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日수출규제 3년차①] 韓으로 모이는 日 반도체 기업…왜?

김도현

- 日 소재·장비업체, 국내 반도체 전시회 대거 참석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일본 수출규제 이후 우리나라 반도체 시장이 재조명되고 있다. 제재 초기만 해도 국내 기업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실상은 달랐다. 오히려 일본 반도체 업계가 흔들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고객사가 소재 및 장비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이에 자국 생산체제를 고집하던 일본 회사들은 연이어 한국행을 결정했다. 일본 정부의 조치가 반도체 주도권을 한국에 내주게 된 계기가 된 셈이다.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코리아 2022’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재개했다. 국내외 반도체 업체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일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대거 참석한 것이 눈에 띄었다. SEMI가 주도한 만큼 북미와 유럽 회사도 참여가 활발했으나 부스 크기나 숫자를 비교하면 일본이 상대적으로 대규모였다.

업계에서는 국내 반도체 제조사와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소재사 관계자는 “전시회 특성상 고객사와 협력사 간 네트워킹이 진행되면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가 꽤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글로벌 기업을 보유한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다수의 일본 회사가 참가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업체들의 앞선 행보를 고려하면 참가의 의의 이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날 부스를 차린 기업 대부분은 한국법인을 강화하거나 공장 설립을 추진한 바 있다.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좌측에는 반도체 장비사 도쿄일렉트론(TEL)이 보였다. 참여기업 중 가장 큰 부스를 꾸렸다. 이날 한국지사 인재 채용에도 나서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경기 평택에 기술지원센터를 신설하고 화성에 신규 연구개발(R&D) 센터를 구축했다. 두 지역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는 곳으로 고객사 요구사항에 긴밀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TEL 옆에 자리한 호리바도 한국의 중요성을 인지했다. 작년 6월부터 질량유량 제어기기(MFC)를 우리나라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MFC는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가스 공급의 정밀 제어를 담당하는 제품이다.

입구 우측 위치한 후지필름은 2021년 하반기부터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PR) 생산에 돌입했다. 메모리 기업이 차세대 노광 기술인 EUV 도입을 본격화한 만큼 한국 고객사와 거래를 원하는 상황이다.

PR이 주력인 도쿄오카공업(TOK)와 스미토모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TOK는 2020년부터 인천 송도에서 EUV PR 양산을 개시했다. 스미토모는 2021년 9월 한국에 불화아르곤 이머전(ArFi) PR 공장을 짓기로 했다. 100% 자회사 동우화인켐 전북 익산사업장에 관련 라인을 마련한다.

전시회 한쪽에 자리 잡은 아데카도 전북 전주에서 고유전 재료 등을 생산하기로 했다. 고유전은 회로 누설 전류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D램 공정 미세화로 사용량이 늘어나는 소재다. 국내 생산 제품을 삼성전자에 공급 중이다. 이외에 JSR 도레이 등도 세미콘코리아 참여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디스코 히타치 어드반테스트 베시 알박 등도 반도체 장비 기업들도 부스를 운영했다. 디스코는 한미반도체, 히타치는 넥스틴, 어드반테스트는 유니테스트 등이 일부 제품을 대체해나가는 단계다. 국내 마케팅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일본계 기업 관계자는 “한국은 본사 차원에서도 주요 거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메모리는 물론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산업까지 커지고 있어 거래량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전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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