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웹툰과 규제上] 아마존·애플도 뛰어드는 웹툰…한국은 규제 발목 우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아마존에 이어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이 일본을 시작으로 웹툰 시장에 손을 뻗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한국 기업이 먼저 기반을 다져온 글로벌 웹툰 시장에 지각변동이 나타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는 ‘검정 고무신’ 사태를 계기로 저작권 분쟁 당사자로 지목된 출판업계뿐만 아니라, 웹툰 플랫폼까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는 상황이다. 한국 웹툰 플랫폼업계가 산업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국내외 업계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마존·애플은 왜 웹툰 시장에 참전했나=지난달 7일 아마존은 일본에서 ‘아마존 플립툰’이라는 웹툰 서비스를 출시했다. 아마존 킨들 스토어에 접속하면 100여개 작품을 일본어로 볼 수 있다. 눈여겨볼 점은 제공되는 콘텐츠들이 키다리스튜디오·레진엔터테인먼트 등 대부분 국내 업체에서 연재되는 웹툰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아마존은 일부 회차만 무료로 제공하고, 이후 회차는 유료 구매해야 볼 수 있거나 일정 시간을 기다려야 무료 열람이 가능한 ‘기다리면 무료’ 수익모델을 도입했다. 이 모델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먼저 시작해 적극 활용하고 있는 수익모델이기도 하다.
같은 달 14일 애플 전자책 플랫폼 애플북스도 일본 이용자를 겨냥해 ‘세로 읽는 만화(다테요미만가)’ 페이지를 신설했다. 세로 읽는 만화는 위에서 아래로 스크롤 하는 형식 웹툰을 뜻한다. 세로 읽는 만화 페이지에는 국내 웹툰 전문 스튜디오인 케나즈가 20여개 이상 오리지널 웹툰 콘텐츠를 독점 제공할 예정이다.
빅테크들이 너도나도 웹툰 서비스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이 시장 성장세가 빠른 속도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스페리컬 인사이트 앤드 컨설팅은 글로벌 웹툰 시장 규모가 지난 2021년 47억 달러(한화 약 6조2000억원)로, 연평균 40.8%씩 성장해 오는 2030년 601억 달러(한화 약 8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페리컬 인사이트 앤드 컨설팅은 “웹툰은 이미 짧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스낵 문화 주요 콘텐츠로 자리 잡았고, 진입장벽도 높지 않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밖에선 빅테크와 싸우고 안에선 규제 눈치…마냥 웃을 수 없는 국내 웹툰 플랫폼=아마존과 애플이 웹툰 플랫폼에 진출하며 국내 웹툰 제작사·플랫폼들과 협업을 시작하는 것은 관련 업계에 분명한 호재다. 해외 플랫폼을 통해 많은 웹툰 지식재산권(IP)이 유통될수록 여러 측면에서 당연히 더 큰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사가 본 무대인 북미 시장에서 본격적인 웹툰 사업을 추진할 경우, 국내외 웹툰 시장을 주도하는 ‘K-웹툰’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더군다나 국내에서는 지난 3월 출판업체와 저작권 법적 분쟁을 이어오던 ‘검정 고무신’ 이우영 작가가 별세한 것을 계기로 ▲출판 ▲웹툰 ▲영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주요 콘텐츠 유통업계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2년 넘게 국회에 계류됐다가 이른바 ‘검정고무신 사태 방지법’으로 재탄생한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안(이하 문화산업 공정유통법)’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던 창작자 권리를 보호하고 공정한 유통환경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에서 단 2시간도 안 돼 속전속결로 처리됐으며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만이 남아 있다.
이미 콘텐츠산업진흥법 등에서는 창작자와 유통업계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불공정행위를 유형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어 이를 어겨도 제재할 수 없는 데다, 개별 법령이 제각각 흩어져 있어 체계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문화산업 공정유통법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해당 법이 창작자 권리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콘텐츠 유통업계 실정은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계가 입을 모아 지적하는 부분은 이중 규제 우려다. 사업자 금지행위를 규정한 문화산업 공정유통법 핵심 내용 대다수는 공정거래법과 관련 특별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영역이다. 이러한 내용은 현재 시행된 지 1년도 안 된 ‘예술인권리보장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복 규제뿐만 아니라, 제재 대상에 오르는 기준 자체에 대해서도 업계는 반발한다. 예컨대, 문화산업 공정유통법은 ‘유통사업자가 문화상품 판매대금 결제 방법과 가격, 조건 등을 지정, 제한하거나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해당 조항이 자율성을 보장받아야 하는 기업 의사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비판한다.
한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유통사업자가 상품 결제방법과 가격, 조건 따위를 지정하지 못하게 하는 취지가 무엇인지 의문”이라며 “영화로 예를 들면, 영화 배급사가 영화 관람권 가격을 지정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기존 공정거래법으로도 커버가 가능한 데, 문화산업만을 별도 공정유통법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는지, 이중·과잉 규제가 되어 문화사업자 부담을 늘리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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