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공모 청약 광풍을 몰고왔던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첫날 '따상'에 실패했다. 거래가 개시되자마자 외국인들이 배정받은 물량을 쏟아내면서 주가는 곧바로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이에 실망한 개인 투자자들의 물량도 덩달아 출회되는 모습이다.
10시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49만7000원을 기록해, 시초가 대비 16.9%정도 하락한 상태다. 이같은 LG에너지솔루션의 '따상' 실패는 사실상 예고된 바 있다.
이미 전문가들은 '상장 첫 날, 많은 물량을 가진 외국인들의 매물이 출회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봤는데 역시 우려대로 외국인들은 배정받은 물량을 대거 던졌다.
외국인들의 투매는 최근의 악화된 증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최근 미국 증시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의 외국인들도 주식 시장에서 현금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물론 외국인들이 상장 첫 날 매물 폭탄을 던지게 된 근본적인 이유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청약 흥행을 고려해 외국인(기관)보유 물량의 72.9%를 '의무보유 미확약'으로 설정해줬기 때문이다. 의무보유 미확약은 보호예수 기간이 따로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외국인에게 1285만6250주를 배정했는데 이중 937만7750주가 의무보호 확약기간이 없어 상장 첫 날 매물을 쏟아낼 수 있었다. 물론 이는 공모 흥행과 함께 유통 주식수를 일정 규모 이상 늘려 코스피200지수 편입 등을 조기에 하기위한 고려였겠지만 결과적으로 이것이 매물 폭탄이 원인이 된 셈이다.
통상적으로 배정 물량이 많을 수록 3개월 또는 6개월간 보호예수를 걸어놓음으로써 개인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시장의 안정을 꾀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행태다.
한편으론 외국인들이 LG에너지솔루션의 보유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내다보니 코스피 전체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0시10분 현재 전일대비 41.57포인트 하락한 2667.79를 기록하고 있다. 2700선까지 무너지면서 설연휴를 앞두고 개인 투자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게됐다.
앞서서는 공모 청약 때문에 증시 전체의 유동성을 흡수해 수급을 꼬이게했던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이후에도 여전히 수급에 큰 충격을 주는 형국이다.