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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수난시대] “부담보다 책임 느껴” 고사 위기에도 이들이 포기않는 이유

이나연 기자

삼쩜삼과 로톡 서비스 [사진=각 사]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제2의 타다’ 사태로 묶이는 신구산업 간 갈등 양상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전 기사 참조 [플랫폼 수난시대] ‘제2의타다’ 기로에 선 新플랫폼이 말하는 신구산업 갈등> 기존 업계로부터 압박받고 규제에 묶인 신산업 플랫폼들은 모두 정부로부터 합법성을 인정받은 서비스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얼마나 정당성을 갖췄는지에 관계없이 충돌은 계속됐다.

결국 이들 기업은 혁신적인 시도로 사업을 확장할 시간을 오롯이 자신들의 결백을 증명하는 데 써야만 했다. 한때 고사 위기에 처했을 정도로 큰 위기를 겪은 플랫폼들이 여전히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디지털데일리>는 당사자들로부터 현재진행형인 규제 이슈에 관한 생각과 향후 목표 등을 들어보기 위해 자비스앤빌런즈 공동창업자인 신동민 부사장과 로앤컴퍼니 공동창업자인 정재성 부대표와 서면 대담을 진행했다. 이들 기업은 세무업계와 법률업계 부문에서 각각 신구산업 갈등 상징이 된 플랫폼 운영사다.

Q. 기존 산업과 갈등 중인 전문직 서비스 플랫폼의 아이콘이 된 게 한편으로는 부담스럽지 않나요? 세무대행과 법률 서비스 플랫폼 선두주자 사업자로서 신구산업 갈등 이슈에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어떤 의의와 책임을 진다고 보나요?

▲(신동민 자비스앤빌런즈 부사장) 부담보다는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삼쩜삼이 1500만명이 이용하는 국민 세무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삼쩜삼 서비스 가치, 효능을 소비자들이 높게 평가해 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삼쩜삼은 세무사들과 상생 모델 개발 등 갈등 최소화 노력을 지속하면서, 지금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려고 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삼쩜삼과 같은 전문직 서비스 플랫폼은 소비자를 위한 혁신, 진화가 곧 생존 전략입니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삼쩜삼은 갈등보다는 국민 편익 증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을 대표한다고 생각합니다. 삼쩜삼 주요 고객들은 프리랜서, 긱워커(디지털 플랫폼 등을 통해 단기로 계약 맺고 일회성 일을 맡는 등 초단기 노동을 제공하는 자) 등입니다. 즉, 연간 3000만원 이하 소득으로 정의된 고객들이 87.5%에 달하죠. 이들 중에는 그동안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는지 몰랐던 분도 있고,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을 알지만 세무사를 찾아가거나 수임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애써 외면한 분도 있습니다. 삼쩜삼 서비스는 이처럼 세무 사각지대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로 시작했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플랫폼 운영 약속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재성 로앤컴퍼니 부대표) 부담보다는 문제를 잘 해결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 좋은 선례로 남아야겠다는 책임감이 더 큽니다. 회사가 겪고 있는 일은 단순히 ‘로톡’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나라 곳곳에서 많은 기업이 겪고 있고 해답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로톡이 이익 단체와 겪는 문제에서 가장 앞줄에 서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저희가 무너지면 고군분투하고 있는 다른 스타트업도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 무너지면 안 된다는 각오로 끝까지 버틸 생각입니다. 각자 분야에서 혁신을 만드는 동료 스타트업 응원도 큰 힘이 됩니다. 리걸테크업계 발전을 위해서도 저희 역할이 중요합니다. 합법 서비스임에도 대한변호사협회 일부 집행부로 인해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이미 벌어지고 있는 해외 리걸테크와 기술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국에서 결코 리걸테크의 밝은 미래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Q. 다양한 영역에서 비슷한 충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로서 과거부터 꾸준히 신사업과 기존 사업 간 갈등 이슈가 계속되는 상황을 어떻게 보나요?

▲(신동민 자비스앤빌런즈 부사장) 앞으로 혁신적인 서비스는 더 많이 나올 텐데, 그 과정에서 직역 단체와의 갈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직역 단체들은 공익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권리가 보장됐습니다. 혁신 서비스에 대한 평가 기준도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혁신 서비스가 공익에 기여하면. 전문 지역 단체들도 혁신 서비스와 상생을 도모하는 것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입니다. 정부 규제 기준도 공익 기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러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정책으로의 변화, 규제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은 글로벌 서비스나 빅테크 기업 탄생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정재성 로앤컴퍼니 부대표) 신사업과 기존 사업 간 발생하는 문제는 업계 발전과 스타트업 성장을 막는다는 점에서 안타깝지만, 국민 편익과도 무관하지 않기에 더욱 우려가 큽니다. 지난 3월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인 유니콘팜에서 법률·의료·세무 플랫폼 이용자들이 참석해 전문직 플랫폼을 통해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는지, 왜 필요한지를 이야기하는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당시 실제 로톡을 써보신 이용자는 “로톡이 없었다면 변호사 상담을 받아볼 엄두를 못 냈을 것”이라며 “국민들의 선택권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전문직 플랫폼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신사업과 기존 사업 문제는 국민 편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생각해야 합니다. 기존 사업자 일부가 반대한다고 해서 국민에게 도움 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면 우리 사회에 신사업이 등장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상황은 국민들도 이해하기 힘들 겁니다.

Q. 해외는 다양한 지원을 통해 신사업 혁신을 적극 장려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한국은 오늘날에도 관련 움직임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특히,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있긴 하지만 스타트업계에서는 실효성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도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신동민 자비스앤빌런즈 부사장) 과거 경쟁은 기술 고도화가 핵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경쟁은 기술 고도화에 더해 혁신 속도가 중요한 변수로 자리 잡았습니다. 정부 정책 결정은 신중해야 하나, 그 속도가 산업계 혁신을 따라오지 못한다면 정책 결정 과정도 규제로 인식될 것입니다. 더불어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혁신은 투입과 산출의 단순한 산술적인 계산과 다릅니다. 기술과 경험 축적이 만드는 기적과 같은 것입니다. 다른 나라 글로벌 서비스, 빅테크 기업 탄생 경험도 이를 증명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스타트업 실패 경험을 높게 평가하고, 이룩한 기술 혁신과 경험 축적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정책도 적극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재성 로앤컴퍼니 부대표) 사실 로앤컴퍼니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로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존 법령이나 규제로 인해 안 되는 것을 일정 기간 허용해 주는 것인데, 로톡은 ‘합법’ 서비스기 때문에 그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희는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금지하는 협회를 막아달라고 하는 상황입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변호사협회는 매년 봄에 테크쇼(Techshow)라는 행사를 열어 변호사에게 리걸테크 기업들이 선보이는 최신 기술을 소개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변호사협회에서는 변호사 행위 규범 등도 함께 제시하는데, 변호사에게 기술적인 역량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의무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변호사에게 기술 활용 중요성을 강조하고, 적극 받아 들이게 하는 환경을 마련합니다. 리걸테크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부러운 모습입니다. 국내도 이제 기술에 대해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고, 시장에 잘 적용해서 기술적 효용을 높이고 시장 규모를 키우는 방향으로 속도감 있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규제 이슈가 어떻게 해결되길 바라는지와 더불어 향후 목표와 중장기적인 비전이 듣고 싶습니다.

▲(신동민 자비스앤빌런즈 부사장) 규제 혁신 목적은 국민 편익 증진입니다. 정부·전문직 단체·기업 등 모든 규제 이슈 이해관계자가 국민 편익 증진에 고민의 초점을 맞춘다면, 이 문제는 잘 해결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삼쩜삼 서비스의 향후 목표도 국민 편익 증진입니다. 앞으로 명실상부한 ‘국민 세무 서비스’로 자리매김해 전 국민이 지금보다 쉽고 편리하게, 또 저렴하게 전문 세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삼쩜삼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할 것입니다. 동시에 소비자 단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세무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 사업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정재성 로앤컴퍼니 부대표) 로톡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이 규제 이슈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만,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보 비대칭이 극심한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로톡의 가장 큰 가치는 국민들의 사법 접근성을 높였다는 것, 변호사에게도 높은 홍보 문턱을 낮췄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혁신 서비스가 만들어낸 편익과 가치를 우선적으로 살피고,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처음 창업 때와 변함없이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변화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기술을 활용해 변호사 업무 효율과 시간당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솔루션도 꾸준히 개발하고 선보일 예정입니다. 최근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한 인터뷰에서 “AI가 오히려 법률 전문직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공감하는 부분이 큽니다. AI 기술을 잘 활용한다면 변호사 업무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로톡에 도입한 ‘AI 스캔’도 변호사 업무 효율 개선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추가된 기능입니다. 해당 기능을 통해 변호사는 의뢰인이 상담 전 작성하는 상담글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요약된 문장으로 볼 수 있고, 상담글에 대한 예상 법률 분야도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상담글을 읽고 필요한 내용을 변호사가 다시 정리하고 살펴보는 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면, 상담글을 읽고 AI 스캔을 통해 주요 내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 상담 준비 과정이 크게 줄어드는 한편, 더 빠르고 효율적인 상담이 가능해졌습니다.

서비스 확장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리걸테크가 로톡과 같이 변호사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뿐만 아니라, 법률 정보 제공·판례분석·업무 관리 솔루션·전자증거개시·법률 문서 검토 및 작성·온라인 분쟁 해결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 해외에서 발전하는 모든 서비스를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국내법을 준수해 그에 맞는 사업 영역으로 확장할 계획이고, 해외에 많이 뒤처진 만큼 더 빠르게 속도 내서 국민과 변호사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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