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해사고/위협동향

n번방 유사 사례 대응의 키 ‘부다페스트 협약’··· 이번에는 가입할까?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n번방 사건과 유사한 디지털 성범죄가 또 발생했다. 미성년자를 협박해 성 착취 동영상을 찍도록 한 뒤, 이를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 등에 유포한 것.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국제 사이버범죄 조약의 가입 필요성이 부각됐다.

‘부다페스트 협약’이라 불리는 사이버범죄 조약은 2001년 유럽평의회 주도로 출범한 국제협약이다. 일본, 필리핀 등 비유럽 21개국을 포함해 총 66개국이 가입했다. 국제 사이버범죄가 발생할 경우, 협약 가입국끼리는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특징이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을 공언했다. 지난 8월 31일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이 경찰청이 주최한 제23회 국제사이버범죄대응심포지엄(ISCR 2022) 개회식에서 9월 내 가입 의향서를 제출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최근 사이버범죄의 경우 대부분 해외 서버를 경유하는 방식을 취하는 만큼, 협약 가입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부다페스트 협약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해외 수사기관이나 인터폴과의 공조를 통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구속력이 없는 등의 문제가 남는다.

근래에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은 n번방 사건 때다. 익명성을 제공하는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이뤄진 n번방 사태와 같은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는 국제공조가 필수적인데, 부다페스트 협약에 가입한다면 수사 속도가 빨라져 피해를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협약 성격상 이론이 있지는 않은 편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이 추진됐다. 다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관련 부처간 의견을 통합하지 못한 상태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킨 탓에 흐지부지된 것으로 전해진다.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ISCR 2022 발표에서 “부다페스트 협약은 반드시,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약에 가입하지 않으면 국제 형사사법공조를 거쳐야 하는데, 절차도 까다롭고 복잡하며 시간도 오래 걸린다. 아예 무시당하기도 한다. 휘발성이 강한 사이버범죄의 특성상 결국은 범인 검거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필요성을 부연했다.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직접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 의향서 제출을 공언한 만큼, 가입 준비에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윤 위원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행입법이다. 협약에서 요구하는 것과 국내법이 상충될 경우, 국내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큰 이견이 있다고는 보기 어려우나, 극심한 대립이 지속하는 국회 상황상 법 개정 절차가 순탄치 않으리라는 지적이 있다. 또 협약 가입과 관련해 어느 기관이 주도권을 쥐느냐는, 부처간 갈등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윤 위원은 “몇년 전에 정부 사이버범죄 관련 자문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느낀 것은, 경찰이나 검찰, 외교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각자가 생각하는 것이 조금씩 다르더라. 내부적인 통합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와 사정이 비슷했던 일본은 5~6년 정도 시간을 들여 이행입법을 완료했고, 이후 부다페스트 협약에 가입했다. 우리도 빨리 가입을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종현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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