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다양한 전자제품이 우리 곁에서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을 반복했습니다. 모두에게 사랑받던 기기가 어느 순간 사라지거나 오랜 세월이 지난 뒤 부활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데일리>는 그 이유를 격주 금요일마다 전달하려고 합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누구나 한 번쯤은 무거운 이불 빨래를 이고 근처 빨래방을 들러본 기억이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크고 무거운 이불 빨래를 말릴 장소가 마땅치 않은데요. 최근에는 이런 수고를 덜고자 세탁기와 건조기를 한 번에 집안에 들이는 경우가 늘었죠. 세탁기의 반가운 친구, 건조기의 조상은 누구일까요?
◆1935년 특허 등록…90년대 美서 보급률 90% 달성=1800년대 후반 미국에서는 난로 열을 활용한 건조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건조기에 가까운 제품은 이보다 좀 더 시간이 흐른 1900년대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초기 형태는 제품이 아닌 장소였는데요. 미국의 로스 무어라는 인물이 추운 겨울날 외부에서 빨래를 말릴 때 얼어버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빨래를 건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실내에 난로를 넣은 ‘건조방’과 같은 형태였죠.
무어는 1935년 가스와 전기에 기반한 의류 건조기 특허를 등록했죠. 이후 일 년 뒤 해밀턴 제조에 특허를 넘겼습니다. 1941년부터 미국 빨래방을 중심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미국에서는 빨래를 바깥에서 말리는 걸 기피하는 문화가 생겼습니다. 이런 흐름을 타고 미국 내 건조기 보급률은 급격하게 높아졌습니다. 1950년대 10%에 그쳤지만 1990년대에는 90%로 급증했죠.
◆1998년 린나이 진출…150~200만대 수준=국내는 어떨까요? 국내 역시 미국과 비슷하게 특허 출원이 먼저였습니다. 1970년대부터 건조기 관련 특허가 출원되기 시작했는데요. 제품 출시는 이보다 20년 이상이 흐른 뒤였습니다.
건조기는 크게 가스식과 전기식으로 나뉘는데요. 첫 제품은 가스식 건조기였습니다. 1998년 린나이가 가스식 건조기를 출시하며 시장을 열었죠.
2000년대에 들어 LG전자도 가세합니다. LG전자는 2004년 가스식 건조기를, 2005년 전기식 건조기를 내놨죠. 삼성전자는 국외에서만 건조기를 다루다 2017년 전기식 건조기를 국내에 내놓으며 진출을 마쳤습니다.
많은 업체가 뛰어들자 국내 시장은 자연스럽게 확대했는데요. 특허청에 따르면 국내 연간 건조기 판매량은 2015년 5만대에서 2016년 10만대, 2017년에는 60만대로 급증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기준 150~200만대 수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이는 세탁기와 비슷한 수준이죠.
올해는 국내 건조기 시장이 열린 지 23년입니다. 건조기는 이제 세탁기의 든든한 ‘비서’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것처럼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