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계속 후진하는 테슬라 주가… ‘전기차 배터리’ 자체 생산으로 위기 돌파 가능할까

박기록
테슬라를 비롯한 미국의 전기차 주가 흐름에 관심이 높은 것은 그들의 행보가 국내 2차 전지 및 전기차 관련 생태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마감된 나스닥 시장에서 전기차 섹터는 유독 낙폭이 컷다. 테슬라는 전일대비 5.12%하락한 795.35달러로 마감해 어렵게 지켜왔던 800달러선이 무너졌다.

올해 1월3일,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호조를 발판으로 1199달러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2개월여만에 주당 400달러 넘게 하락했다.

뿐만 아니다. 전기 트럭을 중심으로 기세좋게 질주했던 리비안도 이날 7.56% 하락한 38.05 달러로 마감해 지난해 11월 상장이후 또 다시 최저치를 경신했다. 리비안은 앞서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가 소로스펀드를 통해 작년말 20억 달러(총 1983만5761주, 평균매입가격 기준 100.8달러로 계산)매입한 것이 알려져 주목을 끌기도 했다. 아직 보유중이면 현재 평가손은 65% 이상으로 추정된다.
고급형 세단 전기차를 내놓고 있는 또 다른 전기차기업 루시드(LUCISD)도 이날 22.92달러(-5.33%)로 마감해 역시 52주 최저가로 떨어졌다.

이같은 전기차 주가의 하락은 전기차 제조업체들의 ‘올해 생산 및 판매 계획이 모두 불투명해졌다’고 시장에서 판단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망·배터리 가격 급등·소비자 반발, 전기차 업계 '3중고'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인한 자동차용 칩 및 부품 조달, 원재료 가격 폭등에 따른 배터리의 원가 상승, 두 가지 악재가 동시에 불거지면서 전기차 회사들이 결국 가격 인상을 결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된 것이다.

테슬라는 인건비가 싼 중국에서 생산 시설을 늘리고 공급만 문제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이를 가격 매커니즘으로 해소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 이달 초 ‘리비안 사태’에서 보듯이, 리비안이 원가상승을 이유로 최종 소비자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가 고객들의 거센 반발로 구매 주문이 대거 취소되는 상황에 직면했고, 결국 가격인상 계획을 취소했다.

전기차가 분명 혁신적이기는하지만 소비자들이 아직까지는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더 많은 돈을 주면서까지 구매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사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기차 판매는 정부 보조금의 영향이 크다.

전기차 제조사 입장에서도 적자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차량을 만들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판매량 예측도 현재로선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결국 전기차 업계는 글로벌 공급망의 문제, 배터리 가격 급등, 소비자의 가격 인상 반발 등 3중고에 노출된 셈이다.

◆테슬라, 기존보다 50% 값싸고 성능좋은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에 관심

이런 답답한 상황을 극복하기위한 다양한 제언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흥미로운 것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2020년에 공언한 ‘건조 전극(dry electrode)’ 공정을 활용한 혁신적인 배터리 생산 아이디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CEO가 테슬라 자체의 배터리 생산 계획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테슬라가 파나소닉, LG에너지솔루션 등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지만 미국 텍사스나 독일의 공장 등에서 자체적으로 ‘건조 전극’ 방식의 배터리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기존보다 50% 이상 값싸고, 신속하게 배터리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는지 진단해 보았다.

다만 테슬라의 자체 전기차 배터리 양산 시기는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지난 2020년 9월, 머스크 CEO가 베터리데이 행사에서 ‘2022년에 약 130만대의 자동차에 동력을 공급할 수 있는 100기가와트 규모의 4680규격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고, 미국 텍사스와 독일 공장에서 생산량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이 계획이 큰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어쨌든 현재는 그 약속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당시에는 생각지 못했던 변수들이 현재 너무 많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최근에야 승인이 난 독일의 ‘기가 팩토리’ 제조 공장도 당초 테슬라가 원했던 시간보다 6개월 이상 늦어진 것이다.

다만 인터뷰에 등장하는 전문가들은 일론 머스크 CEO가 원하는 값싸고 성능좋은 배터리를 양산하는 것이 현재로선 쉽지않은 상황이지만 테슬라가 경쟁사들보다 저렴하고, 1회 충전시 더 오래가는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론 머스크 CEO라면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믿음이다.

참고로, 일론 머스크 CEO가 2022~2023년 양산을 목표로 건조 전극 공정은 슬러리를 금속 집전체 표면에 도포 및 건조(Coating), 압착(Roll Pressing), 절단(Slitting)하여 전극을 제조하는 공정으로, 아직 전기차 배터리에는 일반화되지 않은 제조 방식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쉽지않아 보이지만 만약 테슬라가 이 ‘건조 전극 공정’을 기반으로 자체 배터리 양산에 나서 조기에 성과를 낼 경우, 글로벌 2차 전지 시장 뿐만 아니라 전기차 제조업계 전반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의 원가 비중이 가장 큰 배터리 가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기록
rock@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