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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개척한 빠른정산…소상공인 상생 필수요건 되나

이안나
사진=네이버 비즈니스 스쿨
사진=네이버 비즈니스 스쿨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네이버가 국내에서 시작한 ‘빠른 정산’이 전 세계 이커머스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 역시 빠른 정산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소상공인 성장을 돕는 ‘게임체인저’로 자리잡겠다고 선언한 것. 플랫폼과 소상공인이 상생할 수 있는 핵심 요인으로 원활한 자금회전이 최우선 순위로 꼽히기 때문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입점업체 대상으로 대금 선지급 서비스인 ‘익스프레스 페이아웃(Express payout)’을 시작한다. 이는 영업일 기준 3~5일이 아닌 24시간 이내 은행 계좌로 소상공인 대금을 지급해주는 서비스로, 국내 네이버 서비스 빠른 정산과 유사하다.

아마존은 지난 지난 14일 미국 시애틀에서 이틀간 개최된 판매자 컨퍼런스 ‘아마존 액셀러레이트’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아마존은 “중소상공인 비즈니스 성장을 위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익스프레스 페이아웃 도입은 아마존 입점업체들에 분명 희소식이다. 그간 아마존 입점업체들은 2주에 한 번씩 매출을 정산하고, 이를 현금으로 지급받기까지 최대 5일을 기다려야 했다. 아마존은 최대 5일 일정을 이번 서비스 도입을 통해 단 하루로 줄인 것이다.

아마존이 야심차게 선보인 서비스이지만 국내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들은 그닥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국내 사업자들은 일찌감치 빠른 정산 혜택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네이버는 영업일 기준 매일 정산을 하고, 매출 발생한 후 약 3일만에 정산을 완료한다. 아마존보다 더 속도가 빠른 것이다.

네이버는 업계 중 처음으로 약 9.4일 정도 정산주기를 3일로 대폭 줄였다. ‘프로젝트 꽃’으로 알려진 소상공인과 상생 철학을 수수료 정책 등 서비스 운영 전반에 녹인 결과다. 주문 건수와 반품률 등 최소한 요건을 충족하기만 하면 누구나 별도 비용 없이 빠른 정산을 이용할 수 있다. 아마존이 내년 10월부터 빠른 정산 이용요금을 받기로 한 것과 차별점이다.

빠른 정산을 이용하는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는 예상치 못하게 주문 건수가 일시적으로 떨어지더라도 자금회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이같은 장점으로 네이버 빠른 정산은 정식 출시 후 1년8개월 간 약 8만여명 소상공인에게 14조4000억원 정산대금이 조기 지급됐다. 이는 올해 1월 정부에서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배정한 추가경정예산 14조원을 넘는 규모다.

디지털 플랫폼과 소상공인 상생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업계 전반으로 빠른 정산을 도입하는 흐름이 생겨나기도 했다. 네이버에 이어 11번가와 배달의민족, 땡겨요 등 자발적으로 정산주기를 짧게 운영하는 플랫폼들이 등장하게 된 것. 플랫폼 업체들이 나란히 정산주기를 단축하면서 국내 사업자들은 미국보다도 빠르게 자금 운용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모든 플랫폼 업체들이 빠른 정산을 도입한 건 아니다. 가령 쿠팡은 판매대금을 정산하는데 납품완료 시점부터 50일 정도가 소요된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대형유통업체는 직매입 거래로 상품을 받으면 60일 내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정해진 기간 내 대금을 지급하는 건 맞지만 소상공인 사입 자금이 부족하지 않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국회에선 일부 국회의원 주도로 플랫폼 대금 정산 기간을 최대 30일로 제한하자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사업 특성상 소자본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 소상공인들은 정산주기와 같은 운영 시스템에 따라 매출이 발생해도 물품 사입 자금이 부족해 대출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빠른정산 등 소상공인 비즈니스에 큰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 운영 정책은 최근 대두되고 있는 플랫폼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과도 직결된다”며 “플랫폼이 형성한 경제 생태계에서, 정산주기 등 수많은 종사자 생산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에 대해서는 꾸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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