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디지털플랫폼정부’…전자정부와 뭐가 다를까 [IT클로즈업]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윤석열 대통령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디지털 기술과 빅데이터에 기반해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만들겠다”며 1호 공약을 발표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디지털플랫폼 정부는 부처 간 흩어져 있는 정보를 인공지능(AI) 플랫폼 위에서 학습한 후 국민에게 맞춤형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공약 내용은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축 ▲원사이트 토털 서비스 ▲나의(my) AI 포털 ▲빅데이터를 활용한 행정 효율화 ▲디지털 문제해결센터 설립 등으로 구성됐다.
◆20년간 진행한 전자정부, D.N.A 기반의 디지털 뉴딜정책
당시 윤 당선인은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추진하려는 이유에 대해 “사람이 아닌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해 국민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해 서비스 하고, 그동안 방법을 몰라 권리를 찾지 못한 국민에 정부가 먼저 서비스하기 위해서”라며 “마치 ‘AI집사’와 같이 국민에게 1인1집사를 제공해 의료기록·건강정보·직업훈련·일자리 등 다양한 정보를 정부가 알아서 챙겨주는 행정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개념은 이미 현 정부에서도 시도되고 있는 것들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 세계 최초로 전자정부(e-거버먼트) 서비스를 시작하며 디지털 기반의 효율적인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2020년 UN 전자정부평가 전자정부 발전지수를 193개국 가운데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있다.
이같은 전자정부는 5년마다 갱신되는 전자정부 기본계획과 함께 지난 2019년 발표된 ‘디지털 정부혁신 추진계획’과 2020년 발표된 ‘디지털 뉴딜정책’ 등으로 계승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뉴딜정책은 D.N.A(데이터·네트워크·AI) 기반의 데이터 플랫폼 발전전략을 통해 부처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AI로 학습시켜 개인 맞춤형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공공 데이터 개방과 AI 학습용 데이터, 분야별 빅데이터 플랫폼 등을 통한 ‘데이터 댐’을 구축해 여러 산업영역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혁신적인 제품·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선순환도 꾀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공공데이터 14.8만개를 개방했으며 금융, 통신, 환경 등 16개 분야의 빅데이터 플랫폼과 데이터를 공급하는 센터를 총 180개를 구축했다. 또, 2017년부터는 ‘정부24’ 포털을 오픈해 개별 사이트에서 제공해오던 민원서류 발급이나 세금 확인 등 공공서비스를 통합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오고 있다.
◆국정전략으로 격상된 ‘디지털플랫폼 정부’…“데이터는 흘러야”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디지털플랫폼 정부’는 사실상 단어만 바꾼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제 국민이 체감하는 편의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차기 정부의 문제의식이다. 부처 간 칸막이가 높다보니 정보가 제대로 공유돼 있지 않고, 결국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인 정책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윤석열대통령인수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디지털플랫폼 정부TF’를 출범시키고 고진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회장 겸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을 TF팀장으로 임명했다. 당초 TF는 10여명 내외로 꾸려질 예정이었으나 현재 고 팀장을 비롯해 총 23명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고 팀장은 지난 7일 이영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경영과학회, 한국빅데이터학회 등 공동 주최로 열린 ‘디지털플랫폼 정부 혁신 전략’ 세미나’에 참석해 “구체적인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현이나 실행계획에 대해선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만들어서 논의할 예정”이라며 “TF 역할은 강력한 추진 체계를 성립하는 것까지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디지털플랫폼 정부’는 국정과제였으나 최근 국정전략으로 한단계 격상되며 우선순위가 높아졌다. 이는 크게 ▲민·관이 함께 만들어가는 디지털 공공서비스 혁신 ▲AI·데이터 기반으로 정부의 일하는 방식 대전환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플랫폼정부 혁신 생태계 조성 등 3개의 국정과제 하에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마련될 방침이다.
고 팀장은 “제일 중요한 것은 결국 데이터가 흘러서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데이터를 창고에서 꺼내서 생명을 찾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여기에 민간기업들이 참여해 정부의 혁신동력을 배가시켜 디지털 플랫폼 혁신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선 구체적인 인물이 거론되진 않았으나 참석한 교수와 민간기업 가운데 '디지털플랫폼 정부 TF' 소속 전문가가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며 이날 발표 내용에도 관심이 쏠렸다.
◆민간과 함께 하는 공공 앱스토어?…강력한 거버넌스 필요
예를 들어 윤 당선인의 디지털 공약 수립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오종훈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날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통해) 국민의 행정에 대한 경험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정부를 구현할 수 있다”며 “클라우드 상 디지털 트윈 정부에 모든 부처의 정보가 모이는 데이터 레이크(호수)와 AI 플랫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인 공공 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스토어를 공공과 민간으로 구분해 제공할 것이며, 이것이 이전 정부와 윤석열 정부와의 차이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를 위해선 사람과 조직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안재현 카이스트 교수는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정부의 디지털 전환이라고 비유하며 “이미 지난 10년 간 기업에서 사투를 벌여가며 디지털 전환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중 약 70%가 실패했다”며 “기업 및 기존 전자정부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고려해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며 8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분명한 목적과 철학과 함께 무엇보다 부처 간 협업 등 추진력과 조직 즉,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현재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보국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부처 간 협력과 추진을 위한 톱다운 방식의 충분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민간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을 통한 디지털 인프라 전환, 철저히 사용자(공무원, 국민) 필요에 기반한 서비스, 사용자 편의성, 디지털 플랫폼 수용성과 내부 저항 문제, 데이터 기반의 정책 결정으로 공정성이 확보된 행정, 플랫폼 에코시스템을 통한 개방형 혁신 등을 제시했다.
한국빅데이터학회 회장인 신경식 이화여대 부총장은 현 정부의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에 대해 “민간 데이터를 끄집어내는 방식이 조금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현재 정부는 각 분야별 16개 빅데이터 플랫폼을 추진 중이며 올해 말까지 부동산, 스마트팜, 감염병 등 5개 플랫폼을 추가로 구축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과연 기업들이 3~4억원 정도 받고 진짜 핵심 데이터를 내놓을까”라고 의문을 표하며 “정부 주도로 민간 데이터를 개방하게 하는 현재의 사업모델의 한계와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의 데이터까지 공유하는 데이터 스토어가 없는 점 등을 감안하면 국가 데이터 전략 상 정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데이터의 유통을 도와 시장 조성에 주력할 것이냐 아니면 직접 뛰어들어 플레이어가 될 것이냐는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데이터 기반의 행정 서비스 쪽은 당연히 직접적인 플레이어가 되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지만, 산업 관점에서 정부가 직접적인 플레이어가 되는 것보다 생태계 조성에 힘을 쏟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한편 인수위에서도 디지털플랫폼 정부의 역할에 대해 “지금까지는 단순히 정보를 연계하는데 그쳤다면, 새 정부가 추구하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연계를 넘어 통합을 이루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최우선 과제는 정부부처가 각각 소유하고 있는 데이터의 공개 범위와 표준화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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