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참다 못한 미 항공우주국(NASA)이 러시아 소속 우주비행사들의 정치적 선전 행보를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NASA는 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러시아 연방우주공사 로스코스모스(Roscosmos)가 게시한 사진 속에서 우주비행사들이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국기를 들고 있는 모습을 언급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텔레그램 게시물엔 “루한스크 인민 공화국의 광복절을 기념한다”는 캡션도 함께 쓰인 것으로 전해졌다.
루한스크와 도네츠크는 러시아가 집중 공격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 지역에 해당한다. 즉, 러시아 우주비행사들이 해당 지역의 국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 ‘점령’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프로파간다(정치적 선동) 행위로 해석된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해당 게시물이 올라온 시기는 우크라이나가 루한스크의 도시 리시찬스크를 격파한 직후라는 점에서 더욱 논란을 샀다.
앞서 우주비행사를 이용한 러시아의 프로파간다는 앞서 지난 3월에도 한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ISS에 도착한 우주비행사들이 입고 있던 밝은 노란색 점프슈트가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의미로 해석된 것이다. 이에 대해 로스코스모스는 “우주비행사들의 출신 대학을 상징하는 색일 뿐”이라며 부인했다.
◆삐걱거리는 NASA와 로스코스모스… 협력에 차질 생기나?
러시아에 대한 NASA의 공개적 비난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ISS와의 파트너십에서 탈퇴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NASA에게 여러 차례 도발을 이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우주 사업을 위한 협력 관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을 밝혀왔던 NASA가 사실상 이번엔 러시아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재키 맥킨 NASA 대변인은 “NASA는 러시아가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며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것을 강력히 비난한다”라며, “평화적 목적을 위해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ISS의 주요 기능과 러시아는 근본적으로 어긋난다”라고 전했다.
현재 NASA가 러시아와의 파트너십 연장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올해를 목표로 준비해오던 NASA와 로스코스모스 간 우주비행사 교환 프로그램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원래대로라면 오는 9월께 러시아의 우주비행사는 스페이스X(spaceX)의 크루 드래곤(Crew Dragon)에, 미국 우주비행사는 러시아의 소유즈 캡슐에 탑승해 각각 ISS에 도착할 계획이었다.
한편 이처럼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 협력 분위기가 냉각되는 것은 우리 나라로서도 사실 달가울 게 없다. 그동안 러시아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어왔고, 누리호의 성공적인 발사이후 후속으로 달 탐사 등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우주 기초과학 분야에서 선도국인 러시아와의 교류가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러-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신냉전 구조는 우주과학 분야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는 형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