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EUV 장비, ASML 독점 깨지나…어플라이드·램리서치, 생태계 공략

김도현
- 노광 설비 제외한 EUV 아이템 개발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산업에서 극자외선(EUV)의 존재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적용 영역이 시스템반도체에서 메모리로 확대되면서 수요 폭발이 본격화했다. 전용 노광기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하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가 EUV 생태계 합류를 위해 분주하다.

◆EUV 한계 측면 돌파하는 어플라이드=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이하 어플라이드)는 측면 식각 패터닝 기술을 개발했다. 통상 위에서 수직적으로 깎아내는 대신 말 그대로 옆면으로 제거하는 방식이다.

해당 기술은 반도체 회로를 구분하는 칸막이 ‘STI(shallow Trench Isolation)’를 만드는 과정에서 쓰인다. 패턴 미세화로 STI가 무너지지 않으면서 작게 만드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는데 측면 식각으로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다. 모래 뺏기 놀이에서 깃발이 넘어지지 않도록 옆에서 살살 긁어내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빛의 파장이 불화아르곤(ArF) 대비 13.5배 짧은 EUV 공정에서 측면 식각을 활용하면 마스크 수를 50% 이상 축소할 수 있다는 평가다. EUV 장비와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요소다. 어플라이드는 “45도 각도에서 수행하는 혁신적인 기법”이라며 “임계치수(CD)를 줄이고 공정 단계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CD는 패턴화된 선의 너비다.

지난달 열린 회계연도 2022년 1분기(2021년 10~12월) 컨퍼런스콜에서 마이클 설리반 어플라이드 부사장이 관련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상용화를 앞둔 것으로 추정된다.

어플라이드는 일련의 과정을 측정할 수 있는 전자빔 계측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EUV는 물론 트랜지스터 게이트와 채널이 닿는 면을 4개로 늘린 GAA(Gate All Around) 등 차세대 공정에 대한 계측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램리서치, 포토레지스트 변화로 EUV 효율↑=미국 램리서치는 포토레지스트(PR) 변화로 EUV 시대에 대응할 방침이다. PR은 노광 공정 시 사용되는 소재로 감광제로도 불린다. 감광은 빛을 조사했을 때 물리적·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이다.

기존 PR은 액체 형태의 습식이다. 램리서치는 웨이퍼와 바르는 습식 레지스트와 달리 증착 공정(화학 반응)을 통해 박막을 형성하는 건식 레지스트를 사용하고자 한다. 전환 시 EUV 공정 해상력을 높인다. 해상력은 렌즈나 감광 재료가 얼마나 섬세한 묘사가 가능한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즉 빛 조사량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원가 측면에서는 PR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유리하다. 건식은 습식 대비 5~10배 적은 원료를 투입해도 된다. 아울러 기존에는 웨이퍼를 회전시키면서 장비로 습식 레지스트를 떨어뜨리는 스핀 코팅 방식이어서 도포 시 버려지는 부분이 있었다.

다만 박막에 필요한 전구체 확보 등이 난제다. 국내 디엔에프 등이 건식 PR로 쓸 수 있는 전구체를 개발 중이다.

현재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이 ▲EUV PR 도포 ▲웨이퍼 가열 ▲세정 등을 하는 트랙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램리서치가 장비 납품을 진행하면 습식 진영과 건식 진영 대결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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