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아세안 시장에서 한국 전기차 점유율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반면 값싼 중국산 전기차의 점유율은 크게 증가했다. 아세안 공략에 정부와 기업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아세안(ASEAN) 수입 전기차 시장의 2019년~2021년 주요국 점유율 추이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점유율이 2019년 43.2%(1위)에서 2021년 8.2%(3위)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수입액도 5600만달러에서 2400만달러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아세안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10개국 연합체다. 전세계 인구의 8%(6억7000만명)을 보유한 거대 경제권이자 한국의 2위 수출 시장이다. 아세안 수입 전기차 시장은 2019년 1억3000만달러였지만 2021년 3억달러로 2배 이상 오르는 등 성장 속도도 빠르다. 한국의 아세안 시장 점유율 감소를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중국의 점유율 2019년 25.7%에서 2021년 46.4%로 급등하며 한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대한상의는 “아세안 국가들의 전기차 보급 의지가 점차 강해지는 반면 국민들의 구매력은 이에 못 미친다”며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 메리트가 강하게 작용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점유율 역전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이뤄진 점도 주목했다. 해당 시기 중국이 아세안에 주요 의료물품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2021년 중국-아세안 대화수립 30주년 기념 정상회의 등으로 상호 협력 분위기가 강화된 것 등이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란 시각이다.

아세안 10개국 중 수입액 1000만달러 이상의 국가는 ▲태국(1억3000만달러) ▲싱가포르(8000만달러) ▲말레이시아(4000만달러) ▲인도네시아(3000만달러) 등 4개국이다. 이들 국가는 전체 수입액의 95%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한국은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3개국에서 점유율이 하락했다. 가장 큰 시장인 태국 내 점유율은 2019년 3.2%에서 2021년 0.03%, 싱가포르에서는 72.7%에서 7.8%로 고꾸라졌다. 말레이시아 점유율도 2.1%에서 0.1%로 급락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이 꾸준히 시장을 조사하고 현재 판매법인을 설립하며 공을 들인 인도네시아에서는 점유율이 19.4%에서 63.2%로 급증했다. 아세안 지역 내 한국의 점유율 감소를 단순히 가격 경쟁력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한국이 저렴한 중국 전기차에 고전하는 동안 또 다른 경쟁국인 독일은 2019년 1.3%였던 점유율을 2021년 34.1%로 크게 키웠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풍부한 광물자원과 인구를 보유하고 전기차 전환 수요가 강한 아세안 시장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합리적 가격의 수출용 차량 개발과 각국 전기차 전환 정책에 따른 대응 등 정부 차원의 뒷받침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