전문연구원은 이와 같이 말했다.
올 상반기 국내 반도체 수출은 447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5.1% 급락했다. 하반기 예상치는 524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2.8% 역성장해 낙폭이 다소 줄어들겠지만 두 자릿수 감소세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한 해 국내 반도체 수출액 예상치는 972억달러다. 반도체 수출액이 1000억달러 아래로 머무르는 것은 2020년 이후 처음이다. 2021년, 2022년 모두 1200억달러를 넘어선 것과도 대조적이다.
반도체는 국내 수출에서 20%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수출 품목으로, 반도체가 흔들리면 국내 수출 전체가 휘청이는 구조다. 김양팽 연구원은 “지난 2017년 반도체 ‘슈퍼 사이클’ 이후 반도체 단가와 판매량이 모두 늘며 전체 수출에서 20%를 차지하게 됐고, 그 후로 쭉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면 전체 수출에 영향을 끼친다”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수출 대비 수입 감소가 늘어나면서 무역수지 적자는 2023년 연간 35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날 김양팽 연구원은 AI가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지만, 당장 하반기 전망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김양팽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이 성장하는 데 제일 큰 역할을 했던 것은 1980년대엔 PC였고, 2000년대엔 인터넷이었다. 2010년대에는 스마트폰이었고 현재는 PC,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 이렇게 세 축이다. 앞으로는 AI가 주요 산업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지만 당장 올해에는 AI 열풍이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 김양팽 연구원은 몇 년 전 비트코인 열풍과 비교하며 설명했다. “비트코인은 열풍이 불자마자 개인 단위로도 (채굴 등을 하기 위해) 폭발적인 하드웨어 수요가 있었다. 그렇지만 개인이 AI를 만들 것이라며 AI 시스템을 구축하지는 않지 않냐. 이런 점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작년부터 계속된 글로벌 경기 침체, 이로 인한 개인 소비심리 둔화 및 정보기술(IT) 기기 교체 시기 지연, 재고 증가로 인한 메모리반도체 단가 하락 지속 등도 부정적인 요인 중 하나다.
다만 김양팽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AI는)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데이터를 생성하고 보관했다면 이제는 기계가 스스로 반복 학습을 통해 데이터를 만드는 것인데, 그 데이터를 보관 및 처리하기 위해서는 반도체가 더 많이 사용될 수 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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