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미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중 하나인 아마존닷컴이 지난 9일(현지시간) 장 마감이후 20대1로 주식 분할을 결정하고, 동시에 1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바이백)계획까지 선언하자 투자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후 온라인에는 미국 증시에 관심이 많은 서학개미들을 중심으로 주식 분할전 아마존 주식을 매수하려는 문의가 적지않게 올라오고 있다.
아마존닷컴의 기존 1주가 오는 6월6일(현지시간)부터는 20주 보유자로 재설정된다. 물론 현재 1주당 가격이 2910달러(한화 약 350만원)이니 이를 20주로 분할하면 1주당 가격이 145달러로 재설정되는 것일뿐 본질 가치의 변화는 없다.
하지만 성장기업에 있어 주식 분할은 결과적으로 호재로 작용했다. 주식 단가가 낮아져 주식의 유통 및 유동성이 좋아지고,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투자 기회가 넓어지며 직원들에게도 보다 많은 주식 공여를 통한 인센티브가 늘어날 수 있다.
아마존은 23년전인 지난 1997년에 주식분할을 한 적이 았다. 이 이후 주가 상승율은 4300%에 달한다. 이번 주식분할후 10년 또는 20년후 어느정도 주가가 오를 수 있을까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개인 투자자들과 직원들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시장이 아마존의 주식분할에 환호하는 또 다른 이유, 아니 어쩌면 ‘진짜 이유’는 아마존닷컴이 처하고 있는 수익 구조의 현실에서 최고 경영진이 선택한 주주 친화적인 마인드 때문일 것이다.
즉, ‘물적 분할’을 통한 알짜 사업의 분할 상장이 아닌 기존 주주들과 미래에도 같이 성과를 공유하고자하는 진정성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마존의 황금알 낳는 거위 ‘AWS’… 분할상장 유혹 흔들리지않고 주주들과 공유
주지하다시피 아마존닷컴은 전자상거래(e커머스)시장에서 급성장한 공룡이다. 하지만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사업은 성장 속도가 크게 둔화됐다. 이미 실적이 그것을 증명한다.
지난 2월초 발표된 아마존닷컴의 작년 4분기 매출은 1374억12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9.4% 증가했으나 시장전망치인 1376억 달러에는 미흡했다.
주당 순이익이 28.21 달러로 예상치 3.63달러를 크게 웃돌았지만, 이는 지난해 11월 전기차기업 리비안의 상장으로 거둔 투자이익 120억 달러의 영향 때문이지 본업인 전자상거래 사업의 결과는 아니었다.
이를 제외하면 현재 아마존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핵심 엔진은 ‘아마존웹서비스’(이하 ‘AWS’)사업이다. AWS가 아마존에서 차지하는 매출총액은 13% 정도에 불과하지만 전체 영업이익의 74% 넘게 AWS의 클라우드 사업에서 창출되고 있다.
당당히 클라우드 시장 세계 1위이고, 지금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AWS의 작년 4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39.5% 증가한 177억8000만 달러, 영업이익도 48.5% 증가한 55억 달러다.
미국 기업들도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물적분할’ 또는 ‘인적분할’을 통해 알짜사업이나 성장사업을 분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핵심 사업에 대한 분할이 기존 투자자들에게는 불만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불법이나 탈법은 아니다. 엄연히 자본시장법상 얼마든지 합법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아마존는 그것을 선택하지 않았다.
◆핵심 신성장 엔진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후, LG화학 1년만에 반토막
지난해 LG화학에서 ‘물적분할’ 방식으로 배터리 사업부문을 분리해 별도 신설회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을 때 LG화학 주주들은 분노했고, 이후 LG화학의 주가는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지금 국내 증시가 3000포인트가 넘고, 국내외 증시 분위기가 좋다면 이런말도 안나오겠지만 가뜩이나 시총 2위의 거대함 몸집때문에 상장후 1개월 넘게 국내 증시의 수급을 교란시켜버린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 커진 모습이다.
1년전인 지난해 1월15일 LG화학의 주가는 2차 전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105만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하지만 지난 11일 마감된 종가는 47만2000원으로 불과 1년여만에 반토막이 났다.
그에 앞서 2차전지 지수 섹터에서 LG화학이 편출되고 LG에너지솔루션이 편입되는 과정에서 LG화학의 주가는 하락을 거듭했다.
물론 주식 투자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책임이지만 지난 1년간의 상황을 온전히 개인의 판단 미스로 돌리기는 것은 너무 잔인한 결과론이다.
사업분할을 통해 신사업에 대한 막대한 외부 투자유치를 쉽게하고, M&A(인수합병)을 유리하게하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사업의 집중도를 놓이는 것에는 장점이 있지만 꼭 그 방식이 ‘물적분할’이 최선이었는지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이처럼 투자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존 대주주에게 유리한 물적분할 방식은 국내 IT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추진 계획이 계속 나오고 있다. 아쉽지만 어쩌면 이것이 국내 자본시장의 현수준일지 모른다.
모두가 같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주주들과 이익을 공유하고자하는 아마존닷컴과 같은 기업가 정신이 더욱 아쉬운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