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챗GPT에 반격 준비하는 네이버·카카오··· AI 경쟁 불 붙었다

이종현
8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서 열린 제3회 AI 최고위 전략대회 전경
8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서 열린 제3회 AI 최고위 전략대회 전경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네이버는 인공지능(AI) 분야에 사운을 걸었다 싶을 정도로 과감한 투자를 이어왔다. 과거와 달리 지금의 AI는 언어의 영역을 넘을 정도로 유연성 있고, 격차도 많이 좁혀졌다. 조금 더 과감하고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누가 먼저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한 단계에 왔다. 7월에는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할 예정이다.”(네이버클라우드 김유원 대표)

오픈AI의 대화형 AI 서비스 ‘챗GPT’의 파급력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수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보기술(IT) 업계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하던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에 대한 이야기도 쏙 들어갔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챗GPT를 두고 “인터넷에 버금가는 발명”이라고 극찬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은 8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제3회 AI 전략대회를 직접 주재하며 AI 산업계의 의견을 청취했다. 챗GPT에 민·관의 역량을 모아 ‘국가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취지에서다.

이종호 장관은 “챗GPT는 새로운 AI 기술이라기보다는 그간 축적한 기술을 모아 대규모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를 통해 초거대 AI 모델을 학습시킨 결과물로 볼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초거대 AI 개발과 활용을 적극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한국어와 특화 전문영역 등을 중심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챗GPT의 등장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 국내에서는 ‘초거대 AI’라고 지칭되는 기술을 개발 중이던 기업들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다. 네이버는 네이버클라우드로,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브레인으로 각각의 대표주자를 내세워 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8일 전략대회에서 “국내 기업들도 초거대 AI를 잘 만들어 왔지만 챗GPT와 같은 응용 가능한 수준의 완성도를 가지고 오픈 못 했다는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챗GPT에 백기투항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백 대표는 “세계는 지금 소리 없는 AI 전쟁 중이다. 엄청난 속도전, 경쟁”이라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경쟁에서 뒤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쫓아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 AI 산업의 성장을 위해 정부의 지원도 요청했다. 그는 “컴퓨터 업계에서는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는 말이 있다. 좋은 데이터가 있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AI를 위한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도 필요하다. 고성능의 사전 훈련된 AI 모델도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응용 가능한 AI 서비스가 등장하는 등, 여러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략대회에서 주요 화두로 떠오른 것은 ‘생성 AI’다. 생성 AI는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특정 결과물을 생성해내는 AI다. 오픈AI가 선보인 챗GPT나 그림 AI ‘달리(DALL.E)’ 등이 대표적인 생성 AI다. 카카오브레인은 이날 자연어 기반 초거대 AI ‘KoGPT’와 이미지 기반 AI ‘칼로(Karlo)’를 시연했다.

행사에 참여한 AI 스타트업 뤼튼의 이세영 대표는 “생성 AI는 사람의 창의성에 새로운 정의를 촉발할 정도로 큰 임팩트가 있는 기술이다. 텍스트와 이미지뿐만 아니라 비디오, 3D 등 여러 영역들로 생성 AI가 확장되고 있다. 이런 모델의 발전에 따라 실무자들의 업무 패러다임도 변하는 중”이라며 “챗GPT를 경험해보셨다면 알겠지만 생성 AI를 이용할 경우 차원이 다른 생산성의 향상,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고 피력했다.

오픈AI는 GPT-3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오픈소스 진영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개발하는 여러 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이중 일부는 유니콘 기업으로도 성장했다. 2021년 사업을 시작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재스퍼(Jasper)가 대표적이다.
뤼튼이 선보인 AI 문서 작성기 '뤼튼 에디터'
뤼튼이 선보인 AI 문서 작성기 '뤼튼 에디터'

이 대표는 “GPT-3의 얼리 액세스를 받으며 사업화를 시작한 것처럼, 뤼튼은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모델을 초기에 얼리 액세스받아서 서비스를 빌딩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카카오의 KoGPT 등 여러 모델을 응용하고 활용하면서 실제 실무자의 업무를 도와주는 서비스를 만드는 중이다. 출시 4개월 만에 300건 이상의 대·중·소 기업의 문의를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생성 AI 생태계는 모델 개발사, 모델을 응용하는 사람, 모델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라며 “현재 대기업 주도로 AI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생성 AI 응용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AI의 실제 활용도를 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초거대 AI인 하이퍼클로바를 비롯해 AI 음성 기록 서비스 ‘클로바노트’ 등을 선보이며 국내 AI 산업 생태계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네이버클라우드 역시 AI에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네이버는 AI에 진심”이라며 오는 7월 기존 하이퍼클로바를 강화한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선보인 AI 음성 기록 서비스 '클로바노트'
네이버가 선보인 AI 음성 기록 서비스 '클로바노트'

AI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네이버는 지난 연말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네이버의 경우 각 사업별로 분사한 카카오와 달리 많은 사업부문이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남아 있다. AI를 연구하는 클로바나 웹브라우저 ‘웨일’, 번역 서비스 ‘파파고’, 협업도구 ‘네이버웍스’ 등인데, 네이버 소속이었던 이들 조직을 네이버클라우드로 통합했다.

김 대표는 “조직을 통합한 것은 네이버가 가진 AI 기술 등을 내부에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문화된 서비스 등에 적용 가능하도록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전했다.

소프트웨어(SW)뿐만 아니라 컴퓨팅 파워를 제공할 하드웨어(HW) 역시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유원 대표는 “AI를 위해서는 굉장히 큰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 비용적인 부담을 덜기 위해 삼성전자와 함께 AI 반도체 솔루션을 연구하고 있다. 올해 FPGA 데모 제품이 나올 텐데, 내년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며 “올해 9월 오픈할 ‘데이터센터 각 세종’은 고성능컴퓨팅(HPC)에 특화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신경망처리장치(NPU)라고 불리는 AI 반도체나 GPU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기초 데이터와 학습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이 부분에서 국내에서 개발 중인 NPU를 조기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엔비디아 같은 경우 지금 발주해도 올해 안에 들어올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럴 바에 아예 수요처에 혜택을 많이 줘서 (국산 NPU를) 채택하게 하고, 실수가 있더라도 고쳐가는 것을 좀 더 강화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2시간 이상 이어지는 전략대회를 마치며 이종호 장관은 “디지털 분야는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변하는 중이다. 지금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협력이 중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민간의 초거대 AI 개발을 충분히 지원하도록 규제를 혁신하고 생태계 기반 조성이나 추가적인 연구개발(R&D) 과제를 발굴하는 등 노력하겠다”며 “오늘 제안주신 부분 바탕으로 3월 중 초거대 AI 산업 정책 방향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종현
bell@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