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전세계적으로 비대면에 의한 원격 의료 및 진료 서비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서비스의 지속적인 개선을 위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이를테면 원격 의료 서비스에 소외되는 이들의 범위를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이고자 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미국의 기술전문매체 더 버지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같은 다문화 사회에서는 전화를 통한 원격 진료에 특히 다양한 ‘언어’가 사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발표된 미국 캘리포니아대 건강∙사회∙행동학 데니스 페이앤 조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모국어를 통한 대화가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을 주며, 궁극적으로 치료 효과를 개선하는 데에도 큰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격 진단은 본인의 상태에 대한 환자의 설명이 기반이 돼야 하는데, 비영어권 출신으로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환자의 경우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확한 진단이 어렵고 오진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는 문제점이 도출됐다.
데니스 페이앤 조교수 연구팀이 캘리포니아에 있는 두 지역 보건소의 직원과 환자들을 대상으로 2020년 12월부터 2021년 4월까지의 원격 건강 경험에 대해 인터뷰한 결과, "제한된 영어를 구사하는 환자들은 원격진료를 위해 줌과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들에 따르면, 의료 플랫폼의 정보가 다른 언어로 번역될 때, 잘못 번역되는 경우도 잦았다. 특히 인공지능(AI)도 아직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AI를 통한 번역은 환자들이 일상적으로 구사하는 유창한 외국어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문화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우리 나라의 상황과 비춰봤을때 이번 미국의 사례는 참조할 만하다. 물론 한국은 아직 원격의료(진료)가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만 허용되고 있다.
한편 이같은 언어적 장벽 이외에도 원격의료(진료)의 문제점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예를들면 많은 환자들이 여전히 원격의료를 원활하게 이용하고 탐색할 수 있는 디지털 사용능력이 없고, 또는 원격 건강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 이와 함께 의료 서비스 제공자와 연결할 수 있는 충분한 인터넷 접근 권한이 없어 원격진료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아직은 많이 보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페이앤 조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원격보건 플랫폼 개발에 앞서 취약한 환경에 처해있는 사용자를 고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많은 대형 플랫폼이 앞장서서 통역서비스를 제공하고, 디지털 접근을 높일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는 등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