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티빙 양지을 대표 물러난다…적자 위기에 조직쇄신론 부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티빙 양지을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잇따른 실적 부진으로 회사 안팎에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양 대표의 사임을 기점으로 강도 높은 조직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양지을 대표는 이달 말까지만 대표직을 수행하기로 하고 남은 연차 소진에 돌입한다. 신임 대표는 미정이나 현재 논의 중인 상황이다.
양 대표는 2020년 6월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티빙을 이끌어 왔다. 같은해 10월 티빙이 CJ ENM에서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이후에도 대표직을 이었다. 2021년 3월부터는 이명한 전 대표(콘텐츠 부문)와 공동대표를 지냈다가 2022년 5월 이후 다시 단독대표를 했다. 양 대표는 독립법인 출범을 기준으로 올해 10월 임기 3년을 앞두고 있던 차다. 양 대표의 향후 거취는 정해지지 않았다.
양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임 배경에는 대표 본인의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선 티빙의 누적된 적자 구조 심화로 인해 수장 교체를 통한 조직 쇄신이 본격화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티빙은 2020년 10월 CJ ENM으로부터 분사한 뒤 자립에 나섰지만 줄곧 적자를 면치 못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경쟁 심화와 콘텐츠 제작·수급비용 급증으로 막대한 투자를 하게 되면서다. 티빙은 오는 2025년까지 1조원 규모의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투자 규모에 비해 유료 가입자 실적이 이를 따라오지 못하면서 갈수록 적자 규모를 키우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빙은 지난해 11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 61억원, 2021년 762억원에 이어 적자폭이 계속 커지는 추세인데다 국내 주요 OTT 업체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영업손실을 보이고 있다.
양 대표는 그동안 회사의 부진한 실적에 대해 콘텐츠 산업 특성상 장기적 안목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지난 3분기 회사 컨퍼런스콜에서는 “내년(2023년)부터 시즌과의 합병 성과가 가시화되는 등 의미 있는 손익 개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올해를 채우지 못한 채 회사를 떠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티빙 모회사인 CJ ENM이 재무통이자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진 구창근 대표를 지난해 10월 선임한 것을 연계해 보기도 한다.
양지을 체제 티빙은 그동안 굵직한 사업 확장을 계속해 왔다. 독립법인 출범 이후 모회사인 CJ ENM뿐 아니라 SLL(스튜디오룰루랄라중앙), 네이버, JC파트너스 자회사인 제이씨지아이(JCGI) 등의 투자를 받으면서 공격적인 확장 정책을 펼쳤다. 지난해에는 KT 시즌을 흡수합병하면서 KT스튜디오지니와도 지분을 섞었다. 최근에는 내수 시장 중심의 수익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진출을 본격화 하면서 미래성장동력을 찾았다.
한편, 티빙 관계자는 “(양지을 대표의 사임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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