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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발자국] 워크맨→아이팟→아이폰…'걷는 음악의 변화', 애플 재도약 '촉진'

백승은
<출처=소니코리아>
<출처=소니코리아>

- 1979년 소니 ‘워크맨’ 첫 등장…1년 만에 100만대 판매
- 2001년 애플 '아이팟' 출시…MP3플레이어 시대 열어


그동안 다양한 전자제품이 우리 곁에서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을 반복했습니다. 모두에게 사랑받던 기기가 어느 순간 사라지거나 오랜 세월이 지난 뒤 부활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데일리>는 그 이유를 격주 금요일마다 전달하려고 합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특정 브랜드의 제품명이 고유명사처럼 자리 잡은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죠. 즉석밥 하면 ‘햇반’을 캔햄 하면 ‘스팸’을 먼저 떠올리는 것처럼요. 소니의 휴대용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워크맨’ 역시 그중 하나였는데요. 워크맨은 1980년대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록될 만큼 한때 전 세계에서 통용됐던 단어죠.

워크맨 이전에는 실내에서 LP 음반으로 음악을 듣던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1980년대에는 워크맨이, 2000년대 이후에는 애플의 '아이팟'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공간 제약 없이 길거리나 외부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죠. 그야말로 ‘개인용 음악 감상의 세계’가 열린 셈입니다.

◆1979년 등장…출시 1년 만에 100만대 판매=1979년 6월 등장한 워크맨의 정식 명칭은 ‘Walkman TPS-L2’입니다. 단어 그대로 걸으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한 제품인데요.

워크맨은 소니 창업자인 이부카 마사루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습니다. 음악 애호가였던 이부카는 일상생활에서 음악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음성 녹음기 ‘TCM-100’를 개조해 녹음 기능을 없애고 재생만 가능한 카세트 플레이어를 고안했습니다. 또 휴대 가능하도록 가볍고 작게 만들었죠. 제작 기간도 길지 않았는데요. 워크맨은 단 8개월 만에 개발을 마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소니는 그해 7월 1일부터 워크맨을 판매했는데요. 첫 달 판매는 3000대에 그쳤지만 3개월 뒤에는 초기 생산 물량인 3만대가 매진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1년 뒤에는 100만대 규모로 불어났죠.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의 ‘마이마이’ LG전자의 ‘아하프리’ 등 휴대용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가 다양하게 등장했습니다.

소니는 워크맨 제품을 카세트에서 CD로 확장하기도 했습니다. 1984년에는 세계 최초 CD플레이어인 ‘D-50’를 내놨죠. 이 제품은 이후 ‘CD워크맨’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요. 1992년에는 미니디스크를 활용한 MD워크맨 ‘MZ-1’도 등장했습니다.

◆카세트테이프에서 디지털 파일로…스마트폰에 편입=큰 인기를 끌던 워크맨은 2000년대에 접어들며 음악 재생 수단의 변화로 위기를 맞습니다. 음악 재생 수단은 카세트테이프→CD→디지털 음악 파일로 옮겨 갔는데요. 다양한 디지털 음악 파일 중 MP3가 가장 일반적이었습니다. 이를 재생하는 제품이 바로 ‘MP3플레이어’죠.


세계 최초 MP3플레이어는 1997년 새한그룹의 새한정보시스템과 디지털캐스트가 공동 개발한 ‘MP맨-F10’입니다. 그 해는 스티브 잡스가 경영난에 빠진 애플에 복귀한 해이기도 한데요. 4년 뒤 애플은 2001년 MP3플레이어 ‘아이팟’을 선보입니다. 초기 아이팟은 하드 드라이브를 장착해 1000곡의 노래를 저장할 수 있었습니다. 외관에 원형 스크롤 휠이 달려 손가락으로 조작하는 게 특징이었죠.

아이팟은 1년 만에 60만대가 팔리며 성황을 이뤘습니다. 이후 애플은 2002년 터치 휠을 갖춘 아이팟 2세대와 이듬해 3세대 제품을 연달아 내놨죠. 또 2003년에는 음원 다운로드 사이트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를 선보였습니다. 아이팟과 아이튠즈로 애플은 MP3플레이어 시장과 디지털 음원시장에 선두주자로 달렸죠.

2007년에는 스마트폰의 시초인 애플의 ‘아이폰 오리지널’이 나왔습니다. 첫 등장은 '전화도 되는 MP3플레이어'로 여겨졌습니다. 아이폰 오리지널에는 아이팟 등 총 15개의 애플리케이션(앱)이 탑재됐죠. 제품 하나로 MP3플레이어 기능은 물론 카메라, 영상 감상 등을 할 수 있게 되자 MP3플레이어 역시 사양산업에 접어들었습니다. 2016년 이후 음악을 듣는 방식이 디지털 음원 및 실물 음반에서 스트리밍으로 바뀌며 MP3플레이어는 더욱 설자리를 잃게 됩니다.

2010년 10월 소니는 워크맨 판매를 중단하기에 이르렀죠. 애플은 2014년 ‘아이팟클래식’을 2017년에는 ‘아이팟나노’ ‘아이팟셔플’을 단종했습니다. 현재 남은 ‘아이팟터치’는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고 있죠.

시대에 따라 사랑받는 노래가 바뀌듯 음악을 청취하는 제품 역시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는데요. 워크맨과 MP3플레이어는 최근 이어진 ‘레트로’ 열풍에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시되는 등 여전히 음악 애호가들에게 아련한 향수로 남아 사랑받고 있습니다.

백승은
bse1123@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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