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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인싸] “설거지하다 번뜩” 스토리작가가 말하는 ‘유부녀킬러’

이나연
‘핫’ 뜨거운 ‘랜선인싸’들의 소식을 전합니다. 랜선인싸는 온라인 연결을 뜻하는 ‘랜선’과 무리 내에서 잘 어울리고 존재감이 뚜렷한 사람을 일컫는 ‘인싸’를 합친 말입니다. <디지털데일리>가 독자를 대신해 여러 분야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랜선인싸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영상이 아닌 글로 만나는 인싸 열전을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카카오웹툰 ‘유부녀킬러’ 주인공 유보나는 3년 육아휴직을 마치고 직장인 두루미전자에 복귀한 워킹맘이다. 제목만 보면 드라마 ‘부부의세계’ 같은 불륜물이 아닐까 싶지만 반전이 있다. 유보나는 말 그대로 킬러다. 자신이 지은 죄에 비해 가벼운 형량을 받고 출소한 범죄자를 처단하는 것이 그의 주 임무다.

평범한 회사 속 숨겨진 비밀조직인 영업3팀에서 에이스로 인정받는 유보나는 회사에서는 스나이퍼, 집에서는 신문기자 권태성의 아내이자 3살 율이 엄마로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매회 독자들의 예상을 깨는 스토리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 작품은 이달 기준 누적 조회수만 1억3000만회에 달하는 인기 작품이다.


그렇다면 유부녀킬러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유보나처럼 실제 기혼 여성인 스토리작가 yoon은 2016년쯤 집에서 설거지를 하다 작품 아이디어가 반짝 떠올랐다고 한다. “어떤 이야기가 떠오르면 그 이야기를 마음속 화분에 심고 물을 줘 오래오래 길러낸다”는 그는 ‘평범한 유부녀가 알고 보니 직업이 킬러라면 어떨까’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해 이야기 뼈대를 구축했다.

2019년경 연재를 시작한 유부녀킬러는 2021년 시즌2를 거쳐 현재 시즌3가 연재 중이다. 시즌3에서는 유보나가 유부녀가 되는 과정과 킬러가 된 과거가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가볍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인기비결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그저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열심히 썼는데 다행히 같이 재미를 느껴주시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죠.”

yoon작가는 오래전 쓴 작품 속으로 빨려든 2000년대 유명 인터넷소설 작가 이야기를 담은 ‘그때우리가조아한’도 카카오웹툰에서 연재하고 있다. 완결작으로는 네이버웹툰 ‘하르모니아’ 등이 있다.

다음은 yoon작가와의 일문일답.

Q. 웹툰 스토리작가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후 대학원을 다닐 무렵, 문화콘텐츠 전공인 지도교수님 영향을 받아 여러 분야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했습니다. 그때 기획한 이야기 중 하나가 한국신화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 소년물이었는데 텍스트보다는 만화에 어울리는 이야기더라고요. 웹툰 작가 지망생이 모인 인터넷카페에 그림작가를 수소문하다 JINU작가님을 만났습니다. 죽이 척척 맞아 빠른 속도로 웹툰이 제작됐고, 네이버 베스트 도전만화을 거쳐 레진코믹스에서 ‘야수의노래’라는 웹툰으로 데뷔하게 됐습니다. JINU작가님을 만난 게 2014년 1월인데 같은 해 8월 데뷔했으니 정말 운이 좋았죠.

Q. <유부녀킬러>는 누적 조회수 1억3000만회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카카오웹툰 대표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인기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가볍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유효하게 적용한 거 같습니다. 대중 시선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구간이 많다는 게 포인트일까요? 킬러와 엄마라는 간극에서 오는 즐거움도 있는 것 같고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제가 좋아하는 재밌는 이야기를 열심히 썼는데 다행히 같이 재미를 느껴준 분들이 많았던 거 같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죠.

Q. <유부녀킬러>라는 제목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는 스토리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평소에 아이디어들을 메모해두는 습관이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떠오르면 그 이야기를 마음속 화분에 심고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물을 줘서 오래오래 길러내는데요. 그런 화분이 여러 개 있는데 유부녀킬러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2016년쯤, 집에서 설거지하다가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평범한 유부녀인데 알고 보니 직업이 킬러라면? 제목은 유부녀킬러!’ 너무 재밌을 거 같아서 즉시 마음속 화분에 심고 추가 설정을 떠올리며 열심히 물을 준 결과, 현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Q. 연재 중인 시즌 3에서 애독자들에게 관전 요소를 하나만 귀띔해준다면?


▲시즌3이 유부녀킬러 마지막 시즌인데요. 이 작품은 에피소드 형식 이야기지만, 마지막 부분은 에피소드로 끊어지지 않고 쭉 연결되기 때문에 기존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시즌3이 너무 길어지면 그림작가님과 어시스트 분들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1부와 2부 혹은 시즌4로 나눠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Q. 스토리 완성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와 반응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모든 에피소드에 애정이 있지만, 달삼거리 정비소 팀이 등장하는 에피소드인 출장 편을 제일 좋아합니다. 캐릭터도 많이 등장하고 배경이 카지노라 이것저것 사전조사를 하고 구성하는 과정이 힘들었는데, 만들고 보니 지금 봐도 너무 재밌더라고요. 애쓴 만큼 보람이 있습니다. 재밌는 댓글도 참 많은데요. 최근에는 제가 독자 댓글에 코멘트를 달아주는 이벤트를 했는데, 어느 분이 ‘진정한 복수는 일상을 잘 살아가는 것’이라고 하셨거든요. 너무 멋있는 말이라 제가 답글로 “말이 멋져서 그런데 훔쳐도 되냐. 인터뷰에서 써먹어도 되냐”라고 한 게 기억에 남네요.

Q. 그림을 맡은 검둥 작가와의 협업 과정도 궁금합니다. 작업을 하는 데 있어 각자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제가 시나리오를 제공하면 검둥작가가 콘티를 짜고, 어시스트 분들과 그림을 그린 후 전달해줍니다. 그 파일을 받아서 대사를 넣는 식자 작업을 하고 검토한 후에 최종파일을 만들어 마감합니다. 스토리는 제 담당이지만 같이 아이디어 회의를 하기도 합니다. 에피소드에 대한 아이디어를 미리 얘기해 살을 붙이는 거죠. 검둥작가님이 “이 캐릭터가 좋아요!” 하면 제가 분량을 늘려주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협업은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한데 서로 소통은 잘 되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시너지 효과가 많이 나서 작업이 매우 즐겁습니다. 작품을 만들다 보면 자칫 자신감이 없어지기 십상이라 서로를 틈만 나면 ‘칭찬 감옥’에 가두는 것이 협업 비결인 것 같습니다.

Q. <유부녀킬러>는 판권이 팔렸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는 작품입니다. 실제로 웹툰은 영화, 드라마 등 여러 지적재산(IP)으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작가로서 이런 환경 변화를 실감하나요?


▲네. 많이 실감하고 있습니다. 유부녀킬러는 연재를 시작한 지 4개월만에 판권이 거래됐는데요. 이제 웹툰과 영상은 헤어질 수 없는 파트너가 된 느낌입니다. 영상화하는 제작자 입장에서는 이미 스토리성과 팬덤이 확보된 웹툰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고, 웹툰 작가 입장에서는 영상화가 된 후 판권비 등 추가 소득과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으니 윈윈(win-win)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장 변화는 이미 시작됐으니 저도 그에 맞춰 변화하고 공부해야 할 것 같아요.

Q. <그때우리가조아한>이라는 작품도 카카오웹툰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장르가 ‘드라마’라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원래도 드라마 작품을 선호하는 편인가요?


▲딱히 특정 장르만 편애하거나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4개 작품을 연재했는데 모두 장르가 제각각이었습니다. (소년성장 동양판타지·SF/액션·드라마·로맨틱코미디) 그때그때 만들고 싶은 이야기가 장르가 달랐던 것뿐이지만, 다양한 장르를 만들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요즘은 장르 경계가 무너지는 추세이고, 장르와 장르가 융합돼 어떤 새로운 형태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동백꽃필 무렵’이라는 드라마는 로맨스와 코미디, 스릴러가 합쳐진 형태인데 흥행 후 그런 형태 작품들이 엄청나게 많아졌어요. 장르 경계가 희미해진 만큼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작가가 생존에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웹툰 스토리작가로 활동하면서 얻는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요?


▲수입은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지만,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사 먹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웃음)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요? 차기작으로 구상 중인 이야기나 향후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연재 중인 두 작품을 무사히 완결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다음 차기작으로는 블랙코미디 계열 ‘개그 스릴러’ 장르를 생각 중이긴 한데, 작품을 마친 뒤 휴식을 취하며 생각해볼 계획입니다. 그런데 완결은 적어도 1년 후 일이라 휴식이 아주 먼 일 같이 느껴지네요.

Q. 마지막으로 웹툰 애독자 혹은 웹툰 스토리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먼저 독자님들께, 제 작품을 좋아하고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재밌어하는 이야기를 같이 즐거워할 수 있는 분이 많다는 건 정말 축복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같은 취향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 목표를 위해 늘 공부하고 노력하는 작가 되겠습니다.

스토리작가 지망생분들께, 어느덧 제가 8년차 웹툰 작가인데요. 제가 데뷔했을 시기랑 지금 웹툰 시장을 비교하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작품 수가 많아진 만큼 웹툰 작가를 찾는 곳이 많아 데뷔는 쉬워졌는데 그만큼 상위로 올라가기는 더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개인보다는 회사 규모 웹툰 창작이 많아졌고요. 예전에는 포털 사이트에 데뷔만 해도 어느 정도 먹고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이돌 시장처럼 데뷔가 시작돼버린 느낌이랄까요? 그럼에도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인 것 같습니다. 타고난 것은 무기가 될 것이고, 부족한 것은 노력으로 채우면 됩니다. 어서 빨리 나타나 제 경쟁자가 되어주세요. 재밌는 이야기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나연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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