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날이 갈수록 게임 개발툴 ‘게임 엔진’ 쓰임새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게임 엔진은 3차원(3D) 그래픽으로 가상공간을 만들고, 그 속에서 캐릭터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 쓰이는 개발자용 플랫폼이자 솔루션이다. 과거 게임 엔진은 오직 게임 개발을 위해서만 쓰였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게임 엔진은 더 이상 게임에 국한되지 않는다. 산업 전반에서 활용도가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일례로 BMW는 ‘포트나이트’로 유명한 에픽게임즈가 개발한 게임 엔진 ‘언리얼(Unreal)’을 개발 차량 테스트에 활용하는 식으로 선보인다.
26일 게임산업계에 따르면 각 지방자치단체 또한 에픽게임즈의 언리얼엔진을 적극 이용해 문화, 재난, 도시계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먼저 서울시는 앞서 지난 8월 광화문광장 재개장을 맞이해 최근 해치마당에서 ‘버추얼 광화문광장 실감 스팟 체험존’을 운영했다.
광화문광장 곳곳 홀로그램 기기와 연동된 미디어패드를 통해, 시민이 직접 자신이 원하는 시공간과 계절·날씨를 설정하면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해 초고해상도 그래픽으로 반응하게끔 구성됐다. 체험존에서 지상과 항공뷰 시점 등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전지적 시점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울시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최초로 ‘디지털 트윈형 실감 콘텐츠’와 ‘홀로포테이션’ 통신 플랫폼 기기를 결합했다.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가상공간이지만, 현실 공간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초고해상도 시네마틱 영상을 송출하고 관람객 행동과 상호반응해 마치 게임처럼 광화문 광장을 쉽고 재밌게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의미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콘텐츠 제작에는 언리얼엔진이 사용됐다. 이처럼 에픽게임즈 언리얼엔진은 게임만 갇혀있지 않는다. 영화, TV, 건축, 자동차 등 전 산업에서 최첨단 콘텐츠, 인터랙티브 경험 및 몰입감 있는 가상세계 제작에 사용되고 있다.
부산항은 산업분야 혼합현실(XR) 솔루션 전문 기업인 ‘삼우이머션’과 디지털 트윈을 구축해 효율적인 항만 물류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동안 부산항만의 모니터링 시스템은 운영, 안전, 예측 관련 시스템이 각각 분리돼 있어 비효율적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트윈 구축을 통해 운영 효율 및 안전 관리까지 거버넌스를 강화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환경 구축에는 지속적인 데이터 수집 및 대용량 데이터를 3D 기반으로 디지털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도 에픽게임즈 언리얼엔진이 사용됐다. 언리얼엔진은 그동안 게임업계에서 주로 활용돼 왔던 리얼타임 3D 기술로, 부산항에 생기는 변화를 렌더링해 디지털화했다. 관리자에게 CC(폐쇄회로)TV 관제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다양한 정보까지 제공하고, 필요한 액션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왔다.
예를 들면, 차량이나 선적 장비에 탑재된 위치정보시스템(GPS) 트래커로 수집된 데이터가 디지털 트윈 상에 그대로 반영되고, ▲컨테이너 반출입 ▲장치 ▲양적하 작업 상태 ▲항만 안전 상태 등 디지털 정보가 실시간 제공된다.
인공지능(AI) 기반 분석 및 예측 시뮬레이션을 통해 크레인의 생산성을 높이고 이송 차량의 불필요한 투입을 줄이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인 항만 운영이 가능해진다. 또, 항만 내근직 근로자와 현장 기술자들은 보다 밀도 높은 소통이 가능해지고, 사고 발생 시 사고 현장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알림을 통해 보다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시흥시는 스마트 건설기술인 XR이 적용된 증강휴먼 건설기술을 활용해 물왕저수지 옆 유휴공간을 따오기아동문화관으로 새롭게 조성했다. 시흥시는 대지면적 5054㎡에 달하는 이 공간을 어린이들에게 상상력을 불어넣으면서도 안전하게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선 아동용 암벽 데크 등 비정형의 시설물과 곡선의 포장 패턴 등 독특한 구조의 시공이 적용됐다. 리얼타임 렌더링을 기반하는 혼합현실(XR) 기술, 즉 증강휴먼 건설 기술을 통해 시는 제한된 예산 안에서 시공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었다.
따오기아동문화관 경우 언리얼엔진을 활용한 XR 시공으로 본시공 및 재시공비 절감 효과도 얻었다. 기존 방식으로 시공한 신흥어린이공원이나 목감호반아파트 내 어린이공원에 비해 재시공비를 약 18%p에서 30%p까지 절감할 수 있었다. 재시공비가 XR 시공 방식을 적용한 뒤 오차율이 기존 약 24~36%에서 6.16%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게임산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국내에선 제조, 반도체, 바이오,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들이 전방위적으로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특히 에픽게임즈 언리얼엔진은 게임뿐만 아니라 이같은 분야에서의 쓰임새와 사례가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