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S·ASML CEO 및 사우디 왕세자 방한
- ‘뉴삼성’ 먹거리 발굴 가속화 기대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번주 글로벌 IT기업의 거물급 인사와 연달아 회동할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15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를 만날 예정이다.

이날 MS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이그나이트 온 코리아’ 행사를 개최하는데, 이 자리에 나델라 CEO가 참석한다.

이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기위해 4년 만에 한국을 찾은 나델라 CEO는 ‘MS 클라우드가 어떻게 더 적은 것으로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도록 한국 조직을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앞서 나델라 CEO는 지난 2018년 방한 때 이 회장(당시 부회장)을 만나 인공지능(AI) 및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 대한 의견을 나눴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이 회장이 반도체 공장 투자 관련으로 미국에 들렀을 때도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되기도 했다.

이번 회동에서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메타버스 등 미래 사업 전략을 이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버용 메모리, 자체 설계 칩 등 반도체 부문도 논의 대상이다.

이어 16일에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피터 베닝크 CEO와 이 회장이 마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에는 ASML의 경기 화성 극자외선(EUV) 클러스터 기공식이 개최된다. 앞서 ASML은 한국에 2400억원을 투입해 2024년까지 EUV 설비 트레이닝 및 재제조 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 노광 장비를 독점하는 기업이다. EUV는 기존 심자외선(EUV) 대비 13.5배 얇은 파장으로 미세공정을 구현하는 데 적합한 기술이다.

이 부회장과 베닝크 CEO는 한국과 네덜란드에서 수차례 만남을 가진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유럽 출장 때마다 ASML 본사를 찾는 등 많은 신경을 썼다. ASML 입장에서도 삼성전자는 TSMC, 인텔 등과 함께 핵심 고객사다.

삼성전자는 이미 EUV 장비 수십대를 구매했으며 차세대 제품인 ‘하이 뉴메리컬어퍼처(High NA) EUV’ 설비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끈끈한 관계로 인해 이 회장이 기공식에 깜짝 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17일에는 이 회장과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접촉이 점쳐진다. 빈 살만 왕세자는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여한 뒤 방한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 오는 건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현재 사우디는 신도시를 건설하는 ‘네옴시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총 5000억달러(약 710조원)가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빈 살만 왕세자는 방한 기간 국내 기업과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19년 이 회장을 비롯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을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만났다. 당시 이 회장이 자리를 주선한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해 이 회장은 사우디 출장길에 올라 빈 살만 왕세자와 재차 회동하면서 친분을 과시했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두 사람의 회담이 재현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전에 스마트시티 건설 등에 대해 논의한 만큼 이번에는 네옴시티 관련 구체적 내용을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직접적인 협업 대상이다.

한편 이 회장은 지난달 27일 회장 취임 이후 협력사와 계열사 사업장을 연이어 찾는 등 현장경영에 나선 상태다. 이번 주 3차례 회동과 다음 초 삼성그룹 인사 등을 통해 ‘뉴삼성’ 밑그림을 그려나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