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하 'IRA')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된 전기차는 보조금 혜택이 제외되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주가는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의 매수수가 견고하게 이어지고 있다.
5일 마감된 코스피 시장에서, 코스피 지수의 전반적인 약세속에 현대차의 주가는 전일대비 1.78% 상승한 20만원으로 마감했다. 20만원을 돌파한 것은 거의 6개월여 만이다. 기아도 이날 전장대비 0.255 상승한 8만100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현대차의 주가 상승은 역시 외국인이 주도했다. 이날도 외국인은 18.2만주가 넘는 대량 순매수를 보였다. 기관도 13만주 넘게 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31만주 순매도로 대응했다.
앞서 지난 8월16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을 부여하는 IRA에 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외인들은 지난 8월에도 강한 매수 우위를 보여왔다는 점이 눈에 띤다.
지난 8월중 외인이 순매도한 날은 IRA 서명 후폭퐁에 따른 여파가 미쳤던 8월17일 하루 뿐이다.
미 'IRA'법 통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현대차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로 우선 원-달러 환율에 따른 환차익 효과가 꼽힌다.
현대차가 IRA의 시행으로 전기차에서는 일정 부문 판매감소 등 악재가 예상되지만 고환율(원화 약세)로 인해 전기차 가격을 1년전과 비교해 약 15% 정도 인하하는 효과를 볼 수 있어, 충격이 상당 두분 상쇄될 것이란 전망이다.
예를들어, 이같은 환율효과로 인해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는 현지 생산 전기차들과 보조금을 받지 않는 현대 '아이오닉5' 차량간의 가격이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현대차와 기아가 IRA 시행에 따른 충격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70원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이 1370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09년4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환차익 효과때문에 수출 기업의 실적에 유리하다.
앞서 삼성증권도 지난 2일, 국산 전기차의 미국 시장 분석 리포트에서 "미국서 생산한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 3750달러의 혜택이 제공된다고 가정 했을때, 이는 현대차 아이오닉5 차량 가격의 7~8%정도 수준"이라며 "이 7~8%의 가격 경쟁력의 열세를 원-달러 환율 효과에 따른 15% 정도의 가격인하 효과로 상쇄할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또한 현대차는 미 IRA법에 전혀 영향을 받지않는 내연기관 모델과 하이브리드 차량은 현재의 원-달러 환율 수준이 유지됐을 경우 원-달러 환율 효과로 인한 매출 증가 효과가 예상된다.
삼성증권은 이와함께 IRA법에 따라 제공되는 미 전기차 보조금 규모가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않아 현대차그룹에 미치는 실질적인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는 의견을 냈다.
미국은 향후 10년간 기후변화 대응에 총 3690억 달러를 투입 계획할 계획인데, 이 중 전력부문 74%(2730억 달러) 및 주거가 14%(516억 달러)로 대부분 전력의 탈탄소화에 집중됐다.
전기차와 관련한 지원금 규모는 전체의 8% 정도로, 이 중 상용차와 중고차를 제외하면 신규 전기차(EV)에 대한 세제혜택 예산은 75억 달러에 그친다. 또한 75억 달러중 2023년에 집행되는 예산은 약 8.5억 달러라고 분석했다.
향후 IRA법에 따라, 미국에서 10년간 동일한 수준으로 보조금 예산이 분배된다고 가정하면 연간 6~12%의 전기차만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즉, 2023년 현대차와 기아가 타격을 받겠지만 큰 충격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202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미국에서 현대차그룹이 현지 생산을 시작한다.
앞서 현대차는 올해 8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차량 판매대수가 전년동기대비 14.7% 증가한 28만5570대라고 밝힌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