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금융사들은 내년도에도 지속 성장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디지털 전략을 보다 구체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데일리>는 12월 8일 금융IT 혁신 및 디지털금융 분야 핵심 이슈를 진단, 전망하고 대응 전략을 공유하기 위한 ‘2023년 전망, 금융IT 이노베이션(Innovation)’ 콘퍼런스에 앞서 금융 IT시장 및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금융권의 움직임을 조망해본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지난 3년여간 금융권의 화두는 디지털 전환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환경 강화와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등이 맞물려 금융사들은 금융업이라는 본질 외에도 다양한 실험에 나설 수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금융과 통신, 금융과 유통 등 이종 산업간 협력이 빠르게 진행됐으며 그 근간에는 금융사들이 가지지 못한 ICT·디지털 기술과 서비스 경험에 대한 습득이라는 목적이 자리잡기도 했다.
하지만 디지털 일변도가 강조되면서 상대적으로 금융사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IT인프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이뤄졌는지는 의문을 가져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은행권의 모바일 뱅킹 서비스 장애가 이어진 것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개별 은행들의 뱅킹 시스템 장애는 종종 있어왔지만 최근 한 달여간 우리은행, 산업은행 케이뱅크, 우체국금융, 기업은행 등 뱅킹 시스템 장애가 일어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금융권의 전산 장애는 매년 이어지고 있으며 그 빈도수도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금융권의 전산 장애는 ▲2019년 196건 ▲2020년 198건 ▲2021년 228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4년간 은행권에서 발생한 전산 장애는 은행이 275건으로 케이뱅크의 전산 장애가 34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 이어 ▲신한은행(32건) ▲카카오뱅크(27건) ▲산업은행(25건) ▲SC제일은행(23건) ▲토스뱅크(17건) ▲하나은행(16건) ▲KB국민은행(15건) ▲수협은행·▲우리은행(14건)이 뒤를 이었다.
매년 금융권의 막대한 예산을 IT인프라에 투자하지만 최근 예산의 우선순위가 디지털 전략을 구체화하는데 투입되면서 실질적으로 뱅킹 등 핵심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빅테크로 촉발된 개발자 몸값 인상으로 금융권에서 근무하던 양질의 운영 및 개발 인력이 외부로 빠져나간 것도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들의 IT부서 인력은 최근 이동이 잦았으며 여기에 이들 금융사들의 IT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금융 IT전문 회사들도 인력 확보에 비상인 상황이 계속되기도 했다.
업계에선 이처럼 금융권의 전산관련 인력 부족과 일부 중요 뱅킹 서비스의 도급 사업이 금융서비스에 대한 근본적인 경쟁력 저하의 한 원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하드웨어 장비 등의 장애도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금융 시스템 운영 인력의 부족과 이에 따른 전문 인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IT개발자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 증가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금융권의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때문에 업계에선 보다 효율적인 운영방안 모색과 함께 비용대비 투자효과를 적극적으로 분석해 내년도 IT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