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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로봇이 스벅 커피 배달을? ‘네이버1784’ 거대한 로봇 실험실

최민지
-네이버 제2사옥 ‘1784’ 세계 첫 로봇 친화형 빌딩
-연 면적 5만평, 그린팩토리 1.6배…5000명 이상 수용 가능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000 과장님, 도시락과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배달 왔습니다.” 네이버 직원은 배달온 로봇에게 도시락과 커피를 받아 휴게공간에서 가볍게 식사를 한다. 네이버1784에서 곧 그리게 될 미래다. 네이버 신사옥에서는 현재도 택배와 같은 우편물은 로봇을 통해 손쉽게 배달받고 있다.

거대한 로봇 실험실, 네이버 제2사옥이 공개됐다.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건물이다.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와 도로가 갖춰졌으며, 로봇들은 우편물부터 스타벅스 커피까지 임직원 자리에 배달할 수 있다.

2016년 착공을 시작한 네이버 제2사옥 ‘1784’는 ‘테크 컨버전스 빌딩’을 콘셉트로 건축된 세계 첫 로봇 친화형 빌딩이다. 1784는 네이버 업무 공간인 동시에 로봇·자율주행·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 네이버가 연구·축적한 모든 선행 기술을 망라하고 융합해, 미래 성장동력이자 새로운 혁신을 일궈낼 거대한 기술 테스트베드다.

1784라는 이름은 어떻게 정해지게 됐을까? ‘실험과 도전의 가치’라는 특성을 잘 드러내기 위해 건축 초기 정자동 178-4 번지라는 주소에서 착안했던 프로젝트명을 그대로 건물명으로 삼았다. 역사적으로 1784년은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시기이기도 하다. ‘혁신이 현실화된 공간’이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1784에는 로봇이 산다=1784는 연 면적 16만5000m2, 5만평에 달한다. 지하 8층부터 지상 28층까지 있으며, 그린팩토리 1.6배에 이른다. 엘리베이터만 25대다. 5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규모다. 이러다 보니, 공간 효율을 꾀하기 위해 설계부터 로봇을 염두한 건물로 탄생하게 됐다.

지난 14일 찾은 1784에서는 실제로 로봇이 건물 공간을 누비며 임직원 배달 서비스에 나서고 있었다. 이날 6층에서 로봇 ‘루키’를 만났다. 루키는 클라우드·5G·디지털트윈 기반의 브레인리스 로봇으로, 네이버랩스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 어라운드(AROUND)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현재 40여대 루키가 있다.

루키는 업무지원실에서 임직원에 택배를 전달하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우편물 서비스 요청이 들어오자, 직원이 배달물을 확인하고 QR스캔 후 해당 물품을 루키에게 넣었다. 루키는 전용 도로를 통해 업무지원실 밖에 있는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 ‘로보포트’를 타고 해당 임직원이 있는 층으로 이동했다.

로보포트는 1784에만 존재하는 인프라다. 고층 건물이 밀집해 있는 도시 로봇 서비스는 원활한 수직 이동이 중요한 숙제다. 이에 로봇포트는 놀이공원 대관람차 방식을 채택한 엘리베이터로 만들었다. 사람용 엘리베이터와 달리 각각 로봇들이 여러 층에서 탑승해 개별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로봇의 이동을 지원한다. 로보포트는 지하 2층부터 옥상까지 전층에 걸쳐 운행되는 순환식 구조로, 로봇들수직 이동 속도와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마침, 우편물을 전달하고 온 루키도 만날 수 있었다. 로봇포트에서 내린 루키는 임무를 완수하고 다시 업무지원실로 이동했다.

루키는 식당, 카페 등에서도 활동할 예정이다. 1784에 스타벅스가 입주한 만큼, 네이버는 루키를 활용해 커피를 배달하는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도시락도 배달 가능하다. 또, 양팔로봇 ‘앰비덱스(AMBIDEX)’는 카페 등의 공간에서 로봇 루키를 소독하는 파일럿 서비스를 테스트한다. 1784에서는 연내 100여대 이상 로봇이 딜리버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인데, 루키들을 로봇팔 앰비덱스’가 소독해준다.

또, 실내 매핑 로봇 M2는 1784를 디지털트윈 데이터로 제작하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 디지털트윈 데이터는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에 업로드되고, 네이버랩스 측위 기술을 활용해 로봇 측위와 경로계획에 활용된다.

◆두 팔로 소독하고, 고흐 그림 그리는 로봇들=1784에서는 테스트베드라는 컨셉에 맞게 다양한 로봇 실험이 이어졌다. 네이버랩스가 코리아텍(한국기술교육대학교)와 협력해 개발한 양팔로봇 앰비덱스는 ‘안녕’이라고 말하듯 두 팔을 흔들면서 방문객들을 반겼다. 이날 네이버는 앰비덱스가 루키를 청소하고 닦는 모습을 시연했다.

앰비덱스는 로봇 루키를 소독하는 테스트를 담당한다. 로봇이 일상에서 사람들과 안전하고 자유롭게 상호작용하기 위해서는 로봇 비전이나 힘 제어 기술 수준이 매우 높아야 한다. 특히 앰비덱스가 두 팔로 루키를 닦고 소독하는 행위는 힘제어 기술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연구 중인 드로잉로봇 ‘아르토원(ARTO-1)’ 역시 이러한 로봇 실험의 일환이다. 사람에게는 패드를 부수지 않고 적당한 힘을 주는 행위가 쉽지만, 로봇에게는 매우 까다롭다. 하지만, 이날 아르토원은 사람의 붓터치를 학습해 패드에 고흐 ‘자화상’을 따라 그렸다.

1784 내에서는 IPX(구 라인프렌즈)의 대표 캐릭터 브라운과 샐리 모습을 한 로봇도 활약 중이다. 이 로봇은 익숙한 캐릭터를 활용한 로봇과 사람 간 상호작용 연구를 위해 개발됐다.

1784가 로봇 친화형 빌딩으로 건축되는 만큼, 건물 내부 곳곳에도 로봇에 특화된 인프라들이 자리잡고 있다. 건물 인프라와 연동된 클라우드 기반의 멀티 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 ARC(AI·ROBOT·CLOUD)와 로보포트, 클라우드-로봇 사이 통신 지연 시간을 최소화해 ARC와 로봇 성능을 극대화하는 ‘이음5G(5G 특화망)’가 대표적이다. 로보포트 역시 ARC와 연동돼 있다.

1784 내 모든 로봇 두뇌 역할을 하는 ARC(아크)는 클라우드 기반의 멀티 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1784 내의 수많은 로봇을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수시로 업데이트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로봇을 동시에 똑똑한 상태로 만들 수 있다.

◆마스크 쓴 채로 얼굴인식, 네이버 부속의원도 주목=
1784 곳곳에는 얼굴인식 시스템이 있다. 클로바 페이스사인(CLOVA FaceSign) 기술은 1784 입장과 동시에 만나볼 수 있는 스피드게이트, 업무지원센터, 네이버 부속의원, 식당, 편의점, 플랜트샵, 루키 등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임직원은 사원증을 태그하는 대신 얼굴인식만으로 멈추지 않고 통과할 수 있다. 2~3m 전부터 얼굴 인식을 빠르게 한다. 마스크를 쓴 채로도 인식 가능하다.

임직원은 회의실 예약 때 온도와 조명, 환기 등을 네이버웍스 내 ‘스마트제어’ 기능을 통해 직접 설정할 수 있다. AI 챗봇 ‘웍스(WORKS) 비서봇’을 활용하면 사내카페 및 식당에 실시간 메뉴 대기 현황을 확인하고 주문하거나, 사옥 내 주차 위치도 확인할 수 있다. 우편물과 식음료(예정)도 로봇 딜리버리로 요청해 수령할 수 있다.

도입을 앞둔 ‘AI 회의실’은 AI스피커 ‘클로바 클락’을 비치하고 녹음된 내용을 텍스트화해주는 클로바 서비스 클로바노트와 연동했다. 회의가 끝나면 클로바노트로 정리된 회의록을 모든 참석자에게 공유할 수 있다.

1784에 위치한 네이버 부속의원에서도 네이버의 앞선 기술들을 만나볼 수 있다. 환자에 대한 병력 청취를 온라인으로 수행하면 AI 기술로 그에 따른 진찰 사항이 의료용어로 자동 변환 및 EMR에 기록해 병원 내방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했다.

클로바OCR과 AI섬머리(AI Summary( 기술을 통해 서로 다른 형태의 과거 검진 결과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항목들을 분류, 정리, 분석해 이력관리 및 적절한 검진 추천도 해준다. 진료 후 결제 단계에서도 사원증을 태깅할 필요 없이 클로바 페이스사인으로 간편 결제하면 된다.

◆친환경과 방역 모두 잡다=
1784는 그린팩토리와 마찬가지로 LEED 플래티늄을 획득한 친환경 빌딩인 동시에, 방역 측면도 강화한 미래형 업무공간이다.

1784 친환경 인프라는 자연에너지 활용을 통한 에너지 절감과 다회용‧재활용 인프라를 통한 친환경 오피스 라이프 구축으로 요약된다. 태양광 발전 패널, 빗물‧생활용수 재활용, 수축열, 지열 등 자연 에너지를 활용하고 고단열 외장 유리, LED 고효율 조명‧제어, 복사냉방 등 에너지 절감이 가능한 인프라를 도입해 단위면적당 에너지 연간 사용량을 타 업무시설 대비 약 34%를 절감했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설계 단계부터 방역 관점을 고려했다. 층별 공기가 분리된 독립 외조기 방식과 천장 복사패널 시스템을 혼합 적용한 냉난방 시스템을 이용해 중대형 병원 수준 방역 안정성을 확보했다. 개인업무 공간 또한 1800mm에 이르는 가로폭 책상을 도입했고, 파티션도 1800mm로 높였다. 얼굴인식, 스마트주문, 로봇 딜리버리, 비접촉식 센서 도어, 스마트제어, 1인 회의실 확충 등 사옥 생활에 있어 접촉 자체를 최소화했다.

네이버는 “1784는 첨단기술의 융합을 끊임없이 실험하는 테스트베드”라며 “AI, 로봇, 자율주행 등 다양한 첨단기술들이 공간 안에서 지속적으로 융합되며 임직원 업무를 돕기도 하고, 나아가 이러한 시도들이 축적되며 새로운 혁신 서비스 탄생으로 이어지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784는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았으며 네이버 임직원뿐 아니라 카이스트-네이버 초창의적 AI센터 연구원과 D2SF 투자 스타트업 직원들이 입주한다. 플랜트샵, 브랜드스토어 등 총 32명 발달장애인도 근무한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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