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알뜰폰 시장 진출…‘상생-과점 해소’ 두마리 토끼 잡을까 [IT클로즈업]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지난 12일 알뜰폰을 은행의 부수업무로 지정할 수 있도록 허가하면서다.
KB국민은행에 향후 주어진 과제는 크게 2가지다. 중소사업자와의 상생과, 이동통신 자회사 중심의 과점체제 해소다. 일각에선 상생에만 매몰되는 경우 소비자 후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한편, 경쟁 촉진이라는 알뜰폰 사업 본연의 목적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금융위, 은행 부수업무에 금융-통신 융합서비스 추가
금융위는 앞서 지난 12일 정례회의를 통해 은행이 부수업무로 간편·저렴한 금융-통신 융합서비스(통신요금제 판매)를 영위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했다.
이는 KB국민은행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기간 만료일이 임박함에 따라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관련 규제개선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현행법상 은행은 금융업과 관련된 전산업만을 부수 업무로 영위할 수 있다.
그동안 KB국민은행은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알뜰폰 사업을 영위해 왔다. 규제 샌드박스는 현행법에 근거가 없거나 금지되는 경우 관련 법령 등에 규제 특례를 부여해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어주는 제도다. 혁신성을 가졌지만 리스크가 존재하는 서비스들에 대해, 시장에서 문제가 없는지 시범기간을 두고 테스트하기 위함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알뜰폰 서비스인 ‘KB리브엠’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2019년 2년 한정 사업특례를 받았고, 2021년 2년을 한 차례 더 연장받았다. KB리브엠은 유심(USIM) 칩만 꽂으면 공인인증서·모바일 플랫폼 설치 등 복잡한 절차없이 은행서비스와 통신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 중소 사업자 반발↑…"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판매 금지해달라"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두고 중소 사업자들의 반발은 거세다. 리브엠이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도매대가 이하의 덤핑요금제와 과도한 사은품 제공 등으로 시장을 교란시켰다는 이유에서다.
리브엠은 예컨대, 도매대가 3만3000원인 음성·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24개월간 최저 2만2000원에 제공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역산하면 리브엠이 가입자 1인당 최소 24만원 손해보는 장사를 지속해왔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영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리브엠은 2020년엔 139억원, 2021년엔 18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알뜰폰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금융위의 발표 직후인 12일 입장문을 통해 “KB리브엠은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이동통신 유통시장을 유린한 것은 메기가 아니라 생태계를 파괴하는 베스”라며 “영세 알뜰폰 사업자 뿐 아니라 이동통신 유통 소상공인들의 생존권 박탈 및 전국민의 통신서비스 중단을 가속화 하고 있다”고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판매 금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도 “리브엠 승인 건은 향후 타 금융사들의 알뜰폰 시장 진출 시 기준이 되는 만큼 알뜰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일정 조건을 부과해야 한다”라며 “리브엠이 아무런 조건 없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향후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는 금융권 기업들은 더 값싼 요금제로 시장경쟁 촉발할 것으로 예상되며,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 더욱 힘든 경쟁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동통신 자회사와의 역차별 문제도 제기된다. 통신사의 알뜰폰 자회사만 해도 도매대가 이하의 요금제를 팔지 못하도록 규제받고 있는 가운데, KB리브엠은 도매대가 이하의 알뜰폰 요금제를 내놓으며 지난 4년 동안 4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은 도매대가 이하의 요금제를 파는 것은 맞지만, 원가 이하의 요금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통상 알뜰폰 가입자를 유치할 때 통신사가 지원금을 지급하는데 도매대가에서 이런 지원금을 제하고 나면 원가는 더 내려간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원금으로 수익을 내는 중소사업자의 입장에선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는 KB국민은행이 위협적인 존재로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 소비자 후생 및 정책 취지 훼손 우려…국민은행 "상생·혁신 다잡겠다"
다만 일각에선 상생에만 집중하는 경우, 고착화된 이동통신시장에서 통신사 간 경쟁을 유발해 통신요금 인하를 유도한다는 알뜰폰의 정책 취지와 함께 소비자 후생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리브엠에 부정적인 업계와 달리, 소비자의 만족도는 높다. 리브엠은 지난해 하반기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소비자 종합체감만족도에서 저렴한 요금제를 기반으로 전체 알뜰폰 사업자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중소 알뜰폰 업체 역시 산업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이 아닌, 틈새 서비스 등 알뜰폰이 할 수 있는 전략을 만들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동기를 부여해줘야 한다”라며 “금융사 역시 ‘저렴한 요금제를 내놨으니 됐다’에서 끝내는게 아니라 향후 알뜰폰 시장에서 금융사의 역할이 무엇이냐에 대해 논의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대기업과 중소업체의 공존은 앞으로 알뜰폰 시장에 남겨진 과제다. 알뜰폰을 이루는 대부분이 중소업체로, 골목시장에 가까운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중소기업이 대기업 사이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두고 있지만 알뜰폰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리브엠에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등 (대기업이) 중소업체들하고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제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과 KB국민은행도 이런 시장 상황을 파악, 중소사업자와의 상생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는 앞서 알뜰폰 소관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도 관련한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 교수는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은행의 비금융 사업 진출이 본격화된다면 정부가 기대하는 과점 해소나 소비자 후생 증진이 상당 부분 개선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KB국민은행이 간편·저렴한 금융-통신 융합 서비스를 부수업무로 신고하면, 금융위는 부수업무 공고를 통해 법령 등을 정비할 예정이다. 정비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최대 1년6개월) 해당 혁신금융서비스의 지정기간은 만료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돼 서비스를 계속해서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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