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틱톡이 미국 정치권의 압박을 벗어나기 위한 일환으로 지난 2020년 자체 구축한 로스앤젤레스 투명성 및 책임센터(Los Angeles Transparency and Accountability Center)를 소수 현지 언론인에게 공개했다. 다만, 투어에 참석한 언론인들의 의혹을 풀기에는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와 더버지, 복스 등 미국 현지매체들은 지난 1월 31일(현지시간) 틱톡이 로스앤젤레스에 구축한 투명성 센터 투어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어는 틱톡이 LA에 위치한 소수 매체를 대상으로 이뤄졌다고 알려졌다.
틱톡은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미국 운영에 큰 위기를 맞이했다. 틱톡을 운영하고 있는 바이트댄스가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기업으로 중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중국 법률에 따라 정보 수집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 사용자 데이터를 중국 정부에 넘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28개주는 정부가 소유한 장치에서 틱톡을 사용하거나 다운로드하는 것을 금지한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지난해 12월 모든 행정부 장치에서 앱을 금지하는 조치가 포함된 법안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정치권에서는 미국 전역에서 틱톡을 차단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
지난 1일(현지시간) 마이클 베넷 민주당 상원위원은 애플과 구글 CEO에게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서 틱톡 앱을 제거해야 한다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서한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지시를 받는 회사는 미국 국민에 대한 광범위한 데이터를 축척하거나 우리 인구의 3분의 1에 콘텐츠를 큐레이팅할 권한이 없어야 한다”라며, “틱톡은 미국의 국가 안보에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급박한 움직임에 틱톡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상태다. 쇼우 즈 추 틱톡 CEO는 오는 3월 23일 열리는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House Energy and Commerce Committee)에 출석한다고 전했다. 이는 틱톡 CEO가 의회 패널에 처음 올라서는 것으로 청문회의 유일한 증인이 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워싱턴DC에서 일부 정치인과 전문가 등을 찾아 브리핑을 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대응 전략은 투명성센터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소수 매체를 초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투어 자체가 순조롭지는 않았다는 지적이다.
더버지는 틱톡 알고리즘에 대한 기본적 설명만 있었으며, 컴퓨터 화면의 클로즈업 사진은 허용되지 않았고, 투어를 이끄는 직원들의 의견을 인용하거나 쓰지 못하도록 동의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표시된 정보도 답답할 정도로 모호했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아울러 투어에 참석한 매체들은 앱의 소스코드 등이 담겨있는 외부 감시자 대상 서버실에 접근이 어려웠다. 이 곳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비밀유지동의서(NDA)를 작성해야 하고, 금속 탐지기를 통과해 휴대폰을 보관함에 보관해야만 입장이 가능했다. 문제는 방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는 것.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누구도 NDA에 서명하거나 서버실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투어에 참석한 복스(Vox)에 따르면 틱톡을 처음 접근했을 때 사용자에게 어떤 콘텐츠를 추천해주는지, 논란이 되는 콘텐츠를 어떻게 조정하는지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회사 내에서 콘텐츠와 데이터, 조정 결정이 정확히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더버지와 복스에 따르면 틱톡이 지난해말 직원들이 내부 유출 조사의 일환으로 여러 미국 언론인의 위치 데이터에 부적절하게 접근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갈등이 증폭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틱톡이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취재하던 포브스 기자를 염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틱톡 직원은 비공개 소스를 식별하고 추적하기 위해 여러 다른 기자의 데이터와 함께 포브스 기자의 개인 사용자 데이터에 부적절하게 접근한 정황이 포착됐다. 틱톡은 권한 남용의 이유를 들어 즉각 감시에 관련된 직원을 해고하기는 했으나 틱톡에 대한 의심이 더 커지는 악영향을 줬다.
틱톡이 준비 중인 프로젝트는 나중에 ‘프로젝트 텍사스’라는 명칭으로 확인됐다. 이 프로젝트는 틱톡의 해외 서버에 저장됐던 모든 미국 데이터를 미국 현지로 이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텍사스에 기반을 둔 오라클과 주요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알고리즘을 감시하기 위해 오라클을 포함한 외부팀을 초대하는 방식이다. 즉, 틱톡이 미국에서 수집한 미국 사용자의 데이터를 미국 서버에서 미국인이 감시하게 한다는 것.
다만 더버지는 현장에서 오라클 관계자들이 참석하지 않아 세부적인 내용을 들을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앱의 콘텐츠 조정을 감독하고 추천엔진을 감시하고 편집 결정을 승인하는 ‘틱톡 US 데이터 시큐리티(USDS)’ 설립도 포함돼 있다. USDS는 틱톡의 미국 자회사로 독립돼 활용하며, 미국 정부를 통해 국가 안보와 사이버 보안 자격을 획득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활동을 미국 정치권에서 받아들이지는 미지수다. 당장 오는 3월 열리는 청문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