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 지급준비율 100%, 신뢰 할 만한가?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지급준비율 100% 이상.'
지급준비율은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받아들인 예금 중에서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100% 라는 것은 모든 고객이 예치한 자산을 다 빼간다해도 해당 금융기관에서는 전부 지급할 수 있다는 의미와도 같다. 이런 의미에서 기준 이상 지급준비율은 해당 기관 신뢰도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국내 원화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가상자산거래소는 모두 지급준비율 100% 이상을 만족하고 있다.
문제는 이 수치에 대한 신뢰성이다. 최근 전세계 1위 거래소 바이낸스가 지급준비율 문제로 신뢰에 타격을 받았다. 바이낸스는 지급준비율이 103%라고 주장했지만, 회계감사가 잘못됐다는 의견이 나오면서다.
이에 단순히 회계법인 감사에 의존하고, 회계법인 감사보고서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거래소 신뢰성을 담보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가운데, 국내 거래소 재무건전성 및 투명성 입증 방식을 두고 어떻게 실효성을 담보해야 하는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거래소, 지급준비율은 어느정도?
우선 국내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국내거래소는 주기적으로 분기보고서와 감사보고서 등을 통해서 자산 현황을 공시하고 있다. 거래소별 횟수 차이는 있지만, 금융위원회 권고에 따라 회계법인 실사를 주기적으로 받고 있다. 다만, 이를 외부에 공개하는 방식에 차이를 두고 있다.
현재 분기별로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담은 사업보고서 제출 의무가 있는 거래소는 업비트와 빗썸이다. 나머지 거래소는 연 1회 감사보고서만 제출하면 된다. 보고서 정기 공시 대상이 아닌 거래소들은 외부감사인을 통한 가상자산 보유 실사 보고서 등을 공개하고 있다.
현재 거래소는 자율규제에 따라 회원이 거래소 가상자산 교환 청구를 요구하는 경우, 교환의무 이행을 위해 필요한 가상자산 총량의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또 거래소가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 금액 70% 이상은 강화된 보안규정이 적용되는 가상자산 지갑에 보관해야 한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에 따르면 해당 거래소는 100% 이상 지급준비율을 만족하고 있다. 업비트는 회계법인 지안, 빗썸은 한울, 코인원은 동행, 코빗은 대주를 통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 10월 1일 기준 업비트가 보유한 디지털자산이 회원예치금 대비 약 101.59%, 현금성 자산은 108.45%다. 빗썸은 올해 3분기 기준 101.2%다. 빗썸은 회사 재무실사보고서 외 고객자산 보호 측면에서 회원들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정보제공에 대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코인원은 지난 3분기 기준 회사가 보유한 예·적금 총액이 회원예치금 대비 135.57%, 가상자산은 101.09% 규모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은 감사보고서를 고객들에게 공개해 언제든 지급준비율을 확인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있다.
코빗도 지난해 기준 고객 예치금 대비 100% 이상이다. 코빗은 자사가 보유한 가상자산 내역 관련 사항 전반을 전부 공개하고 있다. 외부 이용자들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상장된 가상자산에 대해 코빗이 보유하고 있는 수량과 지갑 주소까지 아예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조치해 눈에 띈다.
◆거래소 투명성 어떻게 입증할까
다만, 감사받고 공개하고 있는 지급준비율과 별개로 회계법인 감사 실효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는다. 모든 상장사도 회계법인 감사 공시를 통해 재무상황을 점검받고 있지만, 일반 증시 상장사와 다르게 거래소 회계감사에는 일정한 기준이 아직 없어서다. 회사의 현금성 자산과 별개로 가상자산 보유량을 어떻게 회계처리 할지도 명확한 합의기준이 아직 없다.
국내에서는 회사의 코인 보유에 대한 회계 기준에 대한 논의가 막 이뤄지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중요한 것은 단순히 거래소가 제출하는 내용을 토대로 보고서에 옮기는 게 아니라 최소한 가상자산에 대해 알고 있는 회계법인을 통해 실질적 심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며 "거래소 제출 내용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이뤄지는 심사는 제대로 된 심사가 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거래소에서 선택하는 외부 회계법인보다 정부가 지정하는 전문 회계기관에서 제대로 검토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까지는 회계법인이 감사를 어떤 기준을 가지고 할 것인지, 어떻게 보고서를 써야 하는지 기준이 없기 때문에 현장 감사를 할 수 있는 실무 지침이 되는 회계 기준부터 만들어져야 한다는 견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구조 등 비즈니스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라며 "가상자산 비즈니스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당 비즈니스 운영을 위한 조직과 인력 전문성을 확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코빗 정석문 리서치센터장은 "회계법인 보고서 한계는 단순히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선정해서라기보다 제대로 된 회계법인을 선정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라며 "규제 당국이 선정하는 대형 회계법인이 안 하겠다고 하면 규제당국도 강제할 수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회계법인이 보유자산 실시간 업데이트(PoR)을 제대로 한다는 가정하에 완벽하진 않지만, 리스크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라며 "단순히 잔고를 공개하는 것보다 잔고가 고객에 대한 채무보다 많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채무를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국내거래소는 특정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8조와 시행령 제10조 18에 따라 의무적으로 고객 예치금과 고유재산을 구분해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세부 자산 내역 공개는 거래소 의무 대상이 아니고, 시세조작 등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대부분 거래소가 꺼리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대부분 거래소들이 자체적으로 의뢰해 재무건전성과 지급준비율을 공개하고 있어 해외보다는 투명하다고 볼 수 있다"라면서도 "거래소들이 특금법 등에 따르고, 금융위 권고사항 등을 착실히 지키고 있지만, 더 자세한 법규나 담당기관이 없어 투명성을 검증할 수 있는 더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효율적이고 투명성을 갖춘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정부에서 조속히 보안과 공시 등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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