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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돌아온 삼성, '진짜 실력' 보여준다…450조원 투자 시동

김도현
- 이 부회장,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
- 반도체·배터리·M&A 등 과제 산적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겠다.”

지난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이 확정되자 이같이 말했다. 이날 정부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서민생계형 형사범, 주요 경제인, 노사관계자, 특별 배려 수형자 등 1693명을 15일자로 특별사면·감형·복권 조치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면서 2017년 2월 구속기소됐다. 지난해 1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하다 같은 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지난달 29일 형기는 종료됐으나 5년간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받았다.

이번 결정으로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 취임 및 이사회 참여 등이 가능해졌다.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게 되면서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컨트롤타워 부활 등이 거론되지만 당장은 산적한 현안 챙기기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하반기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경영 활동과 투자계획 등을 본격화하는 게 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지난 5월 향후 5년간 국내외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새 먹거리 발굴을 위한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및 미래인재 육성, 산업 생태계 조성 등에 해당 금액을 쓰겠다는 게 골자다.

우선 주력인 반도체 사업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현재 반도체 시장은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반도체 경기마저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중 갈등 고조로 정치적인 이슈도 불가피하다. 사업적으로는 메모리 경쟁사의 추격,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와 인텔의 광폭 행보 등으로 반도체 초격차 전략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삼성은 메모리 첨단기술 선제 적용, 파운드리 선단공정 기술 개발 등으로 반도체 왕좌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총수 복귀로 인한 신속한 의사결정, 과감한 투자 진행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실례로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ASML을 찾아 극자외선(EUV) 설비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EUV 장비는 차세대 메모리 및 시스템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이다.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바이오, 제2의 반도체로 꼽히는 배터리, 중국 공세에 직면한 디스플레이 등도 그룹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분야다. 삼성은 의약품 위탁생산개발(CDMO) 및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확대 등을 통해 바이오 강화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배터리는 경쟁사 대비 투자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은 가운데 총수 부재가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유럽 출장 당시 삼성SDI 헝가리 공장을 방문하는 등 배터리에 힘을 싣고 있다. 디스플레이 역시 투자 재개 움직임이 관측되면서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방침이다.

그동안 더디게 진행된 인수합병(M&A) 작업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지난 2016년 11월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9조4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대형 M&A가 없었다. 2020년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3년 내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실현할 것”이라고 예고한 만큼 이 부회장 복귀로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현금성 자산 규모는 125조원으로 실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등이 후보 부문으로 꼽힌다.

또 다른 과제는 경제 활성화다. 이 부회장은 복권 이후 “앞으로 열심히 뛰어서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다”면서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향후 5년 8만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반도체와 바이오 등 핵심사업 중심으로 채용 규모를 확대해 ‘좋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다.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신입사원 공채제도를 유지해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미래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SAFY), 드림클래스 등 프로그램을 지속 운영할 예정이다.

상생 경영도 강화한다. 중소벤처기업 지원 프로그램 고도화가 핵심이다. 스마트공장 지원 프로그램 및 협력사 안정망 강화, 산학협력 통한 기초과학·원천기술 연구개발(R&D) 지원 확충 등을 진행한다.

한편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판 결과 따라 재차 경영활동에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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