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SK온 이어 LG엔솔과 美 합작사 설립

- 2025년부터 현지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 가동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이건한 기자] 한국 전기차·배터리 업계가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현대차그룹을 필두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엘앤에프 등이 손을 잡는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성과가 기대된다.

26일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그룹과 북미 배터리 합작법인(JV)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5조7000억원을 투입해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라인(HMGMA)이 위치한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생산시설을 공동 구축하기로 했다.

해당 공장 생산능력(캐파)은 30기가와트시(GWh)다. 100킬로와트시(kWh)급 고성능 순수전기차를 연간 30만대 제작할 수 있는 규모다. 2025년 완공 예정인 HMGMA와 비슷한 시기에 가동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배터리셀은 현대모비스가 배터리팩으로 조립해 HMGMA를 비롯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등으로 보내진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SK온과도 미국 내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마찬가지로 조지아주에 마련되며 투자금은 6조6200억원 수준이다. 신공장 캐파는 35GWh로 30만대 내외 전기차를 담당할 수 있다. 2025년 하반기부터 돌아가게 된다.

2건의 JV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함께 미국에서 뽑아내는 전기차는 연간 6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들의 동맹에는 국내 소재 및 장비 기업도 힘을 보탠다. 배터리 원가에서 약 40%를 차지하는 양극재는 엘앤에프가 제공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엘앤에프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장기계약을 맺는 등 끈끈한 관계를 이어온 가운데 현대차그룹과도 꾸준히 협업을 추진해왔다는 후문이다. 엘앤에프로서는 테슬라에 이어 또 다른 전기차 선두권 기업과 거래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배터리 장비업계도 장밋빛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경우 직접 또는 완성차업체와 JV를 통해 연이어 북미 증설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현대차 관련 배터리 공장까지 추가되는 것이다. 통상 10GWh당 1조원 이상 들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6조원 내외 장비 수주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달리 국산 설비 비중이 높은 만큼 국내 업체에 큰 수혜가 확실시된다.

IRA 측면에서도 기대감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65.0%), 포드(7.6%)에 이은 점유율 3위(7.1%)를 기록했다. 당초 2위가 유력했으나 현지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 영향으로 작년 4분기 판매량이 감소해 3위로 밀려났다.

문제는 올해부터였다. 일부 내연기관차 라인을 전기차용으로 전환했으나 경쟁사 대비 턱없이 부족했다. 배터리 공급망이 형성되지 않은 점도 발목을 잡았다. 이에 HMGMA를 서둘러 설립하기로 한 데 이어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JV 세운 것이다.

내년까지는 다소 부진할 수 있으나 2025년 이후부터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2사는 선제적으로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운영한 노하우를 앞세워 현대차그룹의 북미 사업을 돕겠다는 의지다. 아울러 두 회사는 IRA에 따른 생산세액공제(AMPC) 규모를 늘려 실적 개선을 이뤄낼 수도 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글로벌 전기차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전동화 체제로 전환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합작공장 설립을 통해 글로벌 전기차 대전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