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엔진소리는 이제 잊어주세요’…슈퍼카 전동화(EV), 아쉬움 뭘로 채울까
[디지털데일리 임재현기자] 오토바이 브랜드 ‘할리데이비슨’은 여전히 남자들의 로망이다. 주말이나 연휴때 ,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는 삼삼오오 할리데이비슨 동호회들의 행렬을 볼 수 있다.
그들이 딱히 스피드를 즐기는 것 같지는 않다. 남성스러운 엔진 소리와 육중한 외관에 맞게 여유를 느끼며 라이딩 그 자체를 즐긴다.
그런데 이런 할리데이비슨이 지난 2019년, 미국에서 전동 스쿠터 모델을 공개한 적이 있다. '엔진소리가 삭제된 할리데이비슨이라니' 쉽게 상상이 되질 않는다.
어쩌면 지구상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을 내연기관 오토바이가 벌써 전동화(EV)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했다니, 할리 매니아들은 아쉬움속에 만감이 교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할리데이비슨이 공개한 전동 스쿠터의 외형이 기존의 익숙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이건 오토바이가 아니라 자전거에 가까웠다. 당연히 디자인에 대한 혹평도 적지 않았다. 회사측은 1~2년내 전동화 모델을 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까지 소식은 없다.
할리데이비슨이 올해 1월27일 온라인으로 공개한 2022년형 라인업에서도 전동화와 관련한 모델은 반갑게도(?) 눈에 띠지 않는다.
그러면서 국내에서는 기존 5개 라인업(스포트, 크루저, 어드벤처 투어링, 그랜드 아메리칸 투어링, CVO)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언젠가는 할리데이비슨도 전동화 모델로 라인업을 싹 바꿔야만 할 시기가 오겠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듯 하다.
할리데이비슨도 어쩔 수 없이 전동화를 생각하는 마당에 내연 차량의 낭만을 간직하던 지구상의 유명한 ‘슈퍼카’들 역시 시류를 피할수는 없는 상황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슈퍼카 제조사들도 브랜드 정체성 고집을 꺾고 하나둘 전기차(EV)로 주력 분야를 옮기고 있다.
◆람보르기니, 포르쉐, 벤틀리, 롤스로이스… 아쉬움 뒤로하고 전동화의 길로
포르쉐는 전동화에 빠르게 동참한 제조사다. 이미 지난 2019년 타이칸을 내놓았으며, 타이칸은 출시 2년 만에 대표 모델 911 판매량을 제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포르쉐는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차량 포함 판매 차량 80% 이상을 EV로 채우는 것이 목표다.
최근 람보르기니는 내연 차량 생산을 올해 안에 마무리할 것을 선언했다. 모기업 폭스바겐AG를 등에 업고 15억유로를 들여 관련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람보르기니는 폭스바겐AG 파워트레인과 운영체제(OS)를 활용해 EV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차(PHEV)를 출시할 예정이며, 오는 2024년까지 전 라인업을 전동화한다. 2028년경 순수 EV를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마세라티는 2019년 이탈리아 모데나 공장을 리모델링하고 2020년 첫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하며 행보를 시작했다. 올해 첫 순수 EV를 선보이고, 2025년까지 전 라인업 전동화를 목표로 하는 ‘폴고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영국계 명차인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첫 순수 EV인 스펙터 티저를 공개했으며, 2030년부터 모든 신차를 EV로 생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롤스로이스는 2023년 스펙터 생산을 시작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벤틀리는 지난 2020년 ‘비욘드100’ 계획을 발표하며 탄소중립 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을 선언한 바 있다. 오는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위해 전 차종을 전동화하는 것이 목표다.
첫 순수 EV는 2025년 출시하며, 이후 매년 새로운 EV를 선보인다. 품질 유지를 위해 영국 크루 공장에서만 생산하며, 벤틀리는 25억파운드 투자를 통해 EV 개발뿐만 아니라 크루 공장 설비 역시 개선할 방침이다.
페라리는 그동안 “전기로 움직이는 페라리는 절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으나. 2020년 존 엘칸 회장 경영체제로 바뀌면서 변화 바람이 불었다. 지난 12일 전동화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으며, 2025년 첫 순수 EV를 공개하고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아무리 멋있어도 이제는 지구환경을 생각해야
EV 열풍이나 세계 각국의 탄소 규제 강화 등 여러 요인으로, 슈퍼카의 전동화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한다는 ‘핏포55’를 발표했으며, 실제 대다수 제조사가 2030년을 EV 전환 시기로 제시하고 있다.
전기 모터가 내연 차량 대비 월등한 가속력을 보인다는 것도 또 전환을 유도하는 또 하나의 요소다. 테슬라 고성능 차종인 모델S 플레이드의 경우,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단 2초도 걸리지 않는다.
물론 지구의 환경 위기에 공감하면서도 아쉬움은 한가득이다. 자동차업계의 거물들은 포효하는 듯한 배기음과 특유의 운전 재미를 가진 내연 기관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 않는다.
세르지오 마르키오네 페라리 전 CEO 역시 “페라리의 매력은 요란한 엔진 소리”라고 언급한 바 있으며, 포르쉐도 이와 관련해 “포르쉐의 아이콘인 911만은 계속 내연 기관을 이용한다”며 “911이 EV로 생산된다면, 이는 모든 포르쉐 차량이 전동화한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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