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만드는 로봇은 ‘손맛’을 안다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팀 네이버 거대 기술 테스트베드 제2사옥 1784에서 재밌는 로봇 실험이 한창이다. 로봇에게 ‘손 맛’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이미 1784에서는 자율주행로봇 ‘루키’가 곳곳을 누빌 준비를 마쳤다. 스타벅스 커피, 도시락, 택배를 싣고 사옥 내 임직원에게 배달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네이버랩스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와 협업해 양팔로봇 ‘엠비덱스’를 개발하고 학습 중이다.
네이버랩스 석상옥 대표는 최근 열린 밋업 행사를 통해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든지 다닐 수 있는 로봇 플랫폼을 만들었는데,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로봇 서비스를 완성한 것은 아니다”라며 “로봇 손과 팔이 필요하다. 픽앤플레이스(Pick & Place)를 해야 서비스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우선, 네이버랩스는 가볍고 힘 센 로봇팔을 만들었다. 사람과 어우러져 안전하게 서비스를 하려면 가벼워야 하며, 무거운 물건도 들 수 있을 정도로 힘도 세야 한다. 도르래 원리를 이용했다. 약 2.6kg 팔이 5kg 물품까지 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팔 무게 두 배까지 들 수 있는 성능을 자랑한다.
주목할 점은 힘 제어다. 힘과 위치를 동시에 제어하면서, ‘피지컬 인텔리전스(운동 지능)’가 있는 로봇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한국어로 쉽게 풀이하자면 손 맛이다.
현재 엠비덱스는 1784에 입점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배달하는 루키를 청소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손 맛을 배우고 있다.
엠비덱스는 감자와 당근을 깎고 설거지를 한다. 옆에서 사람이 귀찮게 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설거지를 하는 모습은 마치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농구공을 받고 콘센트에 플러그를 꼽고 이케아 의자도 조립한다. 그림도 그린다.
이같은 활동은 단순히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것과 같은 행동보다 더 큰 힘제어 기술을 요구한다. 네이버랩스는 수학적인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 대신 새로운 접근 방법을 택했다. 바로 로봇에게 직접 알려주기로 한 것이다.
네이버랩스 개발 엔지니어가 엠비덱스와 연결된 장비를 통해 힘 제어 행동을 하면서 로봇에게 직접 학습시키는 식이다. 사람과 로봇의 행동과 힘 제어 정도를 상호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도자기를 만들 때 너무 세거나 약하게 빚지 않도록, 숙련자가 뒤에서 초보자 손을 직접 움직이면서 적정한 수준을 찾을 수 있도록 알려주는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이러한 로봇이 제대로 일상생활과 산업에서 톡톡히 활용할 수 있으려면 똑똑해야 한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클라우드 기반 로봇 제어 시스템 ‘아크(AI-Robot-Cloud, ARC)와 5G 클라우드 솔루션을 내년까지 상용화한다.
이와 관련 석상옥 대표는 “로봇 언제 팔 거냐는 질문을 하는데, 아크를 팔겠다”며 “세상 모든 로봇이 아크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한 바 있다. 로봇이라는 하드웨어보다는, 여러 기업과 기관에서 다양한 형태 로봇을 원하는 대로 잘 만들 수 있도록 눈과 귀, 두뇌 즉 소프트웨어를 점유하겠다는 뜻이다.
한편, 이번달 말 엠비덱스 4대가 1784에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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