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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너, 공격” 책상 위 펼쳐진 배틀로얄…배틀그라운드 보드게임 해보니

오병훈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책상 위에서 총성 없는 배틀로얄 게임이 펼쳐졌다. 공격 수단은 주사위다. 게임판 위에 놓아져 있던 각종 보급품을 파밍(획득)하고 이를 통해 상대방 말에 다가가 공격을 선언했다. 최후 1인이 남을 때까지 치열한 전투가 이어졌다.

조만간 크래프톤 대표작 ‘펍지:배틀그라운드(PUBG:BATTLE GROUND, 이하 배그)’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한 보드게임이 출시된다. 쫄깃한 배틀로얄 긴장감으로 이용자 사랑을 받아온 배그가 보드게임으로 나온다면 어떤 모습일까? <디지털데일리>는 젬블로 본사를 찾아가 오준원 젬블로 대표와 함께 출시를 앞둔 ‘배그 보드게임’을 플레이 해봤다.

배그 보드게임은 전반적으로 원작 IP를 고증하는데 집중했다. 제작사 젬블로는 앞서 데브시스터즈 ‘쿠키런:킹덤’과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등 게임 IP를 활용해 보드게임으로 개발한 경험이 있다. 이번 배그 보드게임에서도 원작 콘셉트와 디자인, 게임성을 재현하는데 가장 집중한 모습이다.

게임은 다양한 인원으로 진행 가능하다. 2~6명까지 참여할 수 있는데, 참여자가 많을수록 전투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구조니, 4인 이상이 플레이하는 것이 적당해 보였다.


보드게임판은 배그 대표 맵 ‘에란겔’을 배경으로 한다. 다만, 에란겔 전체가 포함되지는 않았다. ‘학교’와 ‘로즈혹(Rozhok)’ 등 대표적인 장소가 보드게임판에 구현됐다. 개발 당시 전체 맵을 게임판에 구성하는 것도 고려했으나, 너무 넓어질 경우 참여자 간 거리가 너무 멀어 게임 초반 재미를 떨어뜨리게 될 수 있다는 것이 오 대표 설명이다.

오 대표는 “보드게임판과 말, 그리고 게임성을 고려했을 때, 에란겔 맵을 전부 구현하는 것은 게임말 간의 거리가 너무 멀어 초반 재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또, 보드게임은 눈으로 보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게임말과 게임판 크기 비율도 고려해야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게임성은 대부분 원작을 계승했다. 원작에서 이용자가 비행기에서 낙하하는 것으로 게임이 시작되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낙하지점을 정하는 카드를 뽑아 일정 위치에 게임말을 두는 것으로 보드게임을 시작했다.


배그에서 초반에 중요한 것은 맵을 돌아다니며 전투를 위해 필요한 무기와 소모품 등을 파밍(획득)하는 것이다. 배그 보드게임에서도 초반에는 각종 아이템을 파밍하는 것이 중요했다. 보드게임판 곳곳에는 게임 시작 전 깔아둔 아이템 칩이 있고, 말을 이동해 해당 칩을 파밍하는 방식이었다. 다만, 이동과 파밍에는 ‘스테미나’가 소모됐다. 한 턴에 주어지는 스테미나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전략이 필요했다.

아이템은 무기, 장비, 소모품으로 구성돼 있다. 각 아이템 명칭과 특징도 원작에서 그대로 따왔다. 무기에는 ‘우지(UZI)’나 ‘움프(UMP)’ ‘프라이팬’ 등 원작 배그 이용한 사람이라면 친숙한 총기들도 등장한다. 장비와 소모품도 ‘LV3 헬멧’ ‘LV2 경찰조끼’ ‘에너지 드링크’ ‘붕대’ 등 배그 IP에 등장하는 디자인과 명칭을 그대로 사용한다. 헬멧이나 조끼 등 방어 장비는 적 공격으로부터 일정 대미지를 감소시켜주는 효과를, 에너지 드링크나 붕대는 스테미나·체력을 회복시켜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원작 배그에는 자기장이라는 게임요소가 존재한다. 자기장은 원형 경계를 두르고 점차 좁아지게 되는데 경계 밖에 서 있는 이용자는 일정시간마다 체력을 잃게 된다. 때문에 자기장 형성 위치와 자신의 위치를 고려해 적절한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그 보드게임에서도 이 같은 자기장 시스템이 구현됐다. 자기장 위치를 지정하는 카드를 뽑아 자기장 칩을 게임판 위에 놓게 된다. 그때부터 자기장 밖에 게임말이 위치하고 있다면 총 9의 체력 중 일정량을 잃게 된다.

자기장이 좁아짐에 따라 참여자 게임말 간 거리도 좁아지게 됐다. 상대방 게임말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온 상대방에게 공격을 선언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마우스 클릭을 통해 적을 사격하지만, 보드게임에서는 주사위를 사용했다. 공격을 위해서는 총기 특성에 따라 주사위를 1~4개를 굴리는 방식이었다.

주사위에는 머리, 가슴, 다리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각 부위별로 가할 수 있는 대미지가 다르며, 상대방이 착용하고 있는 장비(헬멧, 방탄조끼)에 따라 장비를 소모하는 대신 피해를 입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빗나감’ 면도 있다.

공격이 끝났다고 전투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공격당했던 참여자가 반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검은색 반격 주사위에도 각 부위 그림이 그려져 있다. 다만, 공격자에 비해 빗나감 면이 더 많았다. 운이 좋다면 반격을 통해서도 많은 대미지를 넣을 수 있다. 원작에서 먼저 적 위치를 발견하고 기습 공격한 사람이 유리하다는 점을 구현한 결과였다.

각 참여자는 전투 혹은 자기장 피해로 총 9체력을 모두 소모하게 되면 사망하게 됐다. 이때도 원작 고증 요소가 등장한다. 죽은 참여자는 게임말이 있던 자리에 아이템 상자 칩을 놓게 된다. 이를 획득한 이용자는 그 사람이 소유하고 있던 아이템 카드를 전부 얻는 방식이었다. 플레이 당시 초반 파밍을 잘하지 못해 걱정이됐는데, 경쟁자를 처치하고 그가 가지고 있던 아이템으로 나머지 경쟁자도 손쉽게 쓰러뜨릴 수 있었다.


원작 게임성을 보드게임으로 구현하기 위한 노력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보드게임판 위에는 ‘이동수단’ 칩도 존재한다. 차량이나 오토바이, ‘버기’ 등을 통해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할 수도 있다. 심지어 게임 속 유행하던 밈(MEME) 요소도 반영됐다. 예컨대, 원작에서 프라이팬을 허리춤에 두르고 있으면 운 좋을 경우 총알을 막아낼 수 있다. 보드게임에서는 프라이팬을 두르고 있으면 다리 부위 공격 1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구현됐다.

개인적으로 보드게임을 플레이해보기 전에는 PC나 모바일에 구현된 배그 원작 재미가 반감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게임 시작 후 낙하 및 파밍하는 과정은 게임 속도가 조금 느려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는 원작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기장이 생성되고 간헐적인 전투에 돌입했을 때부터 진정한 보드게임 전략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아울러 원작에서는 같은 팀끼리만 아군이 될 수 있지만, 보드게임에서는 언제든지 내 앞에 있는 경쟁자와 전략적 동맹을 맺고 상대방을 함께 공격하는 방식으로 게임이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재미 요소였다.

한편, 배그 보드게임은 현재 펀딩플랫폼 ‘와디즈’에서 펀딩이 진행 중이다. 현재 1200명가량 구매자가 펀딩에 참여한 상황이다. 젬블로는 2분기 중 발매를 목표로 현재 개발 막바지 단계에 있다. 다양한 패키지 형태로 펀딩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가격에 따라 배그 에란겔 맵 퍼즐이나 포스터 등 굿즈를 함께 지급한다.

오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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