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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계약서 손본 카카오엔터…웹툰단체 “고맙지만 갈 길 멀다”

이나연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웹툰상생협의체’에서 발표한 상생협약문 실천 일환으로, 작가 복지와 건강권 강화를 위해 계약서를 개정했다. 웹툰 창작자 단체는 개정 작업을 환영하면서도 여전히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꼬집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는 지난 1일부터 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에서 작품을 연재하는 모든 작가를 대상으로 개정 계약서를 사용한다. 이 개정안에는 카카오엔터가 휴재권, 분량에 대한 작가들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됐다.

이를테면 ▲창작자 복지를 위해 상호 협의 하에 추가로 휴재를 정할 수 있다 ▲웹툰 경우 40화 기준으로 휴재권 2회를 보장한다 ▲작가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과도한 연재 분량을 요구하지 않는다. 휴재권, 회차별 연재 분량 자율 선택처럼 이미 시행하던 창작자 권리 제도를 계약서에 명문화해 더 적극적으로 창작자 복지를 보호하겠단 취지다.

그런데, 웹툰상생협의체에 참가 중인 창작자 단체들은 카카오엔터가 내놓은 개정 계약서가 반쪽짜리 답변이라고 반응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표준계약서 개정안을 선보이기 전에 웹툰상생협의체에서 논의된 부분을 빠르게 명문화한 건 잘한 일이나 최소한의 것만 건드렸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작가는 “작가 입장에서 수익이 없다면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며 “단순히 휴재권을 보장하는 것을 넘어 유상 휴재권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작품 연재에서도 최소 컷 수 기준을 완화하거나 제한 자체를 두지 않는 것보다 컷 수 상한선을 두는 것이 과로 문제 해결에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들 단체는 카카오엔터 측이 이번 개정안에 명시한 복지 제도를 이미 하고 있었다고 밝힌 것과 달리, 실제 작가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달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금껏 기초적인 권리조차 명문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작가들이 제작사(CP)로부터 계약상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일이 빈번했다는 것이다.

김현희 한국여성만화가협회 이사는 “작가들은 플랫폼에서 작품을 연재하더라도 결국 계약서는 CP와 쓰게 된다”며 “분명 내가 봤던 계약서엔 70~90컷 사이에서 최소 컷 수 기준이 있었다. 작가들 사이에선 CP 측에 복지 확대를 요구해도 플랫폼 눈치를 보느라 거절당하기 일쑤라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플랫폼들도 억울한 부분은 존재한다. 회사 방침상 아무리 창작자 복지에 대한 제도를 시행한다고 해도, 수백개에 달하는 CP들이 어떻게 작가들을 관리하는지 속속들이 들여다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업계에선 카카오엔터가 개정한 계약서가 직계약 작가들뿐만 아니라 CP를 통해 작품을 공급하는 작가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한다.

카카오엔터 계약서는 플랫폼과 작가 간 계약을 중개하는 CP 역시 합의한 것이므로 자연스럽게 CP도 특정 권리 보장에 대한 이행 의무가 생기게 된다. 사각지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 계약에 대한 피해가 일정 부분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타나는 이유다.

카카오엔터는 이번 계약서 개정안을 시작으로 개선 방안을 지속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계약서 개정 작업은 웹툰상생협의체 논의 과정에서 이미 준비 중이었으며 ‘상생협약문’ 제7조 창작자 복지 증진 조항을 충실히 이행한 것”이라며 “향후 문체부가 발표하는 표준계약서에 따라 보완할 것이 있다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상반기 고지를 목표로 웹툰 등 만화업계 표준계약서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웹툰작가노동조합을 비롯한 웹툰상생협의체에 공개된 초안은 업계 실정과 동떨어진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받은 만큼, 추후 발표될 최종안은 대대적인 개편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체부가 만드는 표준계약서는 말 그대로 권고안일 뿐,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법정 제재를 받지 않는다. 민법상 기업과 개인들 간 특정 계약에 대해 정부부처가 강제성을 가지고 개입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콘텐츠업계 안팎에서 플랫폼들의 창작자 갑질 논란이 거셌기 때문에 이를 의식한 웹툰 플랫폼들도 문체부가 발표할 표준계약서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문체부 주도로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면 플랫폼들도 그 내용 안에서 논의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이를 계약서상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라며 “상생협의체엔 플랫폼 사업자들도 참여하고 있어 전반적인 업계 의견이 잘 취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나연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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