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칼럼

[취재수첩] 핀테크 시대는 저물고 이제 금융사의 시대?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금융당국이 지난달 19일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금융산업의 방탄소년단(BTS)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에 나섰다. 금융시장에서 BTS가 나올 수 있도록 규제가 금융산업 디지털 전환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금융당국의 조치를 보는 업계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규제 완화의 수혜를 입었던 핀테크 시장에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디지털 금융을 위한 큰 줄기의 규제가 풀리는 만큼 핀테크 시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다만 이번 금융당국의 정책은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금융사들의 불만을 대거 수용한 것이어서 금융사와 빅테크 간 경쟁이 정면대결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라이선스 중심의 폐쇄된 환경이었던 금융시장을 핀테크, 빅테크 기업에 개방하던 것이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기조였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 등 다양한 기업들이 금융시장에 진입해 한정된 범위 안에서라도 시장을 개척해왔다.

하지만 이번 금융당국의 정책 핵심은 금융시장의 주된 플레이어였던 금융사에 대한 빗장을 푸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핀테크 등 신규 플레이어들이 금융사들이 일부 풀어준 범위 내에서 경쟁을 벌여 왔는데 여기에 이제 금융사들이 직접 개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9일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빅블러 현상으로 산업 간 영역이 흐려지고 있다”며 “우리 금융산업은 산업구조와 기술 변화에 대응해 새롭게 변모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으며 금융규제혁신의 목표는 우리 금융산업에서도 BTS와 같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추진 방안을 밝혔다.

금융위는 4대 분야, 9개 주요 과제, 36개 세부 과제를 추려 금융규제혁신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주요 과제에는 금산분리 제도 개선을 포함해 업무위탁, 실명 확인, 보험모집 규제 등 개선을 통해 외부 자원과 디지털 신기술 활용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특히 금융지주사가 은행 고객 정보를 계열사 간에 공유할 수 있도록 해 금융지주사 통합 앱에서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게 해 달라는 요구와 은행권에서 가상자산 업무와 관련해 금융회사도 가상자산 관련 업무를 영위하게 해 달라고 건의해 세부 과제 중 하나로 채택됐다.

이밖에 ▲금융회사의 부수업무 규제 완화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보험모집 규제 개선 등도 내용에 포함됐다. 결과적으로 금융사들의 운신의 폭을 대폭 넓혀준 셈이 됐다.

시장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투자 측면에서 금융사들의 직접 투자 등이 이뤄질 수 있어 핀테크 시장에 활력이 될 것이란 전망과 다시 금융사를 중심으로 줄세우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정부의 기조가 시장 자율에 치우친 것도 핀테크 업계로선 양날의 칼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시장 자율의 이면에는 대형 자본시장의 논리가 지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까지 분과별 회의를 열어 작업계획을 확정하고 과제별 검토를 진행한다. 다음 달에는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매달 회의를 개최해 혁신과제를 속도감 있게 처리해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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