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종합] ‘로켓성장’ 쿠팡, 경기침체 속에도 흑자전환 초석

이안나
- 2분기 매출 6조 돌파, 영업적자 847억원…적자규모 10분의 1로 축소
- ‘와우 멤버십’ 혜택 위해 2분기에만 6500억원 투자
- 약 4개월만에 장중 한때 20달러 돌파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인한 이커머스 성장 둔화와 고물가·경기침체.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쿠팡이 수익성을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연초에 이어 2분기 연속 적자 규모를 줄이고 사상 처음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순이익(EBITDA) 흑자를 냈다. 주가는 4개월만에 장중 한때 20달러를 넘었다.

10일(현지시각) 쿠팡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50억3782달러(한화 약 6조3500억원·2분기 평균 환율 1261.31원 기준)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12% 증가한 수치다. 원화 환산 매출 기준으로는 전년동기대비 27% 늘었다.

2분기 매출은 전분기(51억1668만달러)에 비해선 금액이 소폭 줄었지만, 고환율 여파로 원화 환산 기준을 적용하면 역대 최대치다.

이 기간 영업적자는 6714만3000달러(약 847억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7%, 전분기 대비 67.3% 줄었다. 쿠팡은 상장 이후 매 분기 2~5억달러 규모(2500억원~6500억원) 영업손실을 냈는데, 이번 처음으로 1000억원 미만으로 줄였다. 핵심사업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수익성을 대폭 개선한 결과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2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이번 실적은 장기적 비즈니스 수익성을 보여주는 일부에 불과하다”며 “상장 이후 매 분기마다 이커머스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있으며, 이번에도 예외 없이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고 말했다.

◆ 조정 EBITDA 처음 순이익 달성...‘흑자경영’ 시동=조정 EBITDA는 같은 기간 6617만달러(약 835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순이익을 달성했다는 점이 유의미하다. 지난 1분기엔 로켓배송 등 제품 커머스 분야에서만 흑자(287만달러)를 냈고, 회사 전체로는 조정 EBITDA가 손실을 냈었다.

그러나 불과 3개월만에 회사 전체로 흑자구조로 전환된 것이다. 쿠팡 매출 총이익은 12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75% 상승했다. 제품 커머스 분야 조정 EBITDA 순이익은 1분기(287만달러) 대비 2.4배 증가한 978만달러를 기록했다. 쿠팡이츠 등 성장 분야 사업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4% 늘었다. 거리두기 해제 영향으로 성장폭 자체는 다소 줄었다.

이 흐름이면 쿠팡은 올해 조정 EBITDA 기준 연간 흑자를 내는 것도 가능하다. 쿠팡 조정 EBITDA가 흑자로 돌아선 건 2014년 로켓배송 출시 이후 처음이다. 조정 EBITDA는 영업활동만으로 번 실제 사업의 순수한 현금 흐름 지표를 의미한다.

거라브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연초에 조정 EBITDA 손실폭을 연말까지 4억달러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흑자전환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실적 개선에 힘입어 이날 기준 쿠팡 주가는 전일대비 4.11% 오른 19.76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20달러대를 돌파했다. 쿠팡 주가가 20달러대를 돌파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4개월 만이다.

◆와우 멤버십 적극 투자...배송효율로 소상공인 매출↑=엔데믹 속에서도 실적 개선을 할 수 있던 동력으로 김 의장은 ▲와우 멤버십 투자 ▲지속적인 물류·기술 투자를 강조했다. 김 의장은 “로켓배송·회원할인·쿠팡플레이 등 와우 멤버십 혜택에 작년 대비 50% 증가한 5억달러(약 6500억원)를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유료 멤버십 투자에 힘입어 쿠팡의 1인당 고객 매출(317달러)은 전년동기대비 20% 증가했다. 쿠팡에서 제품을 한번이라도 산 활성 고객 수는 전년 대비 5% 증가(1788만명)했지만 전분기 대비 1% 줄었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쿠팡이츠 고객이 줄어든 영향이다. 단 전체 활성고객 중 대다수가 아직 2분기에 신선제품을 한번도 구매하지 않은 만큼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물류 인프라 기술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김 의장은 “물가 상승 기조에도 불구하고 기술과 물류 자동화에 대한 투자 등이 이번 실적을 견인했다”고 했다. 쿠팡은 현재 전국 30여개 지역, 100개가 넘는 물류센터와 배송캠프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각종 비용 절감 효과가 확대된다는 설명이다. 쿠팡에 따르면 쿠팡 전국 물류 인프라 규모는 2020년 말 70만평에서 지난해 말 112만평으로 늘었다.

쿠팡은 물류 효율성이 소상공인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소상공인 90%는 쿠팡 풀필먼트 물류망을 사용하며 다양한 배송 혜택을 누리고 있다. 쿠팡은 자체 보고서에서 “회사 성장으로 최근 3년간 연 매출 30억원을 초과해 ‘소상공인’을 졸업한 파트너들이 5292명에 달한다”고 전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 실적 개선 흐름을 보고 ‘만년 적자 기업’에서 이익을 내는 이커머스 기업으로 변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모건스탠리, 크레디트스위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오는 2024년 쿠팡이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