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보민 기자] 미국의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일본에 5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자국 내 투자 요청에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마이크론에 수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5000억엔(약 4조8500억원)을 투자해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서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마이크론은 당사 홈페이지를 통해 "2025년부터 일본과 대만에서 1감마(10나노 6세대) 공정의 차기 D램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은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할 방침이다. 네덜란드 기업 ASML이 독점 생산하는 이 장비는 가격이 대당 수천억원에 달하지만,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수적이라 매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번 투자 계획은 기시다 총리가 도쿄 총리관저에서 반도체 기업 대표들과 면담을 개최한 데 맞춰 나왔다.

이날 면담에는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를 비롯해 한국 대표 반도체 기업 삼성이 참석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론뿐만 아니라 인텔, IBM,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교도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기업 대표들에게 일본 내 투자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기업 투자를 기반으로 자국의 반도체 관련 매출(부품•소재 포함)을 2030년까지 15조엔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현재의 3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면담에 참석한 기업 대표들은 투자 확대를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규모를 언급한 곳은 마이크론뿐이다.

일본 정부는 자국 내 투자를 확대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재정 운영 지침에 반도체 지원안을 포함하는 내용도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다.

마이크론의 이번 투자는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산업을 쥐기 위해 패권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연간 매출 308억달러 가운데 11%를 중국에서 올렸다. 그만큼 중국 시장의 비중이 크다는 것인데, 미국이 대중 반도체 기조를 강화하면서 사업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가 커진 상황이다.

산자이 메로트라(Sanjay Mehrotra)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히로시마 사업부는 지난 10년 동안 메모리와 관련해 업계 최고 기술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데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라며 "우리의 계획은 일본에 대한 지속적인 헌신과, 일본 정부와의 강력한 관계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